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9월 1일부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간다. 무안공항 참사 이후 급격한 실적 악화와 그룹 차원의 재무 위기까지 겹친 가운데 영업력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1조49억원, 영업이익 1643억원, 순이익 292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와 전년 동기를 비교하면 매출액이 7170억원으로 28.65% 감소, 영업이익이 147억원으로 91.09% 감소, 순손익이 292억원에서 -425억원으로 적자전환 및 717억원 감소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생존 전략에 가깝다. 모회사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까지 매각에 내놓을 정도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조직을 정비하고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새 커미셜본부를 김이배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본부장직도 대표가 겸직한다. 기존 마케팅·기획 등 지원 부서는 타 부서로 재배치해 영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한다.
또한, 팀 단위 통합을 통해 조직 슬림화를 추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화물사업실은 폐지된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B737-800 화물기 2대는 이미 운항을 중단한 상태로 소형기 한계 탓에 실적이 미미하다는 내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화물 관련 조직은 ‘화물팀’으로 격하돼 운송지원본부 산하로 들어간다. 운송지원실은 본부로 승격돼 전반적인 운송 인프라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본부장·실장급 상당수가 교체된다. 정재필 커미셜본부장을 비롯해 정보보안실장, 화물사업실장, 정비본부장 등이 계약 종료 또는 해임됐으며 전체 보직자의 40~50%가 변경될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마케팅실장은 팀원으로 강등되고 마케팅팀장은 부가사업팀을 겸직하는 등 직급 조정도 이뤄졌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적자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측된다. 참사 여파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린 데다, 과도한 LCC 경쟁사들과 운임 경쟁, LCC업계 전반이 수익성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AK플라자·애경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애경산업까지 매각에 내놓는 등 극단적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영업력 회복을 통해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애경그룹의 강력한 메시지”라며 “다만 LCC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단순한 조직 슬림화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규한 기자> gt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