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 –20억 원, 전년 대비 –40%.
여행업계 이야기냐고? 그럴 듯한 추측이지만 아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영업실적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위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적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가 오프라인 대 온라인의 구도로 재편됐다. ‘오프라인 업체끼리 싸워봤자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세상’인 셈이다.
웬 뜬금없는 마트 타령인가 싶겠지만 여행업계 사정과 판박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OTA사들의 성장으로 고객들의 여행상품 구매 패턴이 달라졌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여행사의 주머니 사정은 열악해졌다.
올 상반기 주요 대형여행사의 영업실적은 지난해 대비 30%가 하락했다. 취재 차 만난 여행사 분들이 ‘잘 지내냐’는 인사보다 ‘힘들어 죽겠다’는 한탄으로 시작하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대목 중의 대목인 추석연휴가 코앞이다. 여행업계는 추석 연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특가 상품을 출시하고 덩달아 랜드사도 추석 특수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들 바쁜 와중에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들린다. 항공사에서 최근 뜨는 동남아 노선에 하드블록을 강요해 여행사며 랜드사며 스트레스가 줄줄이 소시지란다. 좌석을 모두 소진하려면 여행사는 상품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랜드사로까지 전가된다.
성수기든 비수기든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여행업계의 고질병이다. 여행 산업에 귀속된 업체들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불경기에 수익 하락은 서로를 더 예민하게 만든 것이다.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 또한 불투명하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 불매, 여행자제 움직임은 사그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8월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간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20%가 줄어들었고 하나투어의 일본 상품 판매는 20%, 모두투어는 80%가 줄었다. 닛산, 도요타 등 일본자동차 판매량도 반 토막이 났고 일본 맥주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항공사든 여행사든 랜드사든 일본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피해가 큰 상황이지만 서로 힘을 합치기는커녕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한다. 서로 돕고 살자는 품앗이 풍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업체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협회조차도 먼저 나서서 움직일 생각은 없는 듯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비용절감, 노선 축소 등은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에 불과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것이 우선이고 그래서 나 외에 다른 업체의 사정이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불황 속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힘을 합쳤으면 한다. ‘힘들어 죽겠다’는 한탄이 조금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김기령 기자<glkim@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