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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호 2026년 10월 05 일
  • 지역관광활성화, 이 방법 어때요?

    정(情) 흥(興) 한(恨), 지역관광 차별화의 강력한 수단



  • 류동근 기자 |
    입력 : 2026-10-02 | 업데이트됨 : 3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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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서정태(관광학박사, 전 동원대 관광학과 교수)

 

우리는 지역관광(Local Tourism)을 오랫동안 논의해 왔지만 성공한 사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지역관광이 주요 정책적 의제로 부상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시작한 지방자치제와 함께였으나, 대중적인 여행 문화와 결합하여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2000년대 초중반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방문객 유치를 넘어, 지역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으로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지역관광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논의된 주 아젠다 중의 하나도 “지역관광의 대도약: 특정 거점 도시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전국의 지역별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컬 관광' 육성 및 관광법제 개편”을 다루었다.


최근의 지역관광은 과거보다 훨씬 넓고 유연한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지방에 있는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지역 주민의 일상, 문화, 생태계가 온전히 살아있는 공간에 스며들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주체적으로 경험하는 관광"으로 정의되고 있다. 농촌관광과 마을관광이 행정구역이나 '농촌'이라는 뚜렷한 공간적 경계 안에서 움직인다면, 지역관광은 오히려 경계가 흐릿하다. 전통 시장과 힙한 카페 거리가 공존하는 원도심일 수도 있고, 농촌과 도시가 만나는 접점일 수도 있다. 여행자가 느끼는 '로컬'의 감성이 있다면 어디든 무대가 된다. 최근 관광학계 및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논의에서도, 지역관광은 전통적 경계를 넘어 지역 정체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기반으로 '관계 인구'를 창출하는 자생적 생태계로 정의되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논의되어왔지만 왜 아직도 뚜렷한 사례와 성과를 보는 게 쉽지 않을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의 구심력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의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어떤 장애 요소가 있는 것일까?


지난해 방한 관광객 1893만명 중 서울만 머물렀던 사람은 약 70%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약 80%였다. 같은 기간 일본 동경과 지방관광객의 비율은 5:5 임을 비추어 보면 여전히 우리가 지나치게 서울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막부시대 ‘번(藩) 제도’ 주목

일본이 세계적인 지역 관광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과거 막부 시대의 ‘번(藩) 제도’가 주목된다. 일본은 수백 년간 각 지방의 영주들이 독립적인 영지를 통치하는 봉건제가 오랫동안 시행되어 자연스럽게 지방자치가 시행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1192년 가마쿠라 막부 성립을 시작으로 1868년 메이지유신 때까지 약 670여 년 동안 이어졌다. 그래서 일본은 지방별로 풍습과 문화가 상당히 다를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지역 분권 통치는 현대에 이르러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고유한 지역색으로 발현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반면, 한국은 고려, 조선 시대의 강력한 군현제부터 근현대 개발기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강력한 중앙집권제 전통을 유지해 왔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압축 성장을 위해 행정 체계는 철저히 단일화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촘촘한 교통망의 발달은 전 국토를 ‘1일 생활권’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지역 간 문화적 격차는 급격히 엷어졌다.
여기에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독특한 예산구조도 한몫하였다. 문관부는 특정 부담금과 수익금을 재원으로 하는 전용 기금(체육, 관광, 문예, 영화 등)의 비중이 40% 수준으로 타 부처 대비 매우 높다. 이는 사업 운용의 유연성을 주기도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정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문관부 입장에서도 한정된 기금과 예산(특히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을 전국 지자체에 균등 분배하기 어렵다 보니, '공모 사업' 형태로 예산을 배정하게 된다. 지자체가 문체부 공모 예산에 맞춰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한 관광 자원을 개발하기보다, 문체부가 제시한 공모 가이드라인과 평가지표에 맞춰 사업을 기획한다. 이로 인해 전국 어디를 가나 출렁다리, 케이블카, 짚라인, 핫플레이스형 카페 거리, 비슷한 형태의 야간 관광 사업이 도배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여기에다가 일본에 비해 ‘지역 고유성’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한국의 지역관광 발전을 가로막는 오랜 난제가 되었다.

