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호에서 항공업계 상반기 재무분석에 이어 공급 및 수요 현황과 항공업계 올해 전망에 대한 내용을 수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은 국내 항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며, 미국을 제한 필수 신고 국가들은 승인이 끝나 연내 기업 결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로 인한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더불어 여행 트렌드 변화 등에 대한 다방면의 분석을 통해 항공업계의 미래 전망까지 알아본다.
2019년 대비 매우 높아진 항공 운임 단가
우호적인 수급 환경 속 항공 운임 단가는 매우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노선별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의 편도 운임 단가를 추정해 보면, 2024년 2분기 기준, 일본 17만원, 중국 16만원, 동남아 28만원, 미주 108만원, 구주 103만원이다.
참고로 2019년 2분기 운임 단가 추정치는 일본 12만원, 중국 13만원, 동남아 22만원, 미주 62만원, 구주 70만원이다. 2024년의 운임 단가가 2023년 대비로는 약 10% 수준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로는 높은 상황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을 한가지 꼽아보자면, 일본 노선의 FSC 및 LCC 운임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전 2017~2019년의 경우 LCC가 FSC의 50% 수준에서 판매해 왔지만, 2023년 이후로는 약 65%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어, 그만큼 LCC의 공격적인 운임 전략과 일본 노선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FSC와 LCC가 경합 중인 타 노선(중국, 동남아)의 경우는 운임 격차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강중약→강약 체제로’ 항공업계의 새로운 바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가 시작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2021년 1월, 14개국에 대해 기업결합 신고 후 2023년 2월 13일 EU 조건부 승인으로 총 13개국으로부터 승인 또는 심사 종료가 진행된 상황이며,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어 연내 기업결합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해외경쟁당국이 우려를 표명한 경쟁제한 노선에 대한 독과점 우려 완화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슬롯(및 운수권) 반납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통합 이후 몇 개의 슬롯을 반납해야 경쟁제한 해소가 될지 명시하고 있지 않아, 반납 슬롯의 정확한 전체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통합 항공사(KE, OZ, LJ, BX, RS)의 노선 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킨다고 가정해 추산하면, 최대로 반납해야 하는 슬롯 규모는 200여개로 통합 항공사의 전체 보유 슬롯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미주와 구주는 2~30% 수준).
일부 슬롯 반납은 있지만, 그만큼 통합 항공사는 신규 노선을 개척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은 국내 항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과거 중/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 과열을 경험한 국내 LCC들은 더 다양한 곳, 더 멀리 가고자 새로운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대표적으로는 A330-300을 도입하여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 중인 티웨이 항공, B787-9을 도입하여 하이브리드 LCC를 꿈꾸는 에어프레미아가 있다. 통상적으로 장거리 LCC는 LCC 특유의 경쟁력(저비용, 기재/승무원 고가동 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FSC-LCC 단위비용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적 한계에도 티웨이 항공은 유럽 노선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개척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합병 과정 속에서 분배되는 미주/구주 노선 슬롯이 사업 확장의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천발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노선 총 23개의 유럽 슬롯을 이관받을 예정이다.
유럽 경쟁당국이 통합 항공사의 유럽 노선 경쟁 제한 해소를 위해 티웨이항공을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하여 노선 양도를 요구했기 때문 이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장거리 기재(A330-200) 임차 계약을 맺고 8월에 로마, 그리고 9월에 파리 신규 취항을 달성했다. 에어프레미아도 마찬가지로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미주 노선을 이관받을 예정으로 파악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모두 FSC의 80% 수준의 운임 가격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과거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 등장이 새로운 여행 수요를 촉발했던 것과 같이, 장거리 노선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 탄소중립을 위한 SAF 확대
지난 8월 30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합동으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올해부터 SAF 급유 상용 운항을 개시하고, 2027년부터 SAF 혼합 의무화 제도(국내 출발 국제선 모든 항공편 1% SAF 혼합) 도입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사실, 항공업계의 친환경 전환 흐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결의한 바 있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2050년까지 연평균 2%의 연료 효율 개선과 탄소배출량 증가 억제(2020년 배출량 기준)를 위한 CNG2020(Carbon Neutral Growth 2020)과 CORISA(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를 채택했다.
특히, 유럽은 2025년부터 전체 연료의 2%를 SAF로 대체할 예정이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40~80%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SAF 공급 체제가 확립되지 않아 가격이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가량 높아 항공사 비용 부담 증대로 이어질 가능 성이 크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향후 SAF 대량생산 체제 구축 등을 통해 가격 하락이 예상되나,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 항공사들은 연료 사용 절감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연료 효율이 높인 친환경 항공기 도입과 운항 효율화와 같은 연료 사용 감소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B787-9와 B737-8, A321-NEO와 같은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항공도 B737-8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비용 영향 최소화를 위해 운수권 배점 반영, 항공탄소마일리지 제도 도입,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등을 강구할 계획이다.
액티브 시니어 등장에 따른 계절성 변화와 여행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방안
앞으로 항공산업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이다.
실제로 전체 내국인 출국자 수 중 50세 이상의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5%에서 2023년 31%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5년(2017년~2022년)간 순자산 증가율을 연령대별로 조사해 보면 40대 이상에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며 구매력이 높아졌고,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선호 여가 활동은 여행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시니어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면, 항공 수요의 전통적인 계절성 변화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여행 성수기는 방학과 휴가 시즌이 집중되는 1분기와 3분기이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오히려 한적하고 날씨가 좋고, 항공 운임도 저렴한 2분기와 4분기가 성수기이다. 점차 여객 비중에서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1분기/3분기 = 성수기’ 공식은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앞으로 여행 시장에서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항공사들은 이러한 시니어 수요에 집중한 노선 발굴 및 마케팅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다변화되는 여행 수요이다. 2024년 글로벌 여행사/항공사들이 제시한 여행 트렌드에서 ‘새로운 여행지 탐험’이라는 키워드는 늘 빠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 유튜버들이 이색적인 지역에 방문하는 모습들을 보며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트래블월렛(간편 환전), 파파고(통/번역), 투어라이브(셀프 가이드 투어), 트리플(예약/일정 가이드) 등과 같은 서비스가 출시되어 여행에 대한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다.
항공사들은 단기적인 변화는 물론 여행 트렌드의 중장기적인 변화에도 선제적 대응 능력이 필요로 된다. 일각에서는 항공 업종의 구조적인 쇠퇴 흐름을 예상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사람들은 계속 여행을 떠날 것이고, 여객 수 증가도 계속될 것이다. 수요 변화에 걸맞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여객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고, 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이다.
<자료 출처=항공정보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