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하늘길이 열렸다. 지난달 23일 필리핀항공이 인천~팔라완 직항노선에 신규 취항을 시작한 것. 필리핀항공은 이번 팔라완(Palawan) 신규 취항을 기념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3박5일간의 일정으로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팸 투어를 진행했다. 필리핀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팔라완에서 현지인들의 해맑은 모습처럼 꾸밈없는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팔라완 = 안아름 기자> ar@gtn.co.kr
팔라완은 필리핀 현지인들이 평생 꼭 한번 방문하고 싶어 하는 필리핀 최고의 휴양지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많이 닮아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586㎞ 거리에 위치한 팔라완은 이곳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를 비롯해 필리핀의 마지막 듀공(바다소) 근거지로 유명한 엘 니도(El Nido),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꼽히는 코론(Coron)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열대우림과 작은 섬들로 이뤄져있다. 지난 6월 폐쇄된 보라카이의 대체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팔라완은 ‘필리핀의 마지막 남은 낙원’으로 불릴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번 팸 투어는 팔라완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베이워크 반딧불 투어’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지하 강 투어’, ‘혼다 베이 아일랜드 호핑 투어(Honda Bay Island Hopping Tour)’,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Iwahig Prison)’, ‘악어농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팔라완의 우기와 팸 투어 기간이 겹쳐 팔라완의 맑게 갠 하늘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지만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한국의 폭염을 마주하고 나니 팔라완의 소나기가 그리울 따름이다.
“반딧불, 예쁘다”
베이워크 반딧불 투어(Baywalk Firefly Tour)
누군가 팔라완에서 꼭 봐야 할 것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반딧불이’라고 답하고 싶을 만큼 이곳의 반딧불은 영롱하고 밝은 빛으로 보는 내내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에 자그마한 장식 전구를 달아놓은 것처럼 강물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맹그로브 나무 위로 수많은 반딧불이 모여 만들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 일행이 반딧불이 투어를 진행한 날은 비가 내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멀리 바다 건너 반딧불을 찾아 팔라완까지 온 한국인 친구들이 안타까웠는지 투어를 진행하는 현지 가이드가 어색한 한국말로 “반딧불”, “예쁘다”를 외치며 꼭꼭 숨어있는 반딧불까지 찾아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상대적으로 반딧불 빛이 밝아지기 때문에 투어 시에는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진 촬영은 금하고 있다. 반딧불 투어의 아쉬움을 달래줄 베이워크 야시장을 방문해 필리핀 사람들의 영양 간식 발롯(부화 직전의 달걀)과 악어고기도 도전해보자.
세계7대 자연경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Puerto Princesa Underground River)
반딧불 투어와 더불어 팔라완 관광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지하 강’은 팔라완 지하 동굴 국립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지하 강 중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자 세계8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방문객을 하루 1200명으로 제한해 지하 강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숙련된 가이드이자 인솔자인 뱃사공들이 투어용 배 1대당 1명씩 배치돼 방문객들의 안전한 관람을 돕고 있다. 지하 강 투어는 배 1대당 가이드를 제외하고 6~8명의 관람객이 탑승할 수 있으며 동굴입구부터 약 1.9㎞에 이르는 구간을 왕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필리핀 최대의 박쥐 서식지로 동굴 내에서는 카메라 플래시를 포함해 일체의 빛이나 소리를 내는 것이 금지돼 있다.
투어 내내 석회암과 대리석 절벽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의 모습에 “우와”라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옥수수, 호박을 닮은 종유석부터 예수의 탄생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절벽까지 자연이라는 명화가 선사하는 감동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3개의 섬에서 즐기는
혼다 베이 호핑 투어(Honda Bay Island Hopping)
혼다 베이 호핑 투어는 물속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호핑 투어와 달리 각기 다른 섬을 번갈아 방문하며 다양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로 구성돼있다. 약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혼다 베이 중에서 우리 일행이 찾은 곳은 카우리(Cowri), 팜바토(Pambato), 룰리(Luli) 등 총 3개의 섬이었다. 팔라완의 필수 이동수단인 통통배 ‘방카’를 이용해 가장 먼저 도착한 카우리 섬은 곧게 뻗은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여유롭게 물놀이는 즐기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뗬다. 필리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코코넛 한 통을 주문해 과즙과 과육을 싹싹 비우고 스노클링 명소인 팜바토로 이동했다.
