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재계약 시점… 정부 ‘원천적으로 재검토’ 방안 세워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더군다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연수 겸 여행을 갔다는 기사를 보니 화가 난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이다. 해당 글은 정부운송의뢰(GTR·Government Transpo rtation Request)제도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대한항공의 갑질사태 이후 국민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GTR제도는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국적 항공사만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한국 국적사인 대한항공은 1980년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정부와 계약을 맺고 거의 40년 동안 적게는 연간 300억에서 많게는 400억 원 규모인 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해당 제도가 재계약 시점을 맞아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달 8일 GTR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GTR개선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폐지 및 할인율 재협상 등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으며 항공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또한 GTR폐지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GTR제도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폐지에 대해 신중해야한다고 말하며 대안으로 LCC로 적용을 확대하고 할인율 재협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불거지는 GTR제도의 문제로는 실제 시장운임과 GTR제도 하의 항공권 요금이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GTR항공권의 비싼 가격이다. 출발날짜와 도착날짜 변경이 가능하고 취소 수수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마일리지를 이용해 좌석 승급을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갑작스럽게 해외 출장을 가야 할 경우 가장 빨리 출발할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해주는 등 항공사 측에서 편의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GTR 할인율이라 공시돼 있는 자료는 실상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적항공사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TR계약은 계약상대방에게 항공운송을 의뢰할 것으로 규정돼 있어 여행자로 하여금 편리한 여정과 저렴한 항공권의 제공을 하는 타 항공사 이용 기회를 박탈한다. 또한 GTR계약 1항에서는 노선별 변동요인이 발생한 경우 양자 합의로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정보비대칭 구조에 놓여있는 구조상 이는 단연 항공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GTR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공무원의 항공권 구매 시 외화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제일 컸다. 제도를 도입한 초창기 한국의 상황은 외채 의존도가 높았고 GTR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었다. 그 다음으로 공무원에 대한 예약관련 편의제공 목적이 이유였다. 항공사 업무가 전산화되기 이전, 발권업무에는 상당한 숙련지식이 요구됐다. 그렇기 때문에 여정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시 항공사에 의존해 예약 및 발권 상의 편의를 제공받았다. 마지막으로는 경제정책의 측면에서 자국 국적항공사를 성장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김상현 ‘공무 마일리지 제도 개선 방안 연구’의 저자는 “현행 GTR계약은 개정을 통해 유지할 필요가 없고 조속히 해지돼야 한다. 공무원 등의 국외출장 시 평균을 하회하고 조건을 충족하는 항공권을 구입하고 운임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 여행업계 종사자는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을 하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GTR제도가 폐지되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항공사를 중심으로 발권을 하던 업무가 여행사로 넘어와 여행업계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국적의 공무원들 또한 해외로 출장을 나갈 경우 미국 국적항공기만 이용해야한다는 제도가 있지는 않지만 정부 공무원들은 이 내용을 암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미루 기자> kmr@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