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관광지로서 ‘뉴질랜드’를 생각할 때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누군가는 ‘사람보다 양이 많은 곳’이라고, 다른 사람은 ‘<반지의 제왕>이 촬영된 곳’이라고, 기자가 뉴질랜드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직항이 개설된 뉴질랜드 도시인 오클랜드가 완연한 도시였기에, 그간의 뉴질랜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이제는 ‘진짜’ 뉴질랜드를 엿보기 위해 웰링턴(Wellington)과 넬슨(Nelson)을 주목할 때다. 이번 트렌즈와 함께 진행된 포스트 투어를 통해, 웰링턴과 넬슨에서 꼭 해야 할 것(#NZmustdo)들을 알아봤다.
<뉴질랜드=윤영화 기자> movie@gtn.co.kr
<취재협조=뉴질랜드 관광청> 홈페이지: www.newzealand.com/kr
■ 피터 잭슨이 사랑한 도시 웰링턴,
뉴질랜드 전통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뉴질랜드의 수도로 익히 우리 귀에 익숙한 웰링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장에 매달린 조형물은 웰링턴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간달프가 타고 있는 거대한 독수리 모형 앞에서는 어떤 관광객이라도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공항에서 알 수 있듯이 웰링턴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주요 배경이며, CG 제작업체인 웨타 스튜디오(Weta Studio)가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두 영화뿐만이 아니라 <썬더버드(Thunderbirds)>의 촬영 스튜디오 역시 웨타 스튜디오에 소재해 있는데, 웨타 스튜디오 투어 중에는 썬더버드의 촬영 세트 견학도 가능하다.
웨타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투어는 ‘웨타 케이브 워크숍 투어’, ‘미니어처 스테이지 투어’ 등 두 가지가 있는데, 각 투어는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성인은 45뉴질랜드달러(6-12세 아이는 20뉴질랜드달러)로 두 시간 정도의 풀 패키지 투어를 할 수 있다. 성인 2명, 아이 2명이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패스(120뉴질랜드달러)도 있으니 경제적인 가족 여행이 가능하다. 실제 투어에는 뉴질랜드 현지인들도 다수 참여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촬영에 사용된 소품들의 제작 과정을 눈으로 보고 실제로 만져보는 재미가 있다.
웨타 스튜디오 외에 웰링턴 주요 관광지로 꼽고 싶은 곳은, 단순하지만 정석적인 시티 투어 혹은 코스트라인(해안가)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실 웰링턴 공항에서 숙소가 소재한 시내까지 오는 길은 아름다운 해안가가 펼쳐져 있어 감상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만, 차량을 따로 수배하지 않은 경우는 이동하는데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지사. 웰링턴 시티 투어는 국회 빌딩, 올드 세인트 폴 성당, 레이디 노우드 로즈 가든 등 주요 방문 포인트를 비롯해 클래식한 웰링턴 건축물들을 단숨에 관람할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한다.
시티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빅토리아 산 정상에서 360도로 바라보는 웰링턴의 경관. 웰링턴에서 잊을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웨타 스튜디오보다 이 경치를 꼽을 정도다. 웰링턴 항구의 순수한 경관과 들쑥날쑥한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눈과 마음에 반드시 새겨야 할 포인트다. 다만, ‘바람이 많은 도시’인 웰링턴답게 어느 정도의 강풍은 각오해야 한다.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테파파(Te Papa) 국립 박물관 앞에 내린다. 뉴질랜드와 마오리 족의 역사가 가득 담긴 투어 코스로 웰링턴을 마무리한다면, 문화·경관을 모두 체험하는 셈이 된다.
테파파 국립 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뉴질랜드 문화를 시공을 초월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과거 유물들을 전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 전쟁 등 장면을 재연한 밀랍 인형을 비롯, 독특한 해양 생물 등 그야말로 ‘만물 박물관’이다. 특히 뉴질랜드 마오리 족 삶의 터전인 마라이(Marae)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민 공간은, 사적인 MICE 행사에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실용적인 뉴질랜드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보이는 대목이다.
■평화로운 ‘마을’ 넬슨, 마음에 온기를 느낀다
넬슨 공항에 도착하면 일단은 실소가 터질지 모르겠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절로 느껴진다. 규모가 작다면 작은 공항에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가 별도로 없어 위탁 수하물들을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넬슨은 오클랜드나 웰링턴과는 확실히 다른 곳’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어떻게 다르냐면, 널찍한 자연 속을 내가 침범하는 느낌.
