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미스테리... 여행자들의 로망
인간의 욕망을 문명으로 바꿔 놓은 이집트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이집트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 보면 주저치 않고 피라미드, 스핑크스, 룩소르, 아부심벨 같은 나일강 문명과 유물, 사막, 낙타, 차도르를 쓴 여인, 거기에다 세기의 미인 클레오파트라까지 들먹인다. 또 여행지는 카이로로 한정한다. 이는 이집트 수도이며 이 나라 5000년 역사를 대변하는 도시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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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시발점... 거리곳곳이 박물관
10만~20만명 노동력
피라미드, 스핑크스는 아직까지 미스테리
>> 카오스의 도시, 카이로
카이로는 이집트의 수도다. 아랍어로 승리의 뜻이다.
나일강 삼각주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이 도시는 고대로부터 동양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존 하는 이색 지대다. 도시면적 453㎢, 인구 800만 명, 도시 인구의 95%가 이슬람교 신자다. 자동차 대수 200만대. 이 나라 이집트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카이로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초기 기독교 수도원과 모스크 등 고대문화유적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박물관 같은 도시다.
카이로의 특색이 있다면 도시 규모에 비해 녹지가 부족하다는 거다. 말하자면 엽록소 식물이 자랄만한 환경이 적합하지 않는 땅이다. 거기에다 최신형고급차와 20~30년 전의 낡은 자동차들이 뒤섞여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도심은 오염됐고, 도로는 차선과 횡단보도가 거의 없어 우리 잣대로 겨누면 교통질서는 거의 무질서에 가깝다. 자동차로 뒤엉킨 차도를 요리조리 건너는 보행자들도 태연하다. 운전하는 사람도 그러려니 일상으로 친다. 모두들 현실 적응에 이력이 붙었다.
이렇게만 보면 전형적인 개발도상 도시다. 하지만 하루에 다섯 번씩 ‘무하마드 알라’ 신을 향해 기도 하며, 무질서 속에서 여유와 질서를 찾는 그들은 자유롭다고나 할까!
카이로는 한국과 무관치 않다. 1943년 11월27일 미,영,중 3개 연합국이 이곳 카이로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독립국가로 승인할 것을 국제적으로 보장 받았다.
>> 카이로 여정은 ‘타흐리르 광장’으로부터
카이로 여정은 신시가지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작된다. 도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 전체에 400개가 넘는 첨탑건물과 사원들이 있지만, 그곳을 방문 전에 도시의 윤곽을 잡아 보는 것도 여행의 순서다. 광장 서쪽 게지라 섬에 있는 ‘카이로 타워’가 있다.
카이로 타워는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높이 187m의 화강암 건축물로 외관은 격자무늬 로토스(Lotus 연꽃) 식물을 닮았다. 원형관속에 기둥이 세워졌고, 맨 윗 층은 시가지 전체를 조망 할 수 있는 회전식 전망대가 있다. 또 시가지를 관망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자면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 앞 양쪽 벽에 모자이크로 된 풍속 벽화가 이채롭다. 전망대에 올랐다. 마침 나일강에 깊은 황혼이 마지막 축제를 올리는 듯 거의 신비에 가까운 색채다. 중세기 모스크를 비롯해, 오페라 하우스, 현대식 고층 건물,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가 황혼 속의 그림 같다.
>> 고대유물의 보고, 카이로 박물관
카이로 도심(都心)에 있는 박물관은 이집트 전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들을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등의 유적지를 방문하기 전에 박물관을 방문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집트 역사와 문명을 이해하는 첩경(捷徑)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유물은 파리의 루브르, 독일의 베를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영국의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명박물관에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이집트가 친정이다.
전시관은 1, 2층으로 나뉘어 15만점 가까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 고왕국 시대의 멘카우라 왕과 두 여신 상, 중왕국 시대 멘투호테프 2세 좌상, 파라오의 시신을 안장한 석관,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투탕카멘 왕의 황금마스크 등이 눈길을 끈다.
