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대한항공
때마다 찾아온 새로운 도전이
20년 근속의 큰 원동력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속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단정 지었다. 정말 좋은 회사이거나 우수한 인성을 가진 근속자이거나 장기근속이 가능한 이유는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다른 옵션은 쉬 떠오르지 않는다.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작된 지 이제 30년. 한국 여행 산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년 근속자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과연 조건에 맞는 인터뷰이(Interviewee)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섭외가 어려웠던 만큼 인터뷰에 대한 부담과 기대도 컸다. 대한항공이 아닌 ‘사람, 오세훈’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기자의 욕심과 달리 오세훈 부장은 개인사를 털어놓은 일에 익숙치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략했지만 그의 모든 답변에는 대한항공이 있었다. 20년 이상 적을 둔 곳이니 삶과 구분이 어려울 법도 하다.
그의 지난 20년 이야기가 궁금하다.
<김미현 기자> julie@gtn.co.kr
대한항공과의 인연
관광학부 전공자였다. 여행사나, 호텔, 외항사로 입사를 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 중 항공사가 가장 끌렸다.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 탓이었을 것이다. 졸업 하던 해 학교 취업정보실에서 대한항공 모집 공고를 봤다. 그게 대한항공과의 인연의 시작이다.
구주지역 콜센터에 파견된 오세훈 부장은 96년 2월부터 99년 7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더블린 콜센터에서 전반적인 예약업무를 담당했다. 기록에 남은 공식 입사일은 99년 1월이지만 대한항공과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전인 96년에 시작됐다.
대한항공에서 23년....
약 23년 동안 오세훈 부장은 예약, 기획, 노선판매와 지역 본부 신설 준비까지 다양한 업무에 관여했다. 오세훈 부장은 말한다. 20여 년 동안 매 번 주어지는 새로운 업무들이 흥미로웠다고. 물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배우는 즐거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신기하게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때마다 찾아 왔어요. 외국에 나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뤄 준 것도 감사한 일이고... 제가 또 언제 어떻게 중동, 아프리카를 가 보겠어요. (웃음) 당시에는 힘들다 느껴진 업무였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감사한 일이예요”
새로운 업무가 주어질 때마다 오세훈 부장은 낯선 업무 및 환경의 부침과 어려움보다는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쾌감을 느낀 듯하다. 반듯한 모범생 스타일의 외관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중동·아프리카를 애정(愛情)하는 이유
2012년 11월 오세훈 부장은 대한항공의 사우디아라비아 취항(사실상 복항)을 열흘 앞두고 현지 발령을 받아 떠난다. 당시 사내에는 중동에 대해 아는 직원이 많지 않았던 상황으로 2010년 해외 단기 파견 프로그램으로 두바이에서 지냈던 경험이 그를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끌었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 본부가 생기기 전이었으니 조직도 세팅해야하고 판매망도 구축해야 했다. 현지 대리점을 방문하면서 직접 세일즈 콜을 다니기도 했고 판매 관리 및 화물 업무도 진행해야했다. 본부장을 포함해 4명의 직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해 내야했다.
가족들, 특히 어린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이 큰 시기이지만 기회비용이 컸던 만큼 더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 항상 문득 문득 생각난다.
지난 20년.. 기억에 남는 사건과 사람
대한항공 입사 직후 아일랜드 근무 시절은 다시 생각해도 아득히 좋다. 아일랜드는 지형이나 사람의 정서가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다시 생각해도 대한항공에 입사해 그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대한항공 입사와 견줄만한 내생의 가장 큰 사건은 가정을 꾸린 일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여 예쁘게 가꾸고 싶다.
기억에 남는 동료는 아일랜드 시절 함께 근무했던 오사카 콜센터의 임영균 차장과 Ms. Faiza 대한항공 두바이 GSA 매니저, 중동지역 본부의 현지 직원 Ms.Mailyn이다.
오세훈의 ‘내일’
시간이 참 빠르다. 입사 후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 온 거 같은데 앞으로 아직 또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의 업무도 중요하지만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싶다. 작년부터 시작한 운동도 계속 해서 체력을 키우고 무엇보다 가정에 좀 더 충실할 계획이다. 혼자 중동에서 생활하는 동안 두 딸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