그렇지만 이런 환경과는 조금 다르게, 넬슨이 원래 기학적인 패션으로 유명했던 도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WOW(World Of Wearable art) 전시회를 마친 옷들이 전시된 와우 뮤지엄은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나오는 곳이다. 본래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옷들이 모였다고 하는데, 실상 보면 ‘어떤 재료’든 옷으로 만든 디자이너들의 기발함이 돋보인다.
기성복이 아닌 탓에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만으로 폭소가 터지더라도, 뮤지엄 내 상시 상영 중인 패션쇼 무대에서 모델이 옷을 입고 있는 장면을 보면 옷에 대한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매년 4월과 11월에 전시되는 옷들을 바꾼다고 하니, 기억에 남는 작품과는 ‘인증샷’ 남기길 주저하지 말지어다.
와우 뮤지엄의 또 다른 주제는 클래식 카 갤러리. 온갖 종류의 자동차들이 모여 있는 클래식 카 갤러리가 있는데, 수입 차종 중 유일하다시피 해서일까.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미니 자동차(The World’s Fastest Mini)가 단연 눈에 띈다. 또 유명한 장면 중 하나를 클래식카와 마네킹을 이용해 재연하기도 해 눈요깃거리가 된다.
환상적인 뮤지엄만이 넬슨에 가야 하는 이유일까. 널찍이 펼쳐진 평야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그랜드 머큐어 넬슨 모나코(Grand Mercure Nelson Monaco) 호텔만으로도, 사실 넬슨은 충분히 ‘살아보고 싶은’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작은 마을이라고 착각할 만한 곳.
각 방은 복층 혹은 단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고작 2층짜리 건물들이 쭉 이어져 있어 얼핏 보면 호텔임을 모르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벽난로 시설과 빈티지한 소파,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마치 호텔이 아니라, 뉴질랜드 ‘플랫 아파트’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 방은 미묘하게 인테리어에 차이를 뒀고, 레지던스 시설까지 갖춰 실제로 몇 주 동안 머무는 여행객이 많단다. 정말 아늑한 각 룸에 들어서면, 며칠이라도 머물 수 있을 것만 같다.
■ 웰링턴&넬슨 in TRENZ
웰링턴과 넬슨 지역 관광청은 지난달 오클랜드 현지에서 진행된 박람회 TRENZ에도 부스를 마련, 직접 참여해 지역 홍보에 나섰다. 현지 체험만으로 부족한 관광청 추천 여행을 소개한다.
>>‘웰링턴’은 트렌디한 지역
음식, 필름, 커피, 맥주, 오케스트라 등 웰링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던 그 자체다. 웰링턴 시내에서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트램’을 이용하는 것. 가장 높은 고도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웰링턴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고, 현지인들까지 애용하는 인기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시내에서는 ‘쿠바 스트리트’ 같은 팬시한 거리들도 뜨고 있으니 추천한다.
근방 지역과 연계한 여행은 웰링턴 방문을 더 다채롭게 할 것이다. 웰링턴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만 이동하면 더 다채로운 해안가 드라이브, 신선한 와인 시음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인 작은 마을인 그레이타운(Greytown)에는 수십 개의 프라이빗 스토어가 넘치고, 특산물과 수공예품들을 판매한다.
>>국립공원이 있는 ‘넬슨’
넬슨 지역에 해야 할 것 들은 수도 없이 많다. 28개의 와이너리, 11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200명의 현역 아티스트를 비롯해 3개의 국립공원은 넬슨의 자랑이자 체크 포인트다. 특히 이 중 아벨 타스만 국립공원(Abel Tasman National Park)은 뉴질랜드인이 뽑은 최고의 목적지로 꼽혔을 정도다.
넬슨 지역에서 동쪽 해안가를 따라 가로지르는 자전거 투어는 가족 여행객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럭셔리 롯지, 호텔, 모텔 등 숙박 시설도 다양하고 전통적인 곳들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동부 해안을 따라 말보로(Malborough) 지역을 거쳐 북쪽으로 운전해 도달하면, 아름다운 해안가와 와인 투어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