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닐라 시내 한복판에서 라운딩?.......인트라무로스CC
2> 필리핀 최고의 난이도에 도전한다!.....이글릿지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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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이색골프를 논하기 전에, 알래스카에서의 골프경험 보따리부터 먼저 풀어 보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 있는 노스스타 골프클럽에서 이색 골프체험을 한 적이 있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오후 8시가 티업타임이었는데, 해는 지지 않고 오히려 강열한 햇볕이 내리쬈다. 선크림을 듬뿍 발라야 했고, 선글래스도 착용해야 했다. 18홀 정규코스를 갖췄지만 대부분의 홀에는 눈 녹은 물과 빗물이 고여 정상 라운딩이 어려웠다. 길게 자란 풀은 그린에서 퍼팅을 하는 건지, 페어웨이에서 하는 건지 구분이 모호했다. 자연 그대로의 골프장이라 동물들이 볼을 훔쳐가기 일쑤였고, 자칫 딴 생각을 하다보면 다음 홀로 건너뛰기도 했다. 이 골프장의 하이라이트는 샷을 하기 위해 호흡을 고를 무렵부터 시작되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모기떼 공격이다.
아~~~ 이래서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골프장 Top5에 드는 구나를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왜? 갑자기 알래스카 골프장을 언급 하냐고? 이유는 단 하나다. 얼마 전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인트라무로스CC에서 체험한 야간 이색골프 때문. 이 골프장 역시 앞으로 10년간 주변 지인들에게 ‘나 이런 경험했어’라며 우려먹기 딱 좋은 스토리텔링 감이다. 10년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이만한 홍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인트라무로스의 매력있는 골프세계로 들어가 보자.
<마닐라=류동근 기자 dongkeun@gtn.co.kr>
<취재협조=필리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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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라무로스CC
2025년 10월10일 오후 5시 마닐라시내. 어둑어둑 해가 서산에 걸릴 시간이다.
인트라무로스 골프장은 입구부터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분명 골프라운딩을 왔는데, 고대 아주 오래된 성에 들어 온 듯 황홀경에 빠진다. 오래된 성벽을 두어개 지나면 자그만 클럽하우스와 골프카트가 보이고, 그제 서야 골프장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해외에서 야간라운딩은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마닐라 시내 한복판에서 골프라운딩을 한다는 게 당최 믿겨지질 않았다. 전날 내린 비로 노면은 질퍽했다. 짧은 거리로의 이동이라 대부분 핸드캐리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들이라 특별대접(?) 차원에서 모두 카트를 태웠다. 2인 1카트에 1인 1캐디였고, 대부분이 관록(?)있는 남자캐디들이 많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라운딩 시작시간이 임박해졌다. 카트에 앉아 스코어 카드를 점검했다. 스코어카드 좌측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Tee-off at the walls'-성벽을 배경으로 티샷을 하는 상황이 매홀 연출된다. 대충 그런 뜻으로 이해했다.
스코어카드에는 블랙 티 4151, 미들 티 3751, 프론트 티 3280 야드로 표기돼 있다. 블랙 티 기준 3.79Km, 약 10리쯤 되는 거리다. 처음 시작하는 아웃코스는 PAR3 3개, PAR4 5개, PAR5 1개의 9홀이, 인코스 PAR3 4개 PAR4 5개 9홀 등 전체 66홀로 각각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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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번째 파3홀 티 박스에 올라섰다. 밖에서는 오토바이 경적소리와 차량 행렬이 뒤엉킨 탄성이 더 크게 들리는 듯 했다.
티 박스 좌측으로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쌓은 성벽이 둘러 쌓여 있다. 성벽 난간에는 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라운딩을 하는 이방인들도 보면서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첫 홀은 짧은 파3홀이라 큰 실수가 없다면 대부분 무난히 넘어가는 홀이다.
문제는 2번 홀. 파4인데, 약간만 슬라이스가 나면 바로 담장 밖 도로로 공이 날아갈 수도 있다. 우측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다들 무의식적으로 잡아당긴다. 10명중 9명은 좌측으로 볼이 날아간다. 하지만 선천적인 슬라이스 구질은 어쩔 수 없이 우측 러프지역으로 볼이 향하기도 한다. 호쾌하게 샷을 날리기에는 주변 환경이 받쳐주질 않아 소극적인 드라이브샷들을 보여준다. 자칫 볼이 잘못 날아가 사람을 다치게도 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샷이 더 신중해지고 정확하게 날아가는 효과가 있고 점수도 더 잘나오는 것 같았다.
3번째 홀인 파3홀은 정말 진땀을 흘려야 한다. 그린주변에 벙커에 볼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 쪽을 향한 벙커에 빠지면 만감이 교차한다. 풀 샷을 해야 벙커에 있는 공을 탈출시킬 수 가 있는데, 자칫하다간 담장 넘어 사람과 차들이 있는 쪽으로 공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낮이라면 날아오는 공을 피하거나, 심리적으로 실수를 덜 할법도 한데, 야간라운딩은 벙커에서 잘못 탈출시키다간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캐디에서 사고와 관련해 물어보면 희한하게도 그들은 한결같이 ‘노 플라브럼’. 문제가 없다고 답을 한다. 지금도 아이러니하다.
18홀 중 유일하게 아웃코스 7번홀은 PAR5홀이다. 호쾌하게 드라이브샷을 날릴 수 있다. 상급자의 경우 드라이브가 잘만 맞는 다면 427야드(블랙티 기준)여서 투온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매홀 매홀마다 신경을 곤 두 세울 수밖에 없다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얻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날 비가 내렸다면 카트보다 핸드캐리어를 권한다. 카트는 페어웨이 진입은 안되며, 배수가 잘 되질 않아 비포장도로에서는 카트를 빼내는 일로 애를 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리 힘든 경험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인트로무로스 골프장은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전반이 지나고 후반전으로 갈수록 점점 매력에 빠지게 되는 이유도 라운딩을 하면서 작은 스페인 인트로무로스의 도시 속 문화에 흠뻑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인트로무로스 골프장은 1908년에 개장한 유서 깊은 골프장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다. 현재는 마닐라시가 관리하고 있으며, 골프비용도 저렴해 찾는 이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들고 있다고 한다. 짧은 전장으로 인해 이 골프장은 정확한 샷과 퍼팅이 요구되는 도전적인 코스로, 골프를 즐기면서 마닐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기도 하다. 여기에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으며, 골프 레슨과 라운딩 예약도 가능하다.
■작은 스페인 ‘인트라무로스’
골프장 안쪽에 위치한 작은 스페인 인트라무로스는 1571년 건설된 스페인 지배계급만이 살 수 있었던 '벽의 안쪽'이라는 뜻을 가진 성곽도시다. 16세기 말에 세워진 이 도시로 이른바 벽의 안쪽엔 스페인들만이 살 수 있었다.
이 도시는 탐험가 마젤란이 필리핀에 첫발을 내딛은 후 스페인 자국민들의 주거와 행정을 위해 건설된 곳으로, 필리핀의 첫 도시이자 메트로 마닐라의 출발점이다.
성곽 길이만 4.5Km이고, 내부면적은 수원화성의 절반에 달한다. 특히, 300년이 넘도록 필리핀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이곳은 현재 필리핀 사람들의 평온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인트라무로스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건축물은 스페인 지배계급들이 세운 성당이다. 1581년에 세워진 마닐라 대성당과 1571년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산 어거스틴 성당이 대표적이다. 인트라무로스는 올해 초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방영되면서 국내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아름아름 관광도 즐기면서 골프도 즐기려는 실속파 관광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