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이드가 국외여행 인솔자(TC)자격증을 위조해 중국 장가계 단체 패키지 여행객에게 가짜 가이드 행세를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단체 패키지 손님 중 한 명을 여행가이드로 둔갑시켜 입장료 등의 비용을 가이드 본인 몫으로 챙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패키지여행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현지 가이드 교육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기령 기자> glkim@gtn.co.kr
한 업계 전문가는 “현지가이드가 국외여행 인솔자(TC)자격증을 손님에게 목에 걸고 다니라고 하고 관광지에 입장할 때마다 자격증을 보여주라는 식의 협박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사건에 대해 운을 뗐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단체 패키지 그룹이 관광지에 입장할 때 가이드는 입장료를 따로 내지 않는다. 이들은 이 점을 노리고 패키지 이용객 중 한 명을 가짜 가이드로 만들어 입장료 명목으로 미리 지불된 돈을 가이드 본인이 갖는 것이다.
국외여행 인솔자는 내국인의 단체 해외여행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면서 여행자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국외여행 인솔자 자격증은 관광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여행업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이들이 위조 자격증으로 사용한 카드는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이를 컬러로 인쇄해 코팅한 자격증으로 밝혀졌다. 이 단순한 종이 형태의 자격증은 2011년 이전까지 통용되던 형태로 2011년부터는 종이 코팅 형태에서 홀로그램이 들어간 카드 형태로 모양을 변경했다. 하지만 자격증 형태가 바뀐 지 8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종이 형태와 카드 형태 둘 다 통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변경 전 디자인의 카드를 강제적으로 금지시킬 방법은 없다”며 “카드형태의 자격증을 이용하라고 공지했으나 해외라는 특성상 우리 측에서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지만 해결방안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단속 방법이 없다. 현지 가이드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일을 한국에서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인건비가 더 저렴한 현지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는 노릇이며 이들이 독단적으로 하는 행동에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고 말하면서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갖고 체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제 돈 주고 간 여행에서 가이드 행세를 하며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가이드의 국적이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불가능이다. 국내법상으로는 공문서 위조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이지만 외국인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
이같은 현실의 벽에 피해를 입은 고객이 믿을 곳은 여행사뿐이지만 여행사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30% 이하에 불과하며 여행사 역시 현지 가이드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현지 랜드사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형국이다.
한국여행업협회(이하 KATA) 관계자는 “회원사들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공지를 내릴 예정”이라며 “업체들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현지 여행사들이 앞으로 주의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지 여행사들이 마진을 남기는 데 혈안이 돼 있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쇼핑 옵션을 세네번씩 추가하면서 수익을 남기던 예전 패키지시장 형태가 개선되자 다른 구멍으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현지 업체들이 위조자격증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 국내 여행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