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은 ‘책임’
여행은 ‘스트레스 해소제’
소녀 감성, 한편으로는 ‘독한’ 그녀
20년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 업종과 회사에서 종사한다는 건 더욱 쉽지 않은 선택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 인터뷰로 만난 유연희 롯데관광 유럽팀 과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독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20년을 한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듣는다고. 이유 있는 그녀의 20년 근속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원석 기자> lws@gtn.co.kr
롯데관광을 만나다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부분의 선배나 동기들이 호텔 또는 외식업으로의 취업을 꿈꿨으며, 나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4학년 때 1998 방콕 아시안 게임의 응원단으로 참석했고 그 때 처음 패키지여행을 접한 후 패키지여행과 여행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관심을 갖다보니 여행사 입사의 꿈이 그려졌다. 최종적으로 여행사에 취직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건 ‘세상 구경하며 여행사에서 일하기’라는 책을 읽고 난 후다. 책을 읽고 나니 여행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더 커져만 갔다. 그렇게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최종 면접을 통해 입사한 첫 직장이 롯데관광이다.
20년 세월의 버팀목
옛 동료들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롯데관광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라고, 거기서 많은 힘을 얻는다. 힘들 때도 많고 이직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옛 동료들이 해준 조언을 상기시키며 이직에 대한 잡생각을 없앴다.
또 롯데관광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물론 롯데관광보다 더 큰 여행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지난 48년간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여행사라고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롯데관광의 직원으로서 얻는 혜택도 적지 않으며 정직하고 단정하며 정당한 규정을 지켜나가고 있는 회사의 분위기가 좋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직장생활에 큰 힘이 돼준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고객에게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고, 쓴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안타깝다.
대부분의 컴플레인은 고객의 개인적인 성향이 담긴 신고가 많다. 이런 형태의 컴플레인은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단, 내 실수로 발생한 컴플레인이라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고객의 컴플레인이 싫어서가 아니다. 고객 불편 처리에 있어 좀 더 신경 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지난해 11월 겨울 상품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떠난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연세가 좀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일정을 소화해냈다. 그런데 현지투어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오랫동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현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오랜 기간 병원 신세를 지다보니 수천만원 상당의 비용이 발생했다.
금전적인 문제는 열에 아홉 가까이가 피해보상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고객은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에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만 전했다. 유럽 팀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노력했던 진심이 닿은 걸까. 그 고객은 20년 세월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실적이다. 실적은 가장 큰 고민이면서도 가장 큰 뿌듯함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직급이 과장이다 보니 관리자로서의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고, 실적이 잘 나오면 팀원들의 사기와 승진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유 과장의 스트레스 해소법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을 자주 다니며 활동적인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항상 울리는 전화 벨소리와 건물 안의 답답함을 벗어나 야외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편이다.
20년을 돌아보면
입사해서 30대 초반까지 항상 바빴다. 또 업무밖에 몰랐다. 배워야한다는 의지도 강했지만 첫 직장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환경이 재밌었다.
하지만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머지 20대의 나는 나를 위한 시간 투자를 전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세월이 바뀌는 만큼 직장문화도 달라졌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20대와 달리 30대는 자신의 시간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경력이 쌓이면서 직급도 달라지고 하는 업무도 달라졌다. 20대에는 회사가 시키는 일을 큰 책임감 없이 처리했다면, 30대에는 모든 일을 직접 찾아서 처리하고 모든 일에 대한 책임감은 나에게 있다.
업무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에 대한 생각과 회사를 위한 생각은 회사 밖에서도 이어졌다. 어릴 적 바라봤던 상사들의 모습이 나에게서 비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