 

일본에 비해 지역고유성 기반 취약

한편 지역관광의 강국이 된 일본을 더 알아보기 위해 제3 자의 시각으로 일본을 분석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베네딕토(Ruth Benedict)가 쓴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의 분석 내용을 참고하였다. 이 책에서 일본은 온화함, 예의, 질서(국화)와 무사도, 충성, 희생(칼)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지닌 모순된 사회로 규정하였다. 동시에 이것이 일본의 하나의 일관된 문화체계라고 하였다. 이러한 일본 특유의 문화 인류학적 특성은 오늘날 "왜 일본은 수도권 집중도를 극복하고 전국적인 지역 관광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명확한 시사점 들을 몇 가지 제공한다.


첫째, 일본인은 세계 질서나 사회 내에서 자신만의 '알맞은 위치'를 찾는 데 집착한다고 했다. 일본의 지역 관광이 강한 이유는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지역이 일본 전체를 모방하기보다 '우리 지역만이 가진 고유의 역할과 색깔'을 지키는 데 주력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해, 이는 오늘날 '메이부츠(名物, 지역 특산물)' 문화로 발전했다고 보았다.


둘째, 한없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모습(국화) 뒤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목숨을 걸고 임하는 무사도적 집념(칼)이 공존한다. 이 모순된 두 특성은 관광객을 대하는 극진한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로 나타난다. 동시에 지역의 아주 작은 기념품, 특산물(메이부츠), 수백 년 된 료칸의 접객 등에서 소름 돋을 정도의 완벽주의와 장인정신으로 이어져 관광의 질을 극대화한다.


반면 한국은 앞서 언급했듯이 중앙 지향적 보편성을 보여왔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앙 관직에 진출하는 것이 성공의 유일한 길이었던 중앙집권제 국가였다. 이로 인해 지역만의 고유성보다는 서울의 표준을 따르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 지역에서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벽화마을이 성공하면, 다른 지역들도 '관례'상 혹은 '검증된 성공'을 위해 이를 그대로 복제한다. 이는 베네딕트가 언급한 일본의 '알맞은 각자 위치 지키기'와 대조되는 '중앙형 표준화'의 결과이다.


한국에서 지역 관광이 차별화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지방 스스로가 자신을 '독립된 주체'가 아닌 '서울이 되지 못한 미완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일본의 '메이부츠(지역 명물)' 문화처럼, 우리 지역이 서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대표적이고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찾아 집중해야 한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알맞은 위치'를 찾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정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수도권 집중은 모든 지역이 '서울이라는 국화'를 닮으려고 애쓰다 보니, 정작 본인들의 색깔(칼)을 잃어버리고 서울의 하위 대체재로 전락해버린 현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관광 활성화의 강력한 수단

그렇다면 한국 지역관광의 성공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일본의 ‘번’ 제도처럼 눈에 보이는 행정 구역이나 외형적 구분에 따른 지역 고유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우리 땅과 사람의 무의식 속에 수백 년간 면면이 이어져 온 ‘역사적·문화적 정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인의 역사와 DNA에 깊이 각인된 진짜 이야기, 즉 한국인의 원초적 정서인 정(情), 흥(興), 한(恨)이라는 고유성(Authenticity)이 그것이다. 이는 인위적 지역 경계가 아니라, 이 땅의 백성들이 품고 있는 밑바닥 정서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지역관광 차별화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천이두 교수는 『한의 구조』 (1993)에서 '한'과 '흥'이 별개의 감정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문헌적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의 판소리와 민속 무용(살풀이 등)을 분석하며, '한'이 극한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흥'으로 전이되는 '한의 승화' 과정을 설명하였다.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는 『한맥(恨脈)』 및 『한국인의 신바람』 (1980~90년대)에서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분석하며 이 세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그는 한국인의 삶을 '정으로 맺어지고, 한으로 맺히며, 신바람(흥)으로 풀이한다'는 순환 구조로 파악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한국인의 신바람』 및 『기호의 제국』에서 기호학적 관점에서 한국인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설명하며 '정, 한, 흥'의 통합적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인의 정서를 '억압(한) → 응집(정) → 폭발(흥)'의 프로세스로 보았다.


