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보면 ‘나중에 꼭 한 번 더 와야지’라고 마음먹게 되는 여행지가 있다. 짧은 여정이 아쉬워서, 아니면 진짜 좋아서. 호이안은 둘 다에 해당했다. 베트남 중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호이안에서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2018년 7월, 재방문하고 싶은 여행지 버킷리스트가 또 하나 늘었다.
<베트남 다낭, 호이안=김기령 기자> glkim@gtn.co.kr
호이안으로 가는 길
다낭에서 차로 40분쯤 남쪽으로 이동하면 항구 도시 호이안과 마주하게 된다. 1967년 전까지 호이안과 다낭은 하나의 도시였다가 분리됐다. 하나의 도시에서 분리됐으나 다낭과 호이안은 도시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1억 명의 베트남 인구 중 1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다낭은 베트남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표적인 상업도시다. 관광명소도 많고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반면, 호이안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지역이다. 3층 이하의 건물만 짓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16세기에 만들어진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거리를 걷다보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간 기분이 든다. 고즈넉한 문화가 호이안의 매력을 한껏 높인다.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길에 펼쳐진 푸른 논밭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차창 밖 풍경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처음 방문한 호이안은 투박하지만 편안하고 눈부셨다. 푸르른 논밭을 지나 조금 더 이동하자 호이안의 자랑,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DAY_낮
호이안 올드타운(구시가지)은 베트남, 아시아, 유럽의 문화가 혼재돼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차량 두 개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상점들이 이어진다.
호이안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나무와 오렌지 색깔의 벽, 나무마다 달려있는 등은 햇볕이 내리쬐는 낮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이다. 각종 가게들은 대부분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다.
호이안의 색감에 빠져 한참을 걸으면 일본다리가 나온다. 내원교라고도 불리는 일본다리는 베트남의 2만 동짜리 화폐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일본다리를 기준으로 한쪽은 일본거리, 다른 한 쪽은 중국거리로 꾸며져 있다. 일본다리 입구에는 원숭이와 개 조각상이 놓여 있어 이를 두고 여러 설들이 난무하지만 원숭이해에 건설을 시작해서 개의 해에 완공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상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도시보호차원에서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기 위해 오후 3시 이후로는 오토바이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자전거나 도보로만 관광이 가능하다. 호이안에서 시클로(Cyclo) 투어가 인기가 높은 것도 이 때문.
Night_밤
호이안의 밤은 반짝거리는 등불로 가득하고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낮의 자유롭고 평온한 느낌과는 상반되게 화려해진다. 야시장이 성황하고 반짝이는 투본 강에는 불빛을 하나씩 매달고 있는 나룻배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유럽인 관광객들이 많아 이곳이 베트남인지 유럽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마치 유럽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베트남을 방문했다면 야시장은 필수로 들려야 하는 법. 밤이 되면 호이안 투본 강 근처로 야시장이 선다. 상인들은 부채부터 농(베트남 전통모자), 열대과일, 개구리튀김구이, 반미 등 베트남 전통 음식과 색색의 전등도 판매하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투본 강 거리를 걷다보면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전등 불빛에 취해 이것저것 구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형형색색 아름답다.
야시장의 유혹에서 무사히 벗어나 투본 강가로 향했다. 너무 더운 한낮보다 해가 진 후 선선한 밤이 되면 나룻배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강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룻배를 타며 강물에 등불을 띄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너나할 것 없이 등불을 띄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룻배가 떠있는 강을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
베트남의 먹을거리
베트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쌀국수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쌀국수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쌀국수를 경험하는 것이 진리. 베트남은 쌀국수의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잘하는 집은 국물부터가 다르다고 해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두어 번 맛을 봤다.
그 중 비빔 쌀국수가 인상 깊었다. 면과 숙주 등 야채를 접시에 옮겨 담고 그릇에 담긴 소스를 뿌려서 비벼 먹는 형태로 기존 쌀국수와는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여행 예능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반쎄오도 맛봤다. 쌀가루 반죽에 각종 채소, 해산물은 얹어 반달모양으로 부쳐낸 반쎄오는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먹는데 이 맛이 또 일품이다.
베트남 음식에서 고수가 빠질 수 있나. 사실 고수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베트남 음식은 고수가 들어가야 비로소 맛이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고수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나 월남쌈도 거부감 없이 먹었다.
베트남은 각 도시마다 맥주 양조장이 있을 만큼 맥주가 발달한 나라다. 현지에서는 티거(Tiger)와 라루(Larue) 맥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맥주 가격이 웬만한 음료수보다 저렴하고 음주 허용 연령에 제한이 없어 야시장 등지에서 아이들이 맥주를 구입해 마시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