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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호 2024년 04월 15 일
  • [GTN광장] ‘갑질’ 해도 되는 사회 - 을의 반격

    GTN칼럼



  • 손민지 기자 |
    입력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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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jil’. 처음에 딱 보면 이 무슨 신생단어인가 싶을 거다. 해외언론에서도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갑질’, 국제망신이다. 해외에까지 알려진 부끄러운 일들은 이미 우리나라 안에서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밖으로 나온다. 대한항공 사명과 기업로고를 바꾸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2만 명을 넘어섰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에 이어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이슈가 되더니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인 이명희 이사장이 벌인 정신병적인 행각들이 폭로되면서 한진가 파문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며 회사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히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익명 단톡방에 제보가 쏟아지고 있으며 조양호 회장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졌던 상습적 폭언과 폭행도 밝혀지고 있다.

 

 

직원에게 자신의 집 청소를 시킨 회사, 운전기사들에게 폭언을 일삼던 종근당 회장,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 경비원을 폭행한 미스터피자 전 회장, 고막이 터지도록 직원을 폭행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갑질 고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손톱만 한 힘의 차이만 있어도 갑질이 일어나는 것은 법의 문제를 떠나 반드시 청산돼야 할 사회적인 적폐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을은커녕 병, 정으로 하소연도 못한다고 한탄한다. 많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재벌가 갑질 못지않은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내부 견제장치가 없거나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갑질은 재벌 오너 가족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안하무인의 중견기업에 의한 횡포도 지나치리만큼 심하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평상시에는 대외적으로 고객만족이나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갑질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내부적으로 근로자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것은 스스로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외부고객을 만족시키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내부고객만족’이라는 슬로건이 있다.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소비자가 만나는 기업의 주체가 바로 ‘종업원’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업의 이미지가 고객이 마주하는 기업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기업은 내부고객인 종업원과 파트너와의 만족을 중요시해야 함에도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소인 디즈니랜드의 성공 원동력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친절한 태도’다. 디즈니랜드는 우선 일에 차질이 생겼을 때, 사원을 되도록 해고시키지 않고 다른 작업장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청원경찰을 안내자라고 부르고 운전기사를 운전 안내자, 식당직원을 음식점 주인이라고 부르는 등 디즈니의 전직원을 주인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중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력이 집중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갑질 사례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선진 민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고통의 시기를 겪으며 을의 반격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부당한 모습의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기업 주가하락, 대국민사과, 회장직사퇴요구 등 을의 반격에 사회가 휘청이고 있다.

 

 

어쩌면 갑질에 대항하는 을의 반격은 30년 전 6월 민주항쟁 때부터 예고돼 온 것은 아닐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라고 말했던 대다수의 소시민들이 세상을 바꿨다. 1987년의 민주항쟁은 6.29선언을 이끌어냈고 2017년의 촛불은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역사는 지금도 기록되고 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언젠가는 그 역사 속에 살았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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