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정부가 지난 1986년부터 도입한 ‘도이모이정책’이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도이모이란 ‘변경한다’는 뜻의 베트남어인 ‘도이(doi)’와 ‘새롭게’라는 의미의 ‘모이(moi)’가 합쳐진 용어로 ‘쇄신(刷新)’을 뜻한다.
이 정책 시행으로 베트남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경제분야 뿐 아니라 관광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해가 바뀔 때 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의 모습이 한눈에 그려진다.
2000년대 초반 호찌민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의 베트남 시내 중심가의 모습은 마치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큰길가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않고 볼일을 보는 모습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한국식당 주변에서는 손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어린 아이들의 ‘기브 미 머니’ 외침은 50년대 우리나라와 흡사했다. 그 당시 가이드는 절대 돈을 주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정 많던 한국인들은 적선하듯 달러를 마구 뿌려댔다. 한 아이에게만 돈을 줬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돈을 받지 못한 다른 아이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어 막무가내로 손을 내밀었다. 이를 거절하면 돌을 던지거나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때가 불과 10여 년 전의 베트남이었다.
지금의 베트남은 완전히 달라졌다. 호찌민과 하노이를 비롯 다낭, 나트랑, 푸꾸옥 등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베트남은 한국관광객들에서 단거리지역 최강자로 떠올랐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56%, 지난해에는 42%의 관광객이 증가했다.
최근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344만 명이었다. 전체 출국객 2870만 명 중 점유율이 12%를 차지했다. 2014년 83만 명 방문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었다. 지난해 월 평균 29만 명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10명중 1.2명이 베트남을 찾고 있을 정도로 한국시장에서의 베트남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베트남의 도이모이정책은 선진국 관광대열에 합류중인 우리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관광관련 공기업이든 일반회사든 흔히 불금이라 일컫는 금요일 저녁에도 밤11시까지 야근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불금에 회사 컴퓨터와 씨름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관광선진국으로 달려가는 한국 여행시장의 변화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 없이 일만 열심히 하던 시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노력들로 국내 여행시장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여행사를 통한 수요가 점점 이탈하면서 업계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 됐지만, 올해부터는 더 체계적이고 더 전문적인 우리업계만의 도이모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