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34주년을 맞은 홍익여행사는 지난 30여년 간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기차전문여행사 타이틀을 지켜왔다. 시시각각 요동치는 시장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한 길만 걸어온 홍익여행사가 국내 관광시장에 깊이 내린 뿌리는 다름 아닌 ‘열차’. 국내 굴지의 대형 여행사들조차 ‘뜻대로 되지 않아’ 난색을 표한다는 기차사업에서 홍익여행사는 이미 수십 년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가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작지만 탄탄한 홍익여행사의 성과 비결과 직원들이 그려가는 더욱 큰 꿈을 황윤하 대표의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본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
한 분야 ‘최고’ 우선… 기차여행시장에 ‘올인’
여수·아산 레일바이크, 글램핑까지… 유관 레져사업 개척
Q. 한결같이 ‘기차여행’에만 주력해왔다. 이유가 있나.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내실을 기하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부터 안정화하는 것이 1순위라고 여겼다. 아무런 기반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외형을 확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기다보니 지금까지 홍익여행사는 국내사업, 기차전문여행 한 우물만 파게 됐다.
기차관광은 상당히 특수한 시장이다. 단시간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장기 투자를 필요로 하고,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전문적인 노하우가 요구된다.
항공시장의 경우 여행사들은 블록을 ‘통’으로 받아 판매하지 않나. 기차시장에서는 출발 한 달전부터 좌석 하나하나를 확보해야 한다. 하나의 노선에도 여러 종류의 열차가 운용되는데, 그 수많은 노선의 좌석을 일일이 수배한다. 판매하지 못한 좌석 당 손실이 발생하는 건 항공시장과 동일하다. 일일이 관리하고 판매하나, 발권하지 못하면 즉시 손실을 입는다. 참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다 보니 타 사업에 눈 돌릴 여력도 없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Q. 이 치열한 여행시장 속에서 지금의 홍익여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수익이 보전된 시장에서 전문성을 꾸준히 배양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차는 타 시장대비 ‘덤핑’이란 개념이 없었다.
이미 일정한 판매가가 정해져 있어 여행사 저마다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하고, 수익도 보전이 됐다. 홍익여행사 역시 출혈경쟁은 지양했고, 일정한 수준의 수익률은 보장되는 선에서 판매가를 지켜왔다. 국내 버스 관광시장이 덤핑경쟁으로 치달을 때 기차시장은 훼손이 덜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가 뒷받침된 가운데 홍익여행사는 ‘기차 전문성’을 키워왔고 이는 곧 수익으로 직결됐다. 순수 국내관광 사업만 다루는 홀세일러 중에서는 지금도 홍익여행사가 최고라 자부한다. 이미 여행사 6곳에 파견을 나간 지 20년 가까이 됐고, 그만큼 홀세일러로서의 판로도 탄탄하다. 여러 가지 상황이 홍익여행사의 꾸준한 성장을 지지해줬다.
Q. 국내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차는 물론 버스와 항공공급량도 늘었고, 교통 인프라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홍익여행사에 미친 영향은.
국내 관광시장이 전반적으로 동반 성장하고 개발되면서 홍익여행사도 다방면의 수혜를 입었다. 특히 KTX의 출현 전후로 크게 비교해볼 수 있는데, KTX 운행이 시작된 후 상품의 다양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이전에는 한정된 특정 열차만 판매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더욱 다양한 노선과 열차, 시간대로 상품이 분산됐다. 초창기엔 ‘꿈도 꾸지 못했던’ 부산, 목포 등 장거리 지역의 당일 여행 상품이 가능해진 것도 물론이다.
기차 단독 상품 외에도 선박·항공 연계 상품도 많아졌다. 과거에는 한정된 열차 운행 스케줄 따라 연계 교통수단 이용 여부가 결정됐는데, 지금은 이같은 제약이 사라진 셈이다. 상품 운영이 더욱 수월해졌다.
연령층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기차상품을 이용하는 주 고객은 노년층이었다. 지금은 ‘내일로’ 등의 홍보 효과에 힘입어 대중들에게 기차여행의 편리성이 상당히 홍보됐고, 소셜커머스 등 각종 채널이 젊은 수요층을 기차여행으로 끌어오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여수 레일바이크 사업장을 동계시즌에 찾는 고객의 절반은 ‘내일로’를 이용하는 20대 청년층이다. 과거보다 이용 연령대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Q. 본지가 선정한 ‘탄탄한 중소여행사’에도 선정된 바 있다. 매일같이 치열해지는 관광시장에서 중소여행사들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하나.
현재 서울 소재의 중소여행사들은 상당히 분업화돼있다. 골프면 골프, 수학여행이면 수학여행, 기업 인센티브면 인센티브 등 어느 하나를 콕 집어 주력 판매하는 사업체가 많다.
나름의 노하우와 전략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있는데, 중소여행사들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라 본다. 홍익여행사 역시 국내 기차여행 외 여타 사업으로 일찍이 눈 돌렸다면 ‘지금의 홍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사업체들이 자사만의 색깔을 분명히 살려 가져가야한다고 사료된다. 차별화된 노하우를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
Q. 지금은 레일바이크, 캠핑장까지 레져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향후 확장 계획은.
홍익여행사 브랜드와 연계된 유관 시장을 탐색하던 중 여수 레일바이크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아산에도 레일바이크와 글램핑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국내 여행사로서는 유일하게 부산시 4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2018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레져 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지속 개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때 묻지 않은’ 전남 지역에 콘도 하나를 건설하고 싶다. 회원제 없이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여행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안한 콘도 말이다. 몰디브 못지않게 아름다운 국내 섬들이 많다. 다만 교통 인프라가 먼저 갖춰지지 않아 숙박시설도 들어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작은 섬들까지의 접근성이 높아진 향후에는 홍익여행사가 운영하는 콘도가 건설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Q. 2017년 남은 하반기 계획은.
기업체 인센티브 시장까지 제대로 진출해보고자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현재 인센티브 전문 인력도 보충하고 있다. 향후에는 패키지 시장을 넘어 인센티브 시장까지 커버하는 기차 전문 여행사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Q. 어떤 여행사로 불리고 싶나. 수식어를 붙여본다면.
‘품격 있는 기차여행’이 좋을 듯 하다.
아직 국내 기차·숙박 시장은 성숙해가는 단계에 있다.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많고, 갖춰야 할 품격도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내여행도 고품격시장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본다. 홍익여행사는 이같은 프리미엄·고품격 국내여행을 지향하며, 상품의 격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다져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질도 향상시켜 ‘고품격 기차여행’ 시장을 견인하는 전문여행사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