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행사·상장 LCC업체도 ‘사상 최저’ 기록
영업실적도 동반하락… ‘여행업계 불황 장기화’ 조짐
7월 여행업종 주가가 맥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나투어 주가는 4만9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하나투어의 자회사인 하나투어재팬의 주가도 지난달 30일 1075엔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다. 2개월 전인 지난 5월 하나투어재팬 주가가 1700엔 대에서 거래됐던 것과 대비된다.
대한항공 주가도 52주 최저가인 2만4400원까지 하락했다.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에어부산을 제외한 상장 LCC 주가도 상장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7월 여행주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7월 초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반발한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 확산이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 여행도 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한 것이 여행주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여행사는 물론 항공사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패키지 수요 뿐 아니라 개별 여행 수요도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일본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순 이후 지방 공항에서는 일본행 항공기 탑승 수속장은 텅텅 비어있는 등 표면상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LCC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LCC들은 일본 노선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운항 노선의 30% 이상이 일본 노선으로 일본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주가 하락폭도 컸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 2만5700원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연중 최고가인 4만7000원을 기록한 것과 시기상 3개월 차이에 불과하다. 3개월만에 주가가 2만 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8월 1만2250원에 상장한 이후 지난달 31일에 52주 최저가인 5350원까지 떨어졌다. 진에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7년 말 상장 이후 신저가인 1만5700원까지 하락했다. 티웨이항공은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오는 9월 대구~구마모토 노선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도 대구~오사카 노선 운항을 주2회에서 주1회로 축소하고 도쿄 노선은 중단을 선언했다. 대한항공도 부산~삿포로 노선을 운휴하기로 결정했으며 인천발 일본행 노선 역시 공급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이슈로 인해 일본 사태 관련 여파는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산업이 지난 2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면서 인수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5000원 후반~6000원 초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거래량도 상장 여행주 가운데 가장 많은 208만5898건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못지않게 여행사들의 주가 하락세도 만만찮다.
모두투어 역시 2만 원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채 1만5250원까지 하락했다. 2014년 10월 1만2539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최고점인 4만3000원까지 찍었지만 이후 계속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랑풍선도 1만67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796억 원으로 떨어져 상장사 중 세중 다음으로 시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좋은여행 역시 7000원 대를 굳건히 유지하다가 일본 사태로 여행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지난달 31일 62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6000원 대로 하락하자 1000억 원을 유지하던 시총 역시 881억 원으로 줄었다.
여행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주식의 거품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치인 주가수익비율 PER(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높을수록 주식가치가 고평가됐음을 의미한다)도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PER가 70배로 고퍼주에 해당했고 이번 사태 이후 57.5배로 PER가 낮아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모두투어의 PER는 23.57배, 노랑풍선은 14.88배, 참좋은여행은 8.6배, 대한항공은 -12.7배, 아시아나항공은 -6배로 나타났다.
한편, 8월 신규 예약자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항공사, 여행사의 2분기 영업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여행주 하락에 대한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령 기자> glkim@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