외국인의 독특한 시각으로는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으로 일했던 다니엘 튜터(Daniel Tudor), 『기적을 이룬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2013) 역시 정, 흥, 한을 한국인의 주요기질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은 정에 큰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한국의 특징적인 요소로 취급한다. 정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포옹이라고 표현하였다. 사랑이나 우정과 달리 정은 지역 단위나 조직, 혹은 사회적 차원과 같이 큰 집단의 구성원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한과 흥을 깊은 슬픔과 순전한 기쁨으로 표현하면서, 한은 깊게 뿌리박힌 우울한 고통의 일종으로, 한국인 고유의 정서로 여겨진다고 하였다. 한의 문화는 삶과 예술에 모두 영향을 미치며, “참을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존재의 슬픔”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한은 절망적이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동반하며, 그것은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이어지기도 한다. 한은 원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한이 맺힌 사람은 어떤 복수나 보상으로는 한을 풀 수 없다는 것이다.


흥은 순전한 기쁨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흥은 지속될 수만은 없다고 하였다. 한과 흥이 상반되는 것으로, 하나가 높아지면 하나가 낮아진다고 보았다. 마치 지금처럼 흥이 우세한 시대에도 사람들의 행동과 사람들이 듣는 음악 속에 언제나 한이 일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여러 학자들과 언론인의 의견을 살펴본 바에 따라 이제 우리 고유의 정서인 정, 흥, 한을 기존의 인위적인 로컬브랜딩을 넘어 우리 고유의 근원적인 지역관광의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정(情), 흥(興), 한(恨)은 각각 독립적인 감정이라기보다 서로 순환하고 보완하는 정서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문화 특성 고스란히 드러나

특히 관광이나 문화 콘텐츠의 관점에서는 세 요소를 하나의 구조로 설명하면 한국 문화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먼저 정(情)은 관계를 만드는 힘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으로서 한국인의 정서에서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흥(興)은 삶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로서 흥은 단순히 즐거움이 아니다. 한국인의 흥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웃고 노래하는 힘이다. 흥은 정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정이 없는 사람끼리는 진정한 흥이 생기기 어렵다. 한(恨)은 삶의 깊이를 만드는 감정으로서 한은 흔히 슬픔으로만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은 이루지 못한 꿈, 개인적 고난, 억울함, 그리움 등이 오랜 시간 축적된 감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감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으로서 함께 살아간다. 삶의 고난으로 한이 생긴다. 축제, 놀이, 예술 등의 흥으로 풀어낸다. 다시 정이 깊어진다. 즉, 정, 한, 흥, 다시 정이라는 순환 구조이다. 단지 이 책에서는 어느 상황에서 좀 더 대표적인 정서로서 각각 내세울 뿐이다.


먼저 정으로서 선비정신이다. 벼슬길 대신 재야에 남아 문중 중심의 사림 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의례와 선비의 지조를 가문의 엄격한 규율로 이어간 사상을 한마디로 ‘선비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정신은 단순한 관념에 그치지 않고 평시에는 학문을 닦으며 향촌을 조화롭게 꾸려나갔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한 역사적 순간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실천되었다. 특히 안동은 임청각의 이상룡선생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였다. 이는 ‘의리’를 목숨보다 중시한 선비정신의 계승이었다.


한국인의 정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지만, 선비의 정은 그것을 인(仁)과 예(禮)로 승화시켜 배려와 환대의 문화로 표현한 선비정신의 핵심이다. 이 글은 한국인의 정 전체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선비의 정에 주목하여 ‘선비의 접빈객’, 선비정신이 실제 삶으로 구현된 형태인 ‘종가문화’, 수운잡방 등의 ‘종가음식’ 시, 시조, 정가 등의 ‘선비 풍류’ 등이 영주와 안동에 지역관광 고유성으로서 체험할 가치가 높다.


