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행시장은 어떠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기대와 절망’이 반복되다 결국 ‘실망과 푸념’으로 끝난 얄미운 한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에는 참으로 요상한 해였다. 금방이라도 해외여행이 재개될 것 같은 분위기가 상•하반기 말 두차례 있었다. 오랜 기다림에 반가움은 더했고 책상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설렘도 가져다 줬다. 사스와 메르스 등과 비교해 보면 좀 오래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코로나19로부터 조금씩 해방되는 듯 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제 상반기에는 여름시즌부터 당장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여행수요들도 폭발적으로 밀려들었고, 덩달아 홈쇼핑 판매는 연일 뜨겁게 달아올랐다. 해외여행이 꽁꽁 얼어붙은 지 1년여 만에 백신접종률 증가와 확진자 감소세에 힘입어 백신접종 완료자들에게 조금씩 해외여행의 물꼬가 트기 시작한 것이다. 괌과 사이판을 시작으로 해외여행은 이제 기대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계류장에 있던 항공기들도 기름칠을 시작했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모두가 희망에 부풀었고 여름과 추석 전세기 준비에 한껏 들떠 있었다. 상반기 여행시장은 이러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도 잠시, 7월 인도발 델타변이가 돌발악재로 확산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추석전세기는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취소됐고 오랜 기다림 끝의 기대감은 더 큰 절망을 불러왔다.
버티다 못한 대형여행사들은 희망퇴직을, 중소여행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여행업계 생존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연일 국회와 정부청사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정부는 북마리아나제도와 트래블버블 첫 체결을 시작으로, 백신 2차 접종률을 높이면서 겨울시즌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암흑 속에 갇혀 있던 여행업계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또다시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백신접종확대에 따른 여행심리가 개선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다. 여행사들은 앞 다퉈 휴직직원을 복귀시키고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정상근무체제로 전환해 겨울시즌에 대비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 대양주 지역 관련항공사와 관광청들은 2년 가까이 중단했던 팸투어를재개하는 등 사실상 코로나19의 깊은 장막에서 헤어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또다시 찾아온 오미크론변이. 델타보다 더 전파력이 강한 이 돌발악재로 업계는 또다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겨울전세기는 줄줄히 취소되고 희망을 꿈꾸던 직원들은 다시 집으로 향하고 있다. 따듯하게 맞이할 뻔 했던 지난해 12월 연말은 혹독했다.
다시 시작된 2022년 임인년 새해. 여전히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는 반드시 새희망이 싹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류동근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