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모래사장을 하염없이 걷기, 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다.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원 없이 해변을 걸었다. 도무지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바다는 ‘아름답다’는 진부한 표현으론 부족했다. 끝없는 수평선 앞에서 시간은 선풍기 바람 앞의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괌: 조윤식 기자> cys@gtn.co.kr
<취재협조: 괌정부관광청>
하파데이, 차모로!
마리아나 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괌은 약 546㎢의 섬으로 우리나라 거제도 정도의 크기지만, 주변 섬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지리적으로는 미크로네시아에 속해있지만, 엄연한 미국령 영토로 캘리포니아주법을 따른다.
괌은 서태평양의 군사적 요충지로 지난 400여 년 동안 스페인, 일본, 미국의 통치를 받아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괌은 다양한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지만, 원주민인 차모로족(Chamorro)은 변함없이 고유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나라한과 탈로포포 사이에 위치한 벨리 오브 라떼(Valley of the Latte)는 차모로족의 생활상을 엿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투어의 핵심은 어드벤처 리버 크루즈를 타고 원시림을 간직한 우굼강을 따라 원주민들의 터전을 둘러보는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전통복장을 입은 차모로인들이 주먹을 쥐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피며 “하파데이(Hafa Adai)”라고 인사를 건넨다. 괌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차모로족의 인사말인 ‘하파데이’에는 남태평양 원주민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겨있다.
인사를 나눈 뒤 마을의 집과 농장 등을 둘러보며 원주민의 삶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원주민 전통방식의 불 지피기와 풀잎을 이용한 바구니 직조, 괌의 상징인 물소 타보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여행자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물의 시간을 따라
정적인 바다 풍경을 갖고 있다고 해서 괌을 단순히 휴양지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괌에서는 역동적인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다.
피시아이 마린파크(Fish Eye Marine Park)는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랜드마크다. 전망대 밖에서 바라보는 쪽빛 바다도 일품이지만, 괌의 바다는 내면이 더욱 아름답다.
전망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수중 전망대가 나타난다. 내부에 들어서자 깊은 바다에 잠수라도 한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밖으로 뚫려있는 24개의 창을 통해 유유히 헤엄치는 열대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떤 조명도 없이 오로지 바다 위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바닷속을 관찰할 수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더했다.
전망대를 둘러본 후 그대로 바다에 입수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구명조끼, 물안경, 오리발 등 장비를 대여해주고 안전요원과 동반 입수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안전요원이 주는 먹이를 수면에 올려놓자 물고기들이 눈앞까지 몰려왔다. 바닷 속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괌 사람들은 그들의 바다가 7가지 색을 띤다고 말한다. 섬 어느 곳에서나 바라본 바다는 진한 파란색부터 옅은 초록빛까지 다양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넣은 듯했다. 이처럼 바다가 다양한 색을 내는 이유는 빛의 파장이 물의 깊이와 온도, 산호초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기 때문이다.
괌의 바다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메인 해변인 투몬 비치다.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가 강하지 않아 물놀이에 적합하며 호텔과 리조트, 쇼핑센터,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들이 모여있는 시내 한가운데 있어 접근성도 좋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행복한 얼굴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마트에서 튜브를 구입해 수영하는 것도 좋지만 해변에 있는 상인들에게 스노클링 및 패들보트 장비를 대여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일몰 무렵의 해변을 걷는 일도 괌에서는 특별하다. 해가 수평선 밑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바다는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든다. 주변 상가들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면 또 하루의 여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