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중 상당수 인원들이 타업종으로 빠져나갔거나 타의적으로 사직한 이후 본래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도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행업종이 미래가 불확실한 업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여행업에 취업하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여행업종은 미래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타업종에 비해 급여가 현저히 낮기 때문일까요. 아마도 미래가 불투명한 것과 저임금이 맞물려 관광학부 대졸자들이 여행업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여행사를 경영하는 사업주들이 회사 경영을 잘못해 현재의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일만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덤핑상품으로 판매하고 그에따른 낮은 영업이익을 저임금으로 유지하며 회사 수익을 맞춰왔기 때문입니다. 사주들이 착복을 하거나 유용해서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여행사들은 4년제 대졸자를 채용해오다 언제부터인가 2년제 졸업자를 채용하며 저임금을 유지한채 재무제표를 맞춰왔던 것이지요. 이러한 그릇된 임금구조가 코로나를 거치면서 문제점이 한번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업종에 따라 각양각색 이지만, 타업종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10-30%를 넘습니다. 여행업종은 어떨까요. 여행상품 판매 마진이 5%도 안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마진율은 마이너스피도 있습니다.
게다가 신생 플랫폼 업체들이 출현하면서 마이너스피로 판매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여행사들이 저임금체제로 회사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입니다.
마진없는 상품가로 홈쇼핑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지상비는 택도없는 요금을 제시해 해외 현지 로컬여행사들은 질좋은 상품 개발이 아니라 저가호텔과 저가식당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합니다. 패키지여행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적정마진을 남겨 퀄리티 높은 일정을 만들기 보다는 경쟁사 보다 1천원 이라도 더 싼 상품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의 임금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절대적 요인이 되고 있지요.
우스캣소리로 오래전부터 소비자들은 항상 지금이 해외여행 적기라고 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현재의 저가상품가는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홈쇼핑상품가로는 여행사들이 이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홈쇼핑도 변질돼 랜드사 혹은 로칼여행사들이 홈쇼핑 비용을 50% 혹은 100% 지불하며 모객에 나섭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여행사들은 홈쇼핑방송에 브랜드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깁니다. 홈쇼핑 비용을 지불한 랜드사들이 현지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옵션만 10개가 넘습니다.
여행사들은 마진이 없어 힘들고, 저가로 여행한 소비자들은 행사부실로 컴플레인만 늘어나는 이상한 구조가 현재의 여행시장입니다.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여행사 임금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행사는 타업종과 달리 사람이 없으면 업무처리가 불가능 합니다. 인공지능이니 뭐니 하는 말도 여행업과는 동떨어진 얘깁니다. 즉, 사람이 없으면 유지가 안되는게 여행업입니다. 그런데도 직원에 대한 예우는 바닥입니다.
덤핑을 치니 영업이익이 줄고, 돈을 못버니 임금을 올릴 수 없으나, 사람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이상한 구조가 여행업입니다.
코로나 이후 패키지여행사들의 영업행태는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소여행사들은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국내 직원임금이 크게 올라 직원채용이 어려워 가족경영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초창기로 돌아가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요.
이처럼 저임금과 미래불확실 업종으로 낙인찍혀 대졸자들이 여행업을 기피하는 현 상황에서 패키지여행사들과 국적기들의 임금현황은 어떠할까요. 코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여행사들과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엇비슷한 업체들을 무작위로 골라 얼마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인지 대졸자들의 연봉초임을 비교해 봤습니다.
대체적으로 여행사들의 대졸초임은 3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연봉 역시 지난해말과 올해 들어 인상된 금액입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천만원대 중반 이었으나,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겼으며 그나마 인상된 것입니다.
국내 1등여행사인 하나투어 역시 지난해말 공채로 직원을 채용하며 인상한 것이 대졸초봉 3000만원입니다. 이외 패키지여행사들의 대졸초임이 엇비슷 합니다. 참좋은여행만이 조만간 대졸초임 3000만원에서 임금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업종의 대졸초임은 대략 평균 4000만원선 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패키지사들의 임금은 낮은 수준입니다.
대졸초봉이 5000만원인 대한항공을 예외로 하면 저가항공사들의 평균연봉은 4000만원 수준입니다. 티웨이항공이 4000만원 이고, 에어부산이나 진에어, 제주항공 등은 임금인상을 조율중으로 아마도 티웨이항공처럼 대졸초임 40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임금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복리후생 차원에서 지급되는 각종 부대비용 지급 수준이 타업종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입니다.
점심값, 교통비, 학자금, 의료비지원, PC구입비 지원, 복지포인트 지급 등에서 타업종 중소기업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졸초임 비교에서 벗어나 상당수 젊은 인력이 여행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복지정책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이제 여행사들이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졸초임을 점차적으로 인상하거나 복지정책을 확대하여 우수인재를 유치하느냐, 아님 인원을 선진국처럼 소수정예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사는 중소여행사처럼 가족경영으로 할 수 없다는게 문제가 아니겠는지요.
<최강락> ceo@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