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풍선 ‘뮤즈팩’이 좋은 사례? 센스있는 상품 구성으로 인기
방송에 노출된 여행지를 단순히 ‘드라마 속 여행지’ 라는 문구로만 홍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방송의 영향력이 높은 만큼 모객도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 예상은 2019년 패키지 시장에는 통하지 않는 듯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시리즈와 드라마 ‘도깨비’로 여행사들이 이득을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해외 OTA사에서는 드라마 속 여행지 숙박 예약, 항공권 검색량이 많게는 500%까지 늘어났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하고 있지만 국내 패키지여행 상품 모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에 기존상품구성보다 전문적이고 세밀해진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기령 기자> glkim@gtn.co.kr
지난해 11월말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는 쿠바가 배경으로 등장했다.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장소로 연출되면서 방송 직후 트립닷컴의 쿠바 항공권과 쿠바 호텔 검색량은 각각 458%, 507%씩 급증했다.
하지만 쿠바 패키지 상품 모객은 평년 수준에 그쳤다. 패키지 여행사 네 곳의 쿠바 상품의 전년 대비 모객 증감률과 드라마 방영 전후 월별 모객 추이를 조사한 결과, A여행사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고 전년 대비 1~2% 증가하거나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여행사의 쿠바 상품은 전년 대비 12월은 감소, 1월은 1~2% 증가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쿠바 같은 장거리 여행지는 방송에 등장했다고 해서 여행객들이 여행을 선뜻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당장의 모객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방송 이후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나 인지도는 증가하기 때문에 잠재적 고객층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역시 해외 로컬 촬영 드라마다. 극 대부분이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드라마 방영 이후 “그라나다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해외 OTA들의 항공권 통계에 따르면, 그라나다 검색량이 1월 들어 급증했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에서는 유의미한 증감세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일주 상품에 항상 포함되는 지역이긴 하지만 스페인의 대표 관광지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보다는 수요가 적은 여행지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 일주 상품에서도 알함브라 궁전 관광 등의 일정 소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독 상품이 없어서 상품의 모객 증감률에 드라마가 영향을 줬다고 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스페인 일주 상품의 모객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힌 한 여행사 관계자 역시 “그라나다 관련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스페인 등 유럽 지역은 해마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모객이 상승하긴 했지만 드라마 이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메타서치나 OTA 시장에서 드라마 속 여행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여행객들이 TV 속 여행지를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떠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나왔던 거리, 상점, 식당을 직접 찾아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유여행은 여행객들의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자유여행으로 여행객들이 몰린다.
여행사들도 단순히 홍보문구만 따서 쓰는 마케팅 전략 이외에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여행객들의 수요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패키지사들도 관련 테마 상품 기획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노랑풍선의 뮤즈팩이다. ‘뮤즈팩’은 드라마 속 장소를 찾아가는 일정으로 구성해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감성 패키지' 상품이다.
이미 ‘뮤즈팩 쿠바 편’을 선보인 바 있는 노랑풍선은 스페인 관광청, 아시아나 항공과 공동으로 스페인을 완벽하게 정복할 수 있는 ‘뮤즈팩 스페인 편’을 드라마 방영 시기에 맞춰 출시했다. 실제로 드라마에 나온 촬영장소와 주인공이 머물던 카페를 방문하는 등 기존 단순 여행상품보다 구체적이다.
뮤즈팩 기획전 이후 쿠바 상품 모객은 15%, 스페인은 150%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