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4월이었다. 고(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별세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일가에 경영 위기가 불어 닥쳤고 박삼구 회장의 퇴진에 이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에 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다.
여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여행사 영업실적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하나투어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하나투어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으며 이 여파로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경영체제 변화 기대감에 상승
대한항공의 주가는 최근 몇 개월 동안 3만2000~3만3000원 대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8일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에는 4만1650원까지 올랐다. 지난 3월26일 3만1400원으로 3개월 내 최저를 찍은 지 보름 만에 주가가 1만 원 이상 뛴 것이다.
지난 4월30일기준 대한항공 주가는 3만315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 주가가 4만1650원까지 올랐을 때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은 3조9502억 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지난달 30일의 시가총액은 3조1441억 원이었다. 조원태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다시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방어 문제 등을 해결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대한항공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이 결정됨과 동시에 주가가 폭등했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확정 지은 지난달 16일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9450원까지 치솟았다. 매각 소식이 공론화되기 전인 지난달 2일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565원이었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SK, 한화, 애경 등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뗬지만 인수의사를 밝혔던 기업들이 주가 상승 부담에 인수에서 한 발 물러나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66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 1조원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4148원으로 항공사 가운데는 대한항공 다음으로 시총이 높아졌다. 시총 2위를 차지하던 제주항공은 1조767억원으로 3위로 밀려났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르면서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4000원 중반을 기록하던 평균 주가 대비 2000원 이상 오르면서 지난달 30일 에어부산 종가는 6780원였다. 지난달 19일에는 9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부산을 베이스로 운영해온 에어부산은 인천발 노선 취항 계획을 발표하면서 볼륨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의혹 논란에 하락
상장 여행사들은 시끌벅적한 항공사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하나투어의 분식회계 의혹이 이슈화되면서 하나투어 주가는 7만2000원 대에서 5만89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곧바로 하나투어 측이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회계 조작 가능성이 낮은 데다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급락했던 주가는 6만 원대로 끌어올랐다. 하지만 의혹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되진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하나투어의 분식회계 의혹의 특징은 하나투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여행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됐고 직상장 여행사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달 17일 모두투어 주가는 2만1700원까지 떨어졌고 노랑풍선도 지난달 16일 2만91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다음날인 17일 2만6800원으로 하락했었다.
이번 사건이 의혹에 그치면서 하락했던 여행사들의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양상이지만 한번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완전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령 기자> glkim@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