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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호 2026년 03월 23 일
  • ‘성벽 너머, 보물 같은 동네’ 예디쿨레 &사마티아

    이스탄불의 숨겨진 얼굴을 만나다



  • 취재부 기자 |
    입력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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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 너머 수천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숨겨진 이스탄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고즈넉한 성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예디쿨레와 사마티아다. 동로마 제국부터 오스만 제국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며 빚어낸 독특한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 일곱 개의 탑이 지킨 역사

 

여정의 시작은 ‘일곱 개의 탑’이라는 뜻을 지닌 예디쿨레 요새다. 5세기 동로마 제국이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거대한 성벽은 이후 오스만 제국을 거치며 이스탄불의 든든한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승전보를 울리며 귀환하는 황제만이 통과할 수 있었던 ‘황금문’은 예디쿨레의 상징과도 같다. 요새 내부의 탑은 시대에 따라 감옥, 무기고, 보물 창고로 쓰이며 역사의 파고를 함께했다. 탑과 탑 사이를 잇는 통로에 올라서면 푸른 마르마라해와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가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에디터 사진

이스탄불 예디쿨레 전경©튀르키예문화관광부

 

 

■ 시간이 멈춘 거리

 

요새를 뒤로하고 사마티아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로 노천 박물관이다. 우아한 종탑이 매력적인 성 콘스탄틴 · 헬레나 정교회와 동로마 수도원에서 모스크로 변모한 임라호르 모스크(구 스투디오스 수도원) 유적은 지역의 중층적인 역사를 대변한다. 사마티아 광장에 들어서면 로컬들의 정겨운 일상이 여행자를 반긴다.

 

오래된 목조 저택을 개조한 카페에서 터키식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거나, 골목 곳곳의 중고 서점과 제과점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사마티아 교회(철도 노동자들의 교회), 수르프 케보르크 아르메니아 교회 등 다양한 신앙의 유산이 공존하고 있어 이스탄불 특유의 포용적인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에디터 사진

이스탄불의 사마티아 거리©튀르키예문화관광부

 

 

■ 미식가들의 성지

 

과거 작은 어촌이었던 사마티아는 오늘날 이스탄불에서 손꼽히는 미식의 거리다. 터키식 선술집인 ‘메이하네’ 문화가 가장 활발하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사자술이라 불리는 전통주 ‘라크’와 함께 신선한 제철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병아리콩과 양파로 만든 아르메니아 전통 요리 ‘토픽’이나 바삭한 생선 뵈렉 등 사마티아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메제(전채 요리)는 여행의 풍미를 더한다.

 

 

■ 치유와 희망의 상징

 

여정의 마침표는 발르클르 그리스 병원이다. 18세기 전염병의 위협 속에서 세워진 이곳은 단순한 의료 기관을 넘어 이스탄불 사람들의 자취와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병원 정원 내 위치한 아야 하랄람보스 교회는 전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성인 하랄람보스에게 헌정된 곳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온 이들에게 ‘영적인 방패’가 되어주었던 희망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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