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오래된 회사들의 창립기념 소식을 심심찮게 접한다. 대한항공 50주년…모두투어 30주년…투어2000과 KRT여행사 20주년 등등. 세계여행신문도 99년 4월 창간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 기자생활을 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말이었다. 외국인 1명 방문은 텔레비전 16대, 소형 승용차 0.2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아서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큼지막하게 기사를 썼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이러한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텔레비전과 승용차를 비유해 관광산업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다보면 경력자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듣게 된다. 해외 인솔을 다녀오면서 월급보다 더 많은 팁을 받아 술값으로 탕진했던 뼈아픈 사연에서부터, 여권을 빨리 받기 위해 종로구청 인근에서 밤을 꼬박 새운 이야기 등 밤새 들어도 못 다들을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업계 경력자들의 이야기라 귀담아 듣게 된다.
그런데, 우리 업계에 경력자는 참 많으나 전문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여행전문가임을 자칭하는 분들도 더러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업계 수십년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경력자라고 해야 하나,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나.
사전적 의미로 보면 일정기간 동안 경력이 있는 사람을 흔히 경력자라고 한다. 반면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모 항공사에 근무하시는 분은 이 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쾌한 해석을 내렸다.
“전문가의 전 단계가 경력자인데 경력자는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 반복되는 일을 단순 반복하느냐 적응 반복하느냐가 바로 경력자와 전문가를 가르는 핵심이다. 전문가는 바뀌는 시스템에 적응해 자동반응을 중지하고 상황에 맞는 반복으로 재생산하는 사람이다. 사회는 경력자도 필요하고 전문가도 필요하다.”
이처럼 제4차 산업의 성장으로 여행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틈새에서 업계 오랜 경력자들의 노하우가 새롭게 바뀌는 시스템에 적응해 상황에 맞게 반복 재생산을 하게 된다면 모두 여행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나도 반문한다. 나는 경력자인가 전문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