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 대선을 전후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다 지금까지 전 산업계와 학계를 강타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4차산업혁명’을 주창한 이후로 전 세계는 ‘Digital Transformation’ 또는 ‘Industry 4.0’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신기술로 초래될 미래 인간 세상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 속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다보스포럼은 ‘2017 세계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세계의 발전을 좌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추세 다섯 가지를 지적했고 그로부터 핵심도전과제 다섯 가지를 도출했다. 즉, ‘세계 경제성장 활성화’, ‘시장자본주의의 개혁 문제’, ‘공동체 재건 문제’, ‘기술변화 관리 문제’, ‘국제적 협조체제 강화 문제’를 들었는데, 이는 세계가 기존의 경제, 정치 질서로는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없음을 반증하는 증거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것이 자발적이던 아니면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강제적으로 따르게 되던 대대적인 기존 사회 질서의 변혁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이나 마이스산업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자동화로 연결돼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거라는 예측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 대 인간의 접점’에 있어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인 관광마이스산업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가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술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첨단로봇, 클라우드컴퓨팅, 3-D 프린터, 자율주행자동차, 블록체인, 첨단소재, VR, AR 그리고 나노와 바이오 기술이 이에 융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인간생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3D 프린터는 과거의 제조업 중심의 사회 즉,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해 물류를 통해 배송하고 소비자는 생산된 물건을 쇼핑센터에서 구매하는 형태의 경제 구조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그러한 사회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빅데이터와 모바일 등을 활용한 초연결사회는 한계생산비용이 제로가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들도 많이 탄생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지금까지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 한 새로운 경제패턴과 사회구조 속에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다양한 예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에는 석유나 금을 지배한 자가 강대국이었으나 앞으로는 데이터나 아이디어를 지배하는 자가 강대국이 되는 그러한 변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인간의 근본에 관한 의문들까지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즉 “인간은 호르몬과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 받고 있는 기계인가”라든가 “인간의 영생은 과연 가능한가” 등의 주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 되고 있다. 감성을 가진 로봇이 일본에서 등장 했고, ‘클라우스투룸’이라는 인간 뇌의 한 부분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인간도 전등이나 기계처럼 동작을 정지시킬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하니 4차산업혁명 시대에 벌어질 미래의 현상들이나 그 논의의 주제는 거의 무한하다고 여겨진다.
한편 관광산업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의 응용이 아직은 제한적이나마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호텔산업과 4차산업혁명 기술이 만나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메리어트호텔은 VR을 통한 주변 관광지의 선경험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첨단기술을 접목한 사례는 호텔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VR을 이용한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하고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로봇 '스펜서'가 대표적이다. 빅데이터와 모바일을 활용한 기술은 관광객의 소비패턴과 선호하는 관광지를 유추하게 해 최적화된 개별 맞춤형 관광 상품의 안내가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주제는 4차산업혁명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유성’, ‘개방성’, ‘오픈플랫폼’ 등 과거에 생산수단과 부를 독점하려 했던 사회경제구조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고 우리가 갖고 있는 기능과 수단들을 서로 나누고 협조해야 최적화된 비즈니스를 영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관광마이스산업에 관련된 사람으로서 이러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정신이 우리 관광마이스산업에 제대로 구현이 될 때 우리의 미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아닌 사람들이 상생하면서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그런 사회가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경제의 주체를 ‘기업’과 ‘가계’, ‘정부’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이런 3개의 경제 주체에 속하지 않으면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그러면서 회원들(바로 평범한 우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협단체 및 사회기구들의 경제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소위 말해서 마이스의 주최자(Organiser)가 되는 대상인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경제주체로 나설 때 새로운 내수시장이 창출 될 수 있고 고용창출이 되며 궁극적으로 경제민주화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사회모델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핵심이 제3섹터에 속한 이러한 주체들의 경제의식 제고이고 이들의 협력적 경제행위가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마이스행사 개최와 효율적 회원관리 그리고 그들의 본연의 업무인 ‘Advocacy, 즉 옹호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제3섹터에 상생과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구조의 재편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탐욕에 근간을 두고 있어 대안 모색이 진행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좀 더 따뜻한 경제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제3섹터의 재정건전성을 통한 경제적 자립도 확보는 위 다보스포럼에서 제기한 ‘공동체 재건의 문제’와 ‘시장자본주의 개혁 문제’, 그리고 ‘경제 활성화’의 영역까지도 솔루션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작금의 구글과 아마존의 주도권 다툼을 목도하고 있다. 상업적인 자본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들이 너무 위태로워 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의 말살과 기계로의 인간역할 대체가 예견되고 있다. 그리고 순간순간 생성되는 데이터를 상업적 자본에게 맡기기에는 너무나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관리 주체를 우리가 주인인 제3섹터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제3섹터의 역할이 미래에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4차산업혁명으로의 진입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시스템이 변화하는 기술속도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이미 지나간 기술을 수용할 법령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창의적인 기술이 있어도 규제에 가로막혀 상용화에 실패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중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신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게 하고 그것을 표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4차산업혁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창의성 교육’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마이스산업도 이러한 기술과 사회구조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들의 양성과 그러한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종사자들의 재교육이 시급하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들을 우리나라 관광마이스 생태계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다양한 연구들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관광과 마이스산업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알고 다가올 미래의 주체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진홍석
고려대 사화학과 졸업
국제경영학 박사(LSE, Univ. of W. London)
現 (사)한국마이스융합포럼 회장
아리랑국제방송 국장
서울시 관광발전협의회 위원
한국지식경영학회 이사
한국컨벤션학회 이사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