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중견기업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에 대해 여행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오는20일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앞두고 막바지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 무산될 경우 청산(파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형 패키지사를 비롯한 항공권 판매 여행사들이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미수금이 100억 원 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만약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경우 여행사의 미수금은 사실상 받을 길이 더욱 요원해진다.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여행사의 미수금은 일반적인 미수금과 달리 성격자체가 다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중국 사드문제, B737맥스 기종 추락사건, 노재팬 운동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자금난에 봉착하자 판매여행사들로부터 ‘충전방식’의 판매정책을 펼쳐왔다.
충전방식이란 여행사가 일정금액을 미리 이스타항공에 현금으로 지급한 후 발권할 때 마다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모 여행사가 각 팀별로 1억 원씩 총10개 팀에서 10억 원을 이스타항공에 현금으로 지급한 후 각 팀에서 필요한 만큼 발권한 후 다시 충전하는 식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러한 충전방식을 통해 부족한 현금을 확보해 왔고 부실여행사에 돈을 떼일 염려도 없어 타LCC에 비해 충전방식의 판매를 고집해 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티켓량이 많은 대형여행사의 경우 매일매일 잔액관리가 쉽지 않을 뿐 더러, 갑작스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이스타항공 운항이 중단되자 충전해 놓은 금액을 쓸 새도 없어 피해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각 여행사들은 충전금액에 대한 피해금액은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지만 대략 여행사별로 적게는 억 단위에서 대형여행사들의 경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여행사 한 임원은 “이스타항공은 충전방식의 판매정책에서 보듯 기본적으로 여행사를 우롱하고 갑질을 해 온 전형적인 항공사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긴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영업이익률이나 누적적자, 창업주의 배임횡령 등으로 코로나가 아니어도 파산했을 항공사”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여행사 부채는 일반기업이 회생절차를 밟을 때의 부채하고는 성격이 다르다”며 “피해금액에 대해 부실채권으로 결손처리를 했지만 돈을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받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무관계에 놓인 여행사들은 미수금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이스타항공이 우량기업에 매각되길 희망하고 있다. 코로나여파로 타 항공사들도 정상운항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파산보다는 회생을 통한 장기적인 부채탕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개시 결정 후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채무관계에 있는 여행사들에게 회생채권 신고서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4월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5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된 데다, 2000억원대에 달하는 빚더미 항공사를 선뜻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여행사 미수금 변제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