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OTA, ‘빅데이터 무기’로 영역 확장
국적 LCC, 다양한 노선·요금으로 위협
‘제한적인 판매채널·경직된 항공가’ 걸림돌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다. 대한민국 여행 산업의 위기론이 여행사에 이어 항공사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곳은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외국 항공사의 한국총판 업체(GSA)들이다.
우선, 글로벌 OTA가 빅 데이터를 기반 한 맞춤화된 지역별 마케팅으로 서비스의 국경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진입 초반 당시만 하더라도 이들의 로컬정책은 전문화 및 세밀화 된 수준이 아니었다. 타깃 또한 GSA업체와 크게 겹치지 않은 개별 여행객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글로벌 OTA들이 좀 더 고도화된 지역별 맞춤 서비스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해당 노선의 여행 문화도 상당 부분 바꿔놓고 있다.
글로벌 OTA들은 여행사의 도움 없이 개별적으로 여행 가는 것을 가능케 해 그나마 여행사 그룹 세일로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 외항사 GSA의 판매에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더 이상 그룹 세일이 어려워진 외항사 한국 GSA들은 개별 여행객을 타깃으로 판매 전략을 수정해야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경쟁의 상대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로 바뀌었다. 국적 LCC 운항 노선은 대부분 개별 여행이 가능한 단거리 목적지에 집중돼있다. 꼭 같은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국적 LCC들의 운항 노선을 보면 충분히 대체 가능 목적지로 고객의 선택을 유도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 있는 외항사 GSA는 가격경쟁에서도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외국적 캐리어라고 하더라도 대형항공사(FSC)가 LCC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본사가 가진 지침이다.
게다가 항공권 판매 채널도 극히 제한적이다. 다양한 글로벌 OTA나 가격비교, 정보제공 플랫폼 등을 이용해 판매 채널을 늘려나가는 국적 LCC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외국항공사의 GSA사들은 운용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이 전무한 수준이다.
글로벌 OTA를 통한 판매 채널은 이미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고객이 해당 채널을 통해 항공사의 티켓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그 공은 한국 GSA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모두 묶인 셈이다.
LCC의 공격적인 행보는 더 이상 외국 항공사의 한국 GSA에게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9월부터 인천발 하바롭스크, 사할린 노선을 시작으로 10월에는 시카고 노선 운항 중단을 발표했으며 향후 LCC 노선과 겹치는 단거리 노선 폐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고 알렸다. FSC가 갖는 태생적 특성상 승산 없는 LCC와의 경쟁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항공사 GSA 관계자는 “계약 조건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GSA사의 주 수입원은 커미션이다. 판매 볼륨에 따라 커미션이 정해지지만 OTA, LCC들과의 가격경쟁에 뒤처지면 ‘판매 볼륨’을 키울 방도가 없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수입원이었던 인센티브 또한 전년대비 성장분에 대해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커미션을 제공받았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이 인센티브 고객 유치의 최우선 고려 사항인 것을 감안할 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지사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외국 항공사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한국에 지사가 있는 외국항공사는 영업, 마케팅, 예약, 발권, 공항사무소, 여객 핸들링 등 모든 업무를 직접 운영하는 반면 GSA사들 또한 지사와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항공권 가격 결정권이 본사에 있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는 경쟁할 무기를 갖추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GSA 사업이 꼭 메리트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부 GSA들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항공사 다수의 한국 사무소 역할을 하고 있고 업계에서 유독 ‘잘 나간다’는 대표적인 GSA 업체들은, 항공사 비딩 참여 소문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본사에서 한국 시장 정보가 부족해 GSA에게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본사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려면 한국 GSA사들은 그만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최근 뱀부항공과 GSA를 체결한 퍼시픽에어에이젠시의 행보를 보면 한국에 아직 직항이 없는 오프라인 항공사들과의 GSA 체결을 먼저 진행한 뒤, 최대한 직항 노선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GSA를 체결한 네팔항공과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B 항공 GSA 관계자에 따르면 “OTA, LCC와의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본사 탓만 하는 것은 여행업계 전반에도 독이 될 뿐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전문성이 있는 GSA 업체에 한국사무소 역할을 두고 싶을 것이고 GSA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항공사를 판매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이며 향후 GSA들의 행보는 운영하는 방식에 달려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미루 기자> kmr@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