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무조건 버티고 보자던 여행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을 새로 정비하고 세일을 강화하는 한편, 등산이나 악기, 요리 등 자기계발에도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여행사 홈페이지 리뉴얼 등 온라인 정비
랜드사 지방 세일 확장 … 유대관계 강화
현지업체 기존 상품 보완·신상품도 개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여행업계에도 신풍속도가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마냥 버티기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 삼아 내실을 다지려는 업체들이 서울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중·소규모 여행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홈페이지 제작업체들과 미팅을 통해 그동안 소홀했던 자사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거나 홈페이지가 없는 업체들은 신규 개설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온라인에 집중하게 된 데는 서울시가 1000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한 업체당 500만 원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온라인 콘텐츠 고도화 및 제작비용 지원, 예약시스템 및 플랫폼, 홈페이지 개선 등에 쓰도록 했다.
랜드사들은 지방세일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방에 있는 여행사들도 대부분 대표들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랜드사 들이 이러한 기회를 틈타 지방으로 세일을 확장하고 있다.
한 랜드사 대표는 “여행경기가 활성화 되던 때는 지방세일을 다녀도 담당자를 만나 차한잔 마시기도 힘들었지만 최근 전국을 돌며 세일을 다녀왔는데 만나기 힘들었던 여행사 대표들과 여유있게 대화할 수 있어 세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방 여행사 대표들은 여행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누구도 방문하지 않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줘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고 말했다.
현지 여행사 대표들도 초창기 우왕좌왕 하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조금씩 코로나19를 극복할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시장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그동안 게을리 해 왔던 한국인 트렌드에 맞는 신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기존 상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파악해 현장방문을 통해 체크하는 등 상품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의 한 현지여행사 대표는 “코로나 확산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식당과 마사지 샵, 차량 등이 한순간에 올 스톱되면서 눈앞이 캄캄했다”며 “그러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현지상품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과 별개로 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여행인들도 상당수다. 그동안 취미 생활를 별로 즐길 시간이 없었으나 최근들어 기타나 색소폰, 드럼 등 악기를 배우거나 요리, 등산 등을 취미로 즐기면서 코로나19사태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내여행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근 일주일 동안 20명 안팎으로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은 크게 주춤해지자 국적 항공사를 시작으로 국내여행 전문업체들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항공기 집중 투입 및 상품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여행 활성화는 다가오는 5월초 6일간의 연휴기간동안이 고비로,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을 경우 국내여행은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5월 중순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 상품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현지 업체들과 코로나 종식이후에 대비해 상품가격 조율 및 상품일정 등을 촘촘히 준비해 왔다”며 “여행상품은 물론 골프시즌과 맞물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현재처럼 한자리 숫자가 유지될 경우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코로나 쇼크로 인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1.4%로 떨어져 지난 2008년 4분기 금융위기 때 -3.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여행사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주시 모 여행사 대표가 자금난에 봉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바 있듯, 소규모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경우 대리운전이나 배달, 음식점 등 다른 업무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달픈 삶을 사는 여행인들도 많은 실정이다.
<류동근 국장> 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