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여행지를 벗어나 한층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여행객들 사이 ‘우회 여행지’가 기존의 여정에 매력을 더할 색다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숨겨진 지역 명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수월해지면서 트렌드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배녹번 피노누아 로제 와인 ⓒJames Jubb and Tourism Central Otago
뉴질랜드관광청은 이러한 관광객 수요를 반영해 뉴질랜드의 인기 여행지로 가는 길목에 놓인 숨겨진 명소들을 통해 뉴질랜드 여행에 특별함을 더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우회 여행지’를 소개한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테아나우와 마나포우리 우회 여행
밀포드 사운드는 뉴질랜드의 자연 경관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이 곳의 웅장한 피오르드지형과 폭포를 감상하기 위해 한해 100만명에 가까운 여행객들이 방문한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잔잔한 호수를 품은 두 마을에서 차분히 여정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테아나우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테아나우 호수를 품고 있는 마을로, 자연과 야생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테아나우 호수에서 즐기는 산책과 카약,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 투어는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더욱 반짝이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테아나우 반딧불이 동굴 투어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인근의 마나포우리 또한 고요한 아름다움과 잘 보존된 역사를 자랑하며, 그림 같은 풍경과 평화로운 분위기로 피오르드랜드 여행에 매력을 더한다. 특히, 마나포우리 호수의 보트 위 휴식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 줄 순간이다. 테아나우와 마나포우리 두 마을 모두 밀포드 사운드와 다우트풀 사운드 같은 상징적인 여행지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이상적인 우회 여행지다.
아오라키 마운트쿡으로 가는 길, 메스번과 애쉬버튼 우회 여행
아오라키 마운트쿡 국립공원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와 숨막히는 알파인 경관을 자랑하며, 이곳에 자리한 아오라키 매켄지 밤하늘 보호구역에서는 감탄을 자아내는 밤하늘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오라키 마운트쿡으로 가는 길, 한 시간 반 남짓이면 작지만 활기찬 마을 메스번이 나타난다. 연중 내내 다양한 어드벤처 투어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겨울에는 세계적 수준의 마운트 헛 스키장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여름에는 마운트 헛 바이크 파크에서 산악 자전거 모험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만끽할 수 있다. 피로가 쌓였다면 오푸케 온천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남알프스 산자락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온천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메스번 남쪽 인근, 라카이아 강과 랑기타타 강 사이에 위치한 애쉬버튼은 뉴질랜드의 전통적인 농촌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두 강은 연어와 송어를 낚는 플라이 낚시 장소로 유명하며, 애쉬버튼에는 빈티지 철도 박물관, 항공 박물관, 자동차 박물관을 포함한 6개 박물관들과 로컬 공예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를 지나 다우트리스 베이 우회 여행
오클랜드에서 북쪽 3시간 거리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144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해양 지역으로, 환상적인 바다와 해양 스포츠의 성지이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가 가능하며, 인근에는 방문할 가치가 높은 소도시가 즐비하다. 베이 오브 아일랜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케리케리를 경유해 다우트리스 베이로 이어지는 즐거운 우회 여행을 고려해보자.
다우트리스 베이 지역은 청정 해변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로운 해변의 낭만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특히 해변의 일몰이 매우 아름다워 석양을 배경으로 바다와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드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마이타이 베이와 와이카토 베이에도 꼭 들러 보자. 화려한 붉은 색의 포후투카와 꽃이 만개한 백사장 해변은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해변가의 레스토랑에서는 클래식한 뉴질랜드식 피쉬앤칩스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로토루아를 지나 마운트 마웅가누이 우회 여행
로토루아는 지열 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온천과 간헐천, 그리고 마오리 문화 체험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북섬의 대표 관광도시다. 울창한 숲 속을 가로지르는 집라인이나 거대한 공 안에서 언덕을 구르는 조빙과 같은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로토루아를 벗어나 1시간이면 도착하는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의 마운트 마웅가누이는 이와는 또 다른 매력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더 마운트’로도 불리는 마운트 마웅가누이는 난이도가 낮아 초보자도 30~45분이면 오를 수 있지만, 정상에 다다를 때 주어지는 보상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과 남태평양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탁 트인 파노라마 뷰는 마운트 마웅가누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좀 더 활동적인 여행객이라면, 뉴질랜드 최고의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마운트 마웅가누이 해변에서 해외 첫 서핑에 도전해 보자. 비교적 완만한 파도로 초보자에게도 적합하며, 해변 곳곳에는 연중 서핑 레슨을 제공하는 많은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퀸스타운을 지나 크롬웰과 배녹번 우회 여행
퀸스타운은 모험의 수도로 불린다. 환상적인 자연경관 속에서 번지 점프, 스카이다이빙, 제트보드, 패러글라이딩 등 짜릿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키와 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 또한 완벽히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 와이너리 탐방, 와카티푸 호수 크루즈, 또는 인근 소도시 탐험 등 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공존한다.
퀸스타운에서 약 30~45분 거리에 있는 크롬웰과 배녹번은 뉴질랜드 초기 정착민들의 흔적을 돌아보며 모험의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기 좋은 재충전의 마을이다. 크롬웰은 다양한 과일을 재배하는 마을로, 여름철 이 곳을 방문하면 어디에서나 신선한 제철 과일을 쉽게 맛 볼 수 있다. 주요 명소인 크롬웰 역사 보호구역에서는 1800년대 골드러시 시절 뉴질랜드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크롬웰 외곽의 작은 광산 마을이었던 배녹번에도 초기 정착 시절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배녹번 슬루싱 역사 보호구역에서는 금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이 만든 흥미로운 지형과 더불어 댐, 터널, 갱도 그리고 스튜어트 타운 등의 역사적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배녹번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 중 하나로, 고품질의 피노 누아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와인 테이스팅과 보헤미안 풍경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 지역은 퀸스타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매우 이상적인 우회 여행지다.
<이규한 기자> gt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