팜바토는 ‘인공다리 섬’이란 뜻으로 바다 중간에 나무판자로 짠 다리가 덩그너리 놓여있다. 이곳에서 장비를 착용한 후 바다로 입수해 자유롭게 스노클링을 즐기면 된다. 약 30분의 스노클링을 마치고 배가 출출해질 때 즈음 마지막 섬인 룰리로 향했다. 룰리에 도착하자마자 섬 입구에 자리한 식당에서 냄새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라면과 필리핀 스타일의 꼬치구이로 든든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자유롭게 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투명한 바다 앞에 서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모래성을 쌓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린아이부터 다이빙을 즐기며 환호성을 지르는 어른들까지 모두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팔라완 쇼핑 핫 스폿
비누아탄 수공예 제작소(Binuatan Creations)
“파인애플로 가방도 만들 수 있다?” 팔라완에선 가능하다.
필리핀 전통 의상 바롱(Barong) 역시 파인애플 섬유질을 이용해 사람이 직접 수공예로 제작하고 있으며 보통 7~10일 정도면 한 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비싼 것은 1000만 원대를 호가한다. 파인애플 섬유질로 제작한 가방, 부채, 기념품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직조 체험도 가능하다.
로빈슨 몰(Robinson Mall)
팔라완 시내에 위치한 대형 쇼핑 몰로 슈퍼마켓부터 백화점까지 입점 돼 있다. 상품 가격은 우리나라의 할인마트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여행을 즐기는 동안 필요한 옷가지나 신발, 선물용 간식 등도 구입하기 좋다. 팔라완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진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해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에스엠 몰(SM Hypermarket)
필리핀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센터로 마닐라, 세부 등 주요 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팔라완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운영 중이며 백화점, 대형슈퍼마켓,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필리핀 최대 규모의 쇼핑몰답게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인 졸리비(Jollibee)와 맥도날드도 입점 돼 있다. 로빈슨 몰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며 필리핀 현지 브랜드부터 중저가의 해외 패션 브랜드까지 쇼핑이 가능하다.
·팔라완에서 누리는 하룻밤의 사치
쉐리단 비치 리조트 앤 스파(Sheridan Beach Resort & Spa)
팔라완 최고의 관광 명소인 지하 강 국립공원 인근의 사방 비치에 위치한 팔라완 유일의 5성급 리조트로 최고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디럭스 풀 뷰, 스위트 풀 뷰 등 안락하고 편안한 168개의 룸을 비롯해 수영장, 레스토랑, 키즈 바, 네이처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짚라인, ATV, 카약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해먹과 선 베드가 마련된 전용 비치에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휴 호텔(Hue Hotels and Resorts)
지난해 팔라완 시내에 문을 연 4성급 부티크 호텔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시설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 바로 옆에 대형 쇼핑센터인 로빈슨 몰이 위치해 있어 편안한 휴식과 즐길 거리 모두를 충족시키고 있다. 총 5층 규모로 120개의 룸과 레스토랑, 스파,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호텔 최고층에 마련된 루프 탑 수영장은 투숙객들에게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높다. 수준 높은 시설에 비해 숙박료가 저렴하다는 것도 이 호텔의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팸 투어 일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이기도 했다.
·팔라완 금강산도 식후경
받자오 씨프론트 레스토랑(BADJAO SEAFRONT Restaurant)
이번 팸 투어의 시작을 기분 좋게 장식한 이곳은 이름처럼 바다 위에 만들어진 레스토랑이다. 필리핀 현지 말로 ‘바다 위의 집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레스토랑은 1992년 영국의 앤드류 왕자가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입구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를 만날 수 있으며 깐콩(미나리 볶음), 볶음 국수, 갈릭 밥 등 수준 높은 필리핀 현지 식을 맛볼 수 있다.
카 이나토 바비큐(Ka Inato BBQ)
필리핀 스타일의 치킨 바비큐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필리핀 내에서 가장 많은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달콤한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운 치킨 바비큐로 우리나라의 숯불 바비큐와 비슷한 맛이다. 이 외에도 오징어 볶음, 채소튀김, 치킨 수프 등 다양한 필리핀 현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청각장애인을 종업원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 곳곳에 수화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으며 필리핀의 토속 민속품들도 전시돼 있어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현지 식당으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