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환불을 거부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7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금 고갈을 피하는 것”이라며 “재정적으로 취소된 항공권 환불을 감당할 처지가 거의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권에 준하는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덧붙여 논란을 가중시켰다. IATA에서 환불 불가를 선언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된 직후, 항공사들은 중화권 노선을 중심으로 수수료 없이 환불을 진행했으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환불 대란에 빠진 항공사들이 유동성 문제에 빠졌다. 이에 IATA 측에서까지 현금 환불 대신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먼저 입국 제한 조치로 취소가 불가피한 항공권에 대해 외국항공사들이 먼저 바우처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권 환불을 중단하고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예매할 수 있는 바우처 교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바우처 사용 기간이 짧고 당장 현금 환불을 받을 수 없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일부 외국 항공사들은 정상 운항스케줄이 있는 경우 코로나 사유로 수수료 면제가 불가하다는 조항을 걸어놔 사실상 바우처 말고는 환불 받을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자금난에 빠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 외국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집단이기 때문에, 당장의 현금 지출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며 “혜택을 얹어주는 바우처와 크레딧 등으로 고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항공사들은 더욱 늘어나는 실정이다. IATA의 공식 입장 발표 후 외국 항공사에서 먼저 시행했던 바우처 제도를 대한항공도 도입하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바우처를 통한 환불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영 기자> naju@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