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영
취재부 기자
naju@gtn.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거리의 풍경이 바뀌었다. 마스크 행렬과 곳곳의 손세정제는 이제는 익숙한 장면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빠르게 바뀌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그보다 더욱 빠르고 잔혹하게 바뀌었다.
안전과 방역을 이유로 혐오 발언은 정당화가 되고, 확진자를 향한 도를 넘는 비난의 목소리는 지지를 얻는다. 서구권 나라에선 아시아인들을 바이러스 덩어리 취급하며 수업참여를 금지 시키는 등의 인종차별도 서슴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다 싶어 특정 인종 혐오발언을 마음껏 내뱉고, 사람을 사람이 아닌 보균자로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타 인종에 대한 차별이 코로나를 핑계로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과 혐오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서구권 나라, 특히 기득권인 백인들의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면 이 같이 혐오 발언이 난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사회 분위기는 비난의 대상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옳고 그르든, 사실이든 아니든 비난을 통한 공포 분위기는 더욱 겹을 쌓고 있다. 여행업계도 무차별한 비난 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며칠 전 ‘동남아 여행도 꺼려지는데…위약금 내야 환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국으로 퍼지고 있는데, 왜 너희 여행사들은 위약금을 받으며 환불을 진행하느냐는 비난 여론을 가득 담고 있는 제목이었다. 이미 많은 여행사들이 중국 지역은 100%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위약금은 사전에 고객과 여행사가 맺은 계약의 일부로, 여행을 취소했을 경우 여행사가 입을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제도다.
문제는 고객들이 취소 수수료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상품을 진행하지도 않고 수수료를 거저 받았으니 여행사만 이득을 본다 생각하고 여행사가 마치 고객들을 상대로 갑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억울함을 토로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은 병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상황에서 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가지게 됐다.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 발언과 여행사에 대한 비난 발언이 하나의 맥락을 가지는 것은 혐오와 무지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혐오와 무지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자란다.
고객들이 항공권이나 현지 호텔 등을 여행사가 중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변동이 없다면 여행사는 무료로 취소해줄 도리가 없다는 걸 정확히 알았더라면 이해의 폭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졌을 것이고, 무차별한 비난 여론도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하는 차별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차별이라는 것을, 그리고 특정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이 바이러스를 막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인식이다. 어느 때보다 이성적인 판단과 서로를 향한 이해심, 진실을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