투탕카멘은 아홉 살에 파라오가 됐지만 1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는 사후에 미라로 만들어졌는데 1922년 이집트 중부지방 계곡에서 발견됐다. 11kg 순금으로 제작된 황금마스크는 생전의 얼굴과 똑같다. 3300년이라는 아득히 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막 장인의 손에서 떨어진 것 같은 흠잡을 대 없는 보존이 경이롭다.
그러나 황금 마스크를 보는 동안 영생을 꿈꾼 젊은 파라오에게 연민을 느낀다. 인간의 욕심이 낳은 허무때문이었을까? 그가 죽음 후에 영생을 얻었다 해도 행복했을까?
3000년 전의 시간과 지금 이시간이 충돌하는 내 의식에 설명 할 수 없는 현기증이 났다. 인간의 불분명한 욕망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전시된 유물들을 촬영하거나 만질 수도 있지만, 내년에 완공되는 신 박물관에 옮겨지면 유물 모두를 유리진열장에 넣어 훼손에 대비할 것이라고 한다.
>> 인류문명의 위대한 걸작, 피라미드
“낙타 타시오” “ 나귀 타시오” “ 마차 타시오” “사진 찍으시오” 호객꾼들이 귀찮을 정도로 여행객을 따라 다닌다.
개중에는 조잡한 기념품을 들고 동양 사람이면 코리아, 차이니즈, 제페니즈 하는 잡상인도 많다. 관광객과 호객꾼과의 갈등 같은 언바란스, 이것이 모래 언덕 위에 세워진 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 앞의 모습이다. 세계 어느 관광지든 이런 현상은 존재한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의 무덤이다. 카이로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약 13km) 벗어난 기자(GIZA)지구 피라미드는 천문, 지질, 수학, 토목, 건축과 같은 모든 학문과 지혜의 집합체다. 그래서 이집트로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최고의 관광자원이며 이집트 여행의 백미다.
기자지구 피라미드를 가장 의미 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은 파노라마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왼쪽부터 쿠푸왕, 카프레왕, 멘카우레왕 피라미드가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쿠프왕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다. 완성 당시의 높이가 146m 이었으나 그간의 풍화작용으로 현재는 137m다.
2.5톤 크기의 돌을 230만개나 쌓았다. 기계장비가 없는 그 때 어떤 방법으로 이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자재와 노동력은 어디서 어떻게 확보했을까?
아직도 명쾌한 답은 없다. 쿠푸왕 피라미드 내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계단 일부가 발견됐다고 하나, 사용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추측일 뿐이다.
>> 피라미드는 누구의 손으로?
노예였을까 농부였을까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투스는 피라미드를 노예 20만명을 동원해 만들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현대 사학자들은 홍수기의 농부들이 건설했다는 설을 내놓았다. 쿠푸왕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동원된 인력은 연간 10만 명, 터를 닦는데 만 10년, 돌을 캐 운반해 쌓는데 20년이 걸렸다.
한국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L교수는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은 노예가 아닌 자유인에 의해서 건설됐다고 글을 썼다. 자유의지에 의한 창조성이 없이는 웅대한 건축을 할 수 없다는 거다. 피라미드 곁에 노무자들의 무덤도 발견됐다. 이들이 노예였다면 파라오의 곁에 노예를 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그렇다면 고대이집트의 정치는 민주주의 였을까? 군주주의였을까?
>> 사자의 몸, 사람의 얼굴 스핑크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가 1898년에 쓴 동명의 희곡을 영화한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저는 스핑크스 앞에서 이런 독백을 한다.
“스핑크스여, 줄리어스 시저가 말하겠소. 난 많은 땅을 돌아 다녔지. 난 정복하고 당신은 그저 기다리지. 로마는 미친 인간의 꿈이라오. 내가 누군가의 천재라면 당신은 짐승의 모습, 여자의 모습, 그리고 신의 모습, 당신의 수수께끼를 읽어 볼까? 스핑크스~” 그 때 젠틀맨 하고 어리광스런 여인이 나타난다. 그가 클레오파트라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는 이렇게 스핑크스 앞에서 처음 만난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에게 쫓겨난 신세지만 이집트의 여왕이라 한다. 그들의 세기적인 사랑은 여기서 시작된다. 스핑크스의 유명세는 이토록 로맨스에도 등장한다.
