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사협회(회장 이운재, 이하 KOSTA)가 여름철을 맞아 일본 대마도로 팸투어를 떠났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배편으로 1시간10분~2시간이면 닿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외국’이다. 거리가 가까운 탓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한국과 무수히 많은 교류를 해 왔다.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지금, 역사를 잇는 땅 대마도를 찾은 KOSTA 회원들과 함께 했다.
<대마도=홍민영 기자> mybb10@gtn.co.kr
<취재협조=KOSTA(02-2075-7070), 발해투어(02-3789-5887)>
46명의 회원들이 여행길에 오른 지난달 30일, 부산과 대마도에는 장맛비가 흩날렸다.
빗속에 오션 플라워 호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 대마도 이즈하라 항에 도착했다.
이번 팸투어를 주관한 대마도 전문 랜드 발해투어의 황백현 대표가 직접 가이드로 나섰다. 황 대표의 이즈하라 항 설명으로 팸투어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대마도 거리는 지나가는 이 하나 없이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회원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낡은 돌담 위로 고요히 스며들었다.
첫날 목적지는 황백현 대표가 직접 발굴한 이완용의 글씨 유적, 인기 소설가 나카라이 토스이(半井桃水) 기념관,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등이었다. 하나같이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역사 유적지다.
나카라이 기념관은 소박했지만 정갈했다. 내부에는 찻집도 있어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고, 유카타 렌탈도 가능해 짧게나마 일본의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었다.
소박하기로 치면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만한 곳도 없었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늦둥이’ 딸로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 결혼하고 조현병 등에 시달리다 외롭게 생을 마쳤다. 쓸쓸하게 서 있는 봉축비를 통해 망국의 역사를 그 삶에 고스란히 새긴 옹주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유적지를 둘러본 후, 대마도 시내의 음식점 ‘시마모토’에서 작은 저녁 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46명의 KOSTA 회원뿐만 아니라 오오우라 타카시(大浦 孝司) 대마도 시의원도 함께했다. 오오우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일부러 대마도를 찾아 주신 KOSTA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우정이 변치 않기를 빈다”고 전했다.
KOSTA 회원들은 달군 돌에 온갖 해산물을 구워 먹는 대마도 전통 요리 ‘이시야키’와 함께 오오우라 의원이 제공한 멧돼지 고기를 맛봤다. 이어서 일본의 전통 춤 공연과 즉석 댄스파티를 즐기며 흥겨운 밤을 보냈다.
둘째 날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이 날에는 대마도 남부의 ‘이즈하라’에서 북부의 ‘히타카쓰’로 넘어가기로 돼 있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에보시다케 전망대와 와타즈미 신사였다. 15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는 대마도 관광의 ‘꽃’이다. 젖은 종이를 친 것처럼 흐릿한 하늘 아래 파도에 부서지는 초록빛 섬들이 마음의 시름까지 씻어주었다.
숲 속에 자리한 와타즈미 신사는 바다의 수호신인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命)를 모시는 곳으로 입구의 도리이가 다섯 개나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리이란 일본 신사 입구에 세워진 문으로 속세와의 경계 역할을 한다. 와타즈미 신사의 도리이 중 두 개는 밀물이 들면 2m나 잠기기도 해 장관을 연출한다. KOSTA가 방문한 날에는 아쉽게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파도에 젖은 도리이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1박2일 간의 짧은여정에 아쉬움을 느끼며 부산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창문 밖으로 멀어지는 대마도는 떠나는 우리를 그 자리에서 영원히 기다려 줄 것처럼 보였다.
어지러운 일상의 소란을 떠나 잠시나마 자연의 품에 안겼던 KOSTA 회원들. “팸투어를 통해 친목을 다지고 여행사들 간 정보를 공유한다”는 이운재 회장의 말처럼, 그들의 우정도 섬처럼 우직하기를 바란다.
>>“대마도의 매력? 역사와 힐링”
>>황백현 발해투어 대표가 말하는 대마도
1박2일의 팸투어 기간 동안 함께 한 발해투어의 황백현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언어학자이자 역사학자로서 대마도와 한국 간 역사를 끈질기게 연구해 온 것으로 유명한 ‘괴짜’ 여행인. 지난 1997년부터 대마도 패키지 투어를 진행해 온 그는 “대마도의 매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역사와 힐링”이라고 말했다.
“대마도에 오면 소위 말하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들 합니다. 대마도는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곳곳에 스며 있는 역사의 흔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곳입니다”라고 황 대표는 운을 떼었다.
그의 고집 덕분에 발해투어 대마도 관광 일정에는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가 포함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됐던 숯 굽는 가마터, 땅굴, 포대 등도 계속해서 ‘관광 코스’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한국에서 후쿠오카를 거쳐 오던 배는 부산 직항선이 되었고, 지금은 연간 26만 명의 사람들이 대마도를 찾고 있다. 더욱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역사 코스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쉬어가는 ‘힐링 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힐링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온천과 자연이다. 대마도에는 나기사노유, 타마노유, 호타루노유, 유타리랜드 등 다수의 온천이 있다. 이 중 KOSTA 회원들이 방문하기도 했던 유타리랜드는 일반 온천만이 아닌 가족단위 욕탕도 있어 인기라고 한다.
숲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고, 온천에 몸을 담가 피로를 푼 뒤 시내 면세점과 티아라에서 쇼핑을 즐기는 ‘힐링 코스’가 대마도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대마도 역사 투어와 함께 힐링 투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방문객 30만 명을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