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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호 2026년 05월 18 일
  • ‘여행객은, 입장료 2.5배 더 내세요’

    일본 관광지 ‘이중가격제’ 확산



  • 취재부 기자 |
    입력 : 2026-05-13 | 업데이트됨 : 1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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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관광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과 지역 주민에게 서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이른바 ‘이중가격제(다층적 가격 설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오버투어리즘 문제와 관광지 유지·보수 비용 확대, 지역 주민 보호 필요성이 맞물리면서다. 반면 외국인 차별 논란과 관광 수요 위축 가능성 등 부작용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주요 관광지 혼잡이 심화되고 있으며, 청소·경비·교통정리 등 관광객 증가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 혜택을 누리는 방문객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관광지와 리조트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비와 외식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가격 배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홋카이도 니세코와 오키나와 리조트 지역에서는 숙박시설 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주민 생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효고현의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이 꼽힌다. 히메지성은 지난 3월 1일부터 문화재 보수 재원 확보와 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시민과 관광객 간 차등 요금을 시행했다. 18세 이상 히메지 시민 입장료는 1000엔으로 유지한 반면, 시 외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2.5배 수준인 2500엔을 적용했다.

 

도입 이후 한 달간 입장료 수입은 약 2억7000만 엔으로, 전년 동월 약 1억3000만 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유료 입장객 수는 약 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메지시는 향후 10년간 성 유지관리와 보존·수리에 약 280억 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증가한 수입을 해당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에디터 사진

일본 효고현에 위치한 히메지성©세계여행신문

 

 

오키나와에서는 지난해 7월 개장한 대형 테마파크 ‘정글리아 오키나와’가 일본 주요 테마파크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12세 이상 기준 1일 이용권은 해외 거주자 8800엔, 일본 국내 거주자 6930엔으로 책정됐다. 운영사는 “해외 주요 관광시설에서도 거주자 할인 제도가 일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 사례 등을 언급했다.

 

교토시 역시 공공교통 분야에서 ‘시민 우선 요금제’를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교토시의회에서 마쓰이 고지 시장은 시내버스 요금을 시민과 비시민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균일요금 230엔 기준으로 시민은 200엔 수준으로 낮추고, 관광객 등 비시민은 350~400엔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교토시는 국토교통성과 협력해 마이넘버 카드와 연동한 교통 IC카드를 활용, 버스 내 정산기에서 거주자를 판별하는 실증 실험도 진행했다. 시는 추가 수입을 버스 혼잡 정보 제공 시스템 강화와 다국어 관광 안내 인력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며, 2027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현될 경우 일본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해외에서도 이중가격제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올해부터 유럽경제지역(EEA) 거주자와 비거주자에게 서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 일부 국립공원 역시 비거주자 대상 추가 요금 징수를 시작했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인도 타지마할 등 세계적 관광지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국민보다 높은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이중가격제 논의가 일부 지역 차원의 실험을 넘어 전국 관광정책의 새로운 선택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국토교통성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나 지역 외 방문객에게 높은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과 관련해 공공 관광시설 가이드라인 마련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요금 인상에 따른 관광 수요 감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추가 부담의 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단순한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혼잡 완화, 환경 정비, 다국어 안내, 문화재 보존 등 수익 활용 목적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대상 차등 요금이 차별로 인식될 가능성도 주요 쟁점이다. 관광지와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일본 내에서는 거주자 할인제나 회원제, 특정 계층 할인 방식 등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시장 양극화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관광지의 고부가가치 전략이 가격 민감도가 높은 학생·청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고소득층 중심의 관광시장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국제정세, 환율, 재해, 감염병 등에 민감해 인바운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수익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중가격제가 관광지 재원 확보와 혼잡 완화 측면에서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정성과 설명 책임, 장기적인 관광 수요 변화까지 고려한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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