길이 73m 높이 23m, 사자의 몸, 사람의 얼굴, 사자의 용맹과 인간의 지혜를 상징한 거대한 석조조각품 스핑크스는 오랜 시간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가 20세기 초에 발굴됐다.
>>벨리댄스, 수피댄스도 신에게 드리는 기도
나일강 주변은 인공불빛으로 불야성이다. 유람선 식당에는 원색의 불빛이 멈춘 무대에 전통 타악기와 현악기가 연주되고 있었다. 리듬에 맞춰 벨리댄스를 추는 여인의 힙이 사시나무 떨리듯 떤다. 이곳 벨리댄스는 고대문명의 역사 속에서 깊숙이 자리 잡은 관습적인 여인 배꼽춤이다.
그들의 유목 생활은 외로웠다. 사막의 밤하늘은 별들뿐이다. 벨리댄스는 관능적이면서도 생명의 탄생과 모성애를 기원 한다.
또 신에게 그들의 안녕을 비는 염원의 춤이다. 남성이 추는 수피댄스도 공연됐다. 자체 발광하는 옷을 입고 양산을 편 듯 팽이처럼 돌아갔다. 이 춤은 우주와 지구의 움직임을 상징한다. 춤추면서 황홀경에 빠져 신과 하나 되는 체험을 얻고자 한다. 무용수는 30분 족히 관람객 사이를 쉬지 않고 돌았다.
>> 전통 만물시장 칼릴리
카이로 칼릴리 시장은 어디서 많이 경험해 본 시장이다. 서울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같다. 칼릴리 시장은 과일로부터 먹는 것, 입는 것, 보석류, 심지어는 중금속 제품까지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는 이집트 최대의 민속시장이다. 14세기부터 운영되어 왔다는 이곳 시장은 지금도 중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옛 이곳 사람들의 생활과 풍속을 짐작케 한다. 시장 주위에 모스크나 사원 같은 건물이 많다.
해가지면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이슬람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시장관광은 입구에 있는 후세인 모스크 광장에서 시작된다. 상가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고봉으로 담긴 빵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남대문 시장에 식판 위에 겹겹이 쌓은 그릇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을 연상하면 된다.
현재 1500개 이상 점포가 운영 중이라고 하니 규모도 무지 크다. 이집트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 이집트 여행의 교훈
이집트는 지난 몇 년간 민주화 과정을 거처 안전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미국 국무부에서도 ‘안전’ 등급을 하향했다. 근래에 와서는 몇 년간 감소하던 관광객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관광객도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약 14%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집트 관광청 발표에 의하면 6800만 달러를 들여 한국을 포함한 27개국에 여행홍보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여행 슬로건 ‘LIVE THE MAGIC’을 발표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이집트 카이로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스카이라인의 첨탑과 고대 건물의 묵직함, 나일강 역사와 문명의 웅장함이다. 투탕카 맨의 황금 마스크가 고고학적 가치와 영생의 현실화를 바라는 옛 이곳 사람들의 상상적 염원이 담긴 유물도 한 몫 한다.
반면에 다국적 기업이 투자한 최신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최고급 벤츠가 도로를 달린다. 폐차장에서나 볼 듯한 고물 자동차도 달리고, 나귀가 끄는 마차도 아스팔트 위를 구른다. 자동차 경적소리에 현기증이 나고, 무질서한 교통상황 속에서도 여유롭게 웃는 시민들의 얼굴들, 하루에 다섯 번 씩 신을 향해 기도 하는 엄숙함이 있는가 하면, 반라의 여인이 추는 벨리댄스와, 신비스런 수피댄스가 현란한 조명 속에 환상과 액티비티를 더 한다.
반만년 전에서 현재까지 사피엔스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지만 이집트 카이로는 분명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카우스의 도시다. 어쩜 이것이 여행인들로부터 각광받는 카이로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