선비의 일상을, 즉, 영주와 안동의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에서의 입재 후, 書-詩-歌(가곡·영제시조, 영제시조는 영남 선비의 기개와 지역적 정서를 담아낸 ‘영남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酒(안동소주, 태사주)-食(종가음식)-遊(선유줄불놀이)로 나타낼 수 있다.


다음으로 흥이다. 농악과 풍물, 탈춤, 마을굿, 세시놀이, 민속예술 등에서도 한국인의 흥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인의 흥을 교방 문화의 하나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는 그 가운데 교방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교방문화가 춤·노래·음악·연회·음식 등 여러 예술적 요소를 한데 모아 흥을 세련된 문화적 형식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교방은 단순한 유흥 공간이 아니라, 조선 시대 왕실 및 지방 관아의 궁중 무용, 악기, 시조, 서화 등 고품격 예능을 계승·발전시킨 종합 예술 기관이었다. 기녀들은 단순한 접대원이 아니라 국가 의례나 고위 관료의 연회에서 춤과 노래를 담당하던 전문 예인(藝人)이었다. 이들이 만들어 낸 '흥'은 예도가 집약된 '격조 높은 신명(興)'이다. 문학(시·시조), 음악(정가·산조), 미식(교방 상차림)이 융합되어 대중문화의 유행을 선도하던 '조선의 문화예술 발전소'로 해석해야 한다.


교방의 흥은 논개의 의기(義氣) 정신이 살아있고, 진주 포구락무, 진주검무 등의 춤이 잘 계승되고 있고, ‘칠보화반(七寶花盤)’ 진주비빔밥 등 교방 음식이 잘 남아 있는 진주를 흥의 생태계를 구현할 중심 지역으로 꼽을 수 있다. 망경동·옥봉동 일대 한옥 교방 문화지구를 중심으로 교방 문화 생태계 도시를 구현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한이다. 한은 문학, 예술, 종교, 민속, 가족과 공동체의 삶 등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되어왔다. 한국인의 한을 산신 문화 하나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는 그 가운데 산신 문화에 주목한다. 산신 문화가 인간의 고통과 소망을 산이라는 신성한 자연공간에 투영하고, 기원과 의례를 통해 이를 위로하고 승화해온 문화적 전통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한(恨)은 단순히 가슴에 맺힌 슬픔이 아니라,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독한 생명력의 반증이다. 한은 지속되는 슬픔이 아닌 대자연을 통한 자기 치유와 정화이다. 역사적 고난과 신분제의 억압 속에서 맺힌 민초들의 한을 묵묵히 받아주고 위로해 주던 공간이 바로 '산(山)'이자 '산신'이었다. 산신 문화는 한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품에서 '한을 씻어내고 치유하는 문화'이다. 산신 문화를 구현할 생태계 중심도시로 백두대간 태백산을 끼고 있는 태백시를 주목하였다.


태백이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문화권, 즉, 태백산의 천제단·산신·천제의 이야기와 산신 문화 해설 및 광산문화 등의 여러 면을 콘텐츠 관광상품으로 구성하고, 나아가 태백산 산신 문화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인의 정·흥·한은 각각 하나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정서이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정서적 표현 가운데 정은 선비정신에서, 흥은 교방 문화에서, 한은 산신 문화에서 읽어내고자 한다. 선비정신에서는 정이 환대의 문화로 실천되고, 교방 문화에서는 흥이 예술과 풍류로 집약되며, 산신 문화에서는 한이 기원과 위로를 거쳐 치유와 승화의 경험으로 전환된다.


나는 일본처럼 오랜 전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지역 고유성을 통한 지역관광의 성공을 당장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인위적인 브랜딩을 넘어서 우리 문화의 정서적 원형을 고유성으로의 지역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지역관광 차별화의 근거를 정, 흥, 한이라는 우리의 고유성을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어딜 가나 넘쳐나는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벽화마을을 벗어나 지역관광의 새로운 성공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 약력
-한양대 관광학박사
-전)동원대 관광학과 교수
-전)수자원환경산업진흥 사장
-전)서울관광재단 비상근이사
-송파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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