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실직을 했는데, 저 마저 무급휴직을 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나요”
여행사들이 버티다 버티다 못해 무급휴직으로 전환하자, 여행사 여직원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여행사 대표들은 폐업도 맘대로 할 수가 없는 처지다. 지난해 초 정부나 지자체에서 빌린 융자금을 갚지 않으면 폐업도 할 수 없다. 견디다 못한 중소여행사 대표들은 국회 앞에서, 각 지역 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겨울 찬바람에 시린 손을 비벼가며 읍소하듯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반세기 동안 큰 굴곡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여행업의 모습은 이렇듯 코로나19라는 장벽에 1년째 갇힌 채 모진 겨울을 두 번씩 나고 있다. 코로나19 1년을 뒤돌아 봤다.
■ 문화체육관광부 ‘소관부처 맞나?’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사스와 메르스 처럼 길어야 6개월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팬데믹 쇼크는 1년째 여행업의 기능을 마비시켜 버렸다. 업계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릴 수 있을지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미 많은 여행인들은 자포자기를 한 상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벌써 제 살길을 찾아 떠났다. 수십 년 간 일궈온 사업장 문을 스스로 내리며 훌훌 떠나는 여행인들의 뒤태는 애처롭기 까지 하다.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코로나이후 어떻게 시장이 변하게 될지 기대조차 없다. 그저 지금당장 임대료나 고정비용을 낼 걱정 뿐 이다.
굴뚝 없는 기간산업이라 외쳐대며 육성의지를 보이던 소관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다. 관광국장 출신 장관도 나 몰라라 떠나버린 여행업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더 이상 여행업의 소관부처이길 거부하는 모양세다.
10만 명 여행관계자들은 이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대부분 실직을 하거나 모진 세월을 견뎌 가며 하루하루 버티는 일만 남았다.
■ 온갖 불법·편법 등 장기화 부작용
주무부처의 방관 속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은 심히 우려스럽다. 여행사 대표들 중 일부는 직원들에게 대놓고 유급휴직을 유지하는 대신 회사에서 부담하는 금액만큼 피드백을 요구하고 있다. 유급휴직의 경우 회사에서는 10%의 고용유지지원금과 4대 보험, 퇴직금, 임대료 등을 합해 한명 당 대략 월 50만∼7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해 주는 대신 회사의 부담을 직원에게 떠 앉기고 있다.
반대로 직원들이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퇴직금과 보험을 비롯해 임대료 일부를 자신이 부담할 테니 유급휴직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한다. 오죽하면 대표와 직원사이에 이러한 불법과 편법이 횡행할 까만은 현재로선 양측모두 이것이 최선이라고 여기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행인들은 위험천만한 외줄을 타고 있다.
■ “그동안 쉽게 벌었다” 자정의 목소리
코로나19 여파는 여행업계에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나온 시절에 대한 성찰이다. 지금까지 너무 쉽게 사업을 영위해온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좌판만 깔아놓으면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돈벌이가 됐던 과거의 여행업에 대한 부러움과 더 이상 이런 시절이 올 것 같지 않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발 빠른 업체들은 뉴노멀 시대를 맞이할 구상에도 여념이 없다. 시스템을 정비하고 여행플랫폼을 준비한다. 인적 구성원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 맞는 여행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가 부담되는 여행업의 특성을 고려해 코로나이후의 여행시장은 고객들의 구미에 딱 맞는 여행 플랫폼 싸움이 될 것으로 예측한 챗봇같은 여행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생계형 알바도 늘고 위험도 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처한 금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행인들은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험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지금의 생계형 아르바이트는 더욱 다양해지고 더 위험한 일들을 선택하고 있다.
코로나19 초창기 택배나 대리운전, 보험설계사, 건설노동자 등으로 전전긍긍하던 이들은 이제 돈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여행인들 사이에 음성녹음 알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알바는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AI기능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에서의 목소리 데이터가 필요하다보니, 정해진 문구의 목소리를 녹음해 전달하는 것이다. 하루 1000문항 정도를 5∼6시간 꼬박 녹음해야 겨우 5만 원 정도 수입이 생긴다.
수입이 더 나은 고 위험 알바도 서슴치 않는다. 일부 여행인들은 격리환자가 수용된 지역의 방영알바에도 대거 지원하고 있다. 감염 위험은 있어도 월 300만 원 대 수익이 보장되지만 이 마저도 50대 이상은 나이제한에 걸려 지원하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또 버스나 택시 등 자동차 방역에 알바로 일하는 여행인들도 많은 실정이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8시간 최저시급제로 월 180만 원 정도 수입이 발생한다.
이처럼 차디찬 알바현장으로 내몰리는 여행인들게 구원의 손길은 절실하다 못해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