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투어2000의 설립
투어2000이 본격 영업을 시작한, 개업일은 1999년 4월1일이다.
상용서비스로 탄탄대로를 걷던 올림픽 항공의 양무승 대표가 홀연 패키지여행 사업을 시작한 것은 거짓말 같았다. 하필 개업일도 만우절이었다.
남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양 대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투어2000 설립을 준비해 왔다.
97년 한국 경제를 뒤 흔들었던 IMF 사태를 겪고 98년 경제 상황과 여행시장을 지켜보던 양 대표는 99년 결단을 내렸다.
첫 시도, 고배로 돌아오다
해외여행이 자율화 된 지 이미 10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IMF의 여파로 당시 여행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수요층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제한적인 특별한 소비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적이고 차별적인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외여행상품은 이전의 패키지 상품으로 다시 획일화 됐다. 투어2000의 시도는 당시 여행객의 여행문화보다 훨씬 앞섰던 것. 그렇게 투어2000의 첫 시도는 실패의 고배로 돌아왔다.
2004~2007년, 투어2000의 전성기
1999년 창업 당시 60명으로 시작한 투어2000의 직원은 2004년 180명까지 늘었다.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는 여행시장이 급성장한 시기다. 당시 신문광고를 통해 모객에 나선 패키지 여행업체만 60개 사에 달했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호시절이었던 만큼 대부분의 여행사가 돈을 벌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투어2000은 항공권 판매실적 100억을 달성했던 2004년부터 가속도를 내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2004년부터 2005, 2006년 투어 2000은 각 관광청과 항공사로부터 송출 및 판매 실적으로 우수상을 받았으며 2007년은 인천공항 지점과 괌, 사이판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투어2000 전문판매 대리점을 통한 영업망까지 구축하게 된다. 양적팽창과 질적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시련 그리고 대표의 외도
여행산업은 유독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는 업종 중 하나다. 경제상황은 물론 자연, 정치 등 여러 가지 요인에 크게 휘둘린다.
2008년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제의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리먼사태는 2008년 말부터 2012년까지 한국 여행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산업 경기가 악화되자 곪아있던 산업의 문제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여행업협회 아운바운드 위원장을 역임하던 양회장은 여행산업 유통구조의 불리함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섰다. 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워 지속 성장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양회장은 투어2000 살림보다 외부 일에 더 에너지를 쏟았다.
2019년, 미래를 위한 체질 개선
20주년을 맞아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볼 때 가장 쓰린 시간이 바로 그 때다. 의미있는 일이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내집 살림보다 바깥 일에 더욱 매진했던 일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 산업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여행사의 역할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단적으로 여행사와 항공사에도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투어 2000도 변화에 맞는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IT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후 투어2000의 모습을 만들 토양이 될 것이다. <김미현 기자> julie@gtn.co.kr Award | 투어2000 수상이력
양무승 투어2000 대표
Q. 20년 투어2000을 이끌어 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신념이다. 여행산업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낮다. 바르게 잘,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여행사의 모델이 되고 싶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고 모험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산업 발전을 위한 외부 업무까지 하면서 투자도 많이 했고 출혈도 컸다.(웃음) 그러나 여전히 믿는다. 제대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아직도 내 안에 있다.
Q. 사람에 비유하면 이제 투어2000이 성인이 됐다. 어떤 느낌인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고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 나이인데... 아쉬움이 많다.
안정된 수익모델로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경영 구조가 돼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된 것 같아 아쉽다. 성인이 된 올해를 기점으로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직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또 다른 투어2000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기술투자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Q. 스스로에게 경영 점수를 준다면.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로 보면 낙제점이다. 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으로 보면 90점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내일의 ‘투어2000’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 온 시기라고 생각한다. 튼실한 열매를 만들 수 있는 질 좋은 토양을 만들어 낸 것으로 90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