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이 예술인들을 위한 거리로 변모한 ‘철화촌’
타이페이는 타이완 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타이페이에서 도시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타이동에서는 더욱 소박하고 정겨운 타이완을 만날 수 있다. 사람, 음식, 문화, 그 곳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타이동만의 색깔을 담고 있어 또 다른 타이완을 마주한 느낌이다.
<타이완 타이동=조재완 기자> cjw@gtn.co.kr
<취재협조=타이완관광청> 02)732-2357
<글 순서>
1. 타이완인들의 ‘無限愛情(무한애정)’ 받는 등불축제
2. 타이완에서 쓰는 ‘전원일기’, 타이동
<철화촌 마켓 운영시간>
음악마을 공연시간: 수~토 20시~22시,
일 19시30분~21시
철화촌 아티스트마켓: 화~일 14시~22시
▶타이동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
타이완의 동남부에 위치한 타이동(台東, Taitung)은 타이완을 가로지르는 험난한 산들 덕분에(?) 타 지역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느리다. 그만큼 자연 환경 보존이 매우 잘돼있고, 원주민들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타이완 본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아직 덜 알려졌지만, ‘타이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환도여행’을 즐기는 중국인들에게는 타이완 여행의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
자그마한 타이동은 도로가 넓지 않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 제격인데, 호텔에서도 쉽게 대여할 수 있다. 타이완 사람들은 청소년들부터 오토바이를 즐겨 타기 때문에 거리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아 보일 정도여서, 여행자들도 어려움 없이 시도해볼 수 있다. 현지인들처럼 타이동이 주는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이방인으로서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오래전부터 타이동을 알고지낸 양 친근함만 느낄 수 있다.
타이동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을 따라 달려보고, ‘예술인들의 마을’인 철화촌(鐵花村, Tiehua)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수공예품 쇼핑을 해도 좋다. 과거 철도역이 예술촌으로 재탄생한 철화촌에는 해가 지면 아티스트들이 나와 직접 만든 악세사리와 옷, 장신구와 그림 등을 판매한다. 바로 옆의 철화촌 음악마을에서는 인디밴드들의 공연도 열려 날씨좋은 밤에는 타이동에서의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철화촌에서는 타이동 시내에서 가장 큰 야시장까지 걸어갈 수 있다. 타이동 야시장은 비교적 이른(?) 밤 10시에 문을 닫지만, 대왕 오징어 튀김부터, 설탕 딸기꼬치, 큐브 스테이크, 거대한 타코야끼 등 타이완의 야식 문화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타이동의 특산물인 석가(슈가애플)를 꼭 맛보기를 권한다. 석가모니의 머리처럼 생겨 석가라고 불리는데, 외형은 다소 기이해보이지만 새콤한 맛을 보면 열대과일임에 틀림없다.
타이동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이동하면 지상(地上)에 당도한다. 지상의 평야는 모두 벼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전거 렌탈점에서 지도와 전동자전거를 렌트해 푸른 논밭 사이를 달리며 지상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논밭의 농부들 뒤로 구름이 걸쳐진 산들이 이어진 풍경을 감상하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 그릇밖에 먹지 못해 ‘한’으로 남은 미타이무(米苔目)
타이동은 타이완에서 보기 드문 넓은 평야지대를 가지고 있어 벼농사를 많이 하는 지역이다.
예부터 이곳 쌀은 ‘타이완 전역에서 가장 맛 좋기’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일본에 수출할 정도의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타이동의 ‘지상 쌀’ 덕분에 타이동에서 꼭 먹어봐야 할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지상 도시락’과 ‘쌀국수’가 꼽힌다.
특히 미타이무(米苔目)라고 불리는 쌀국수는 타이완의 전통적인 먹거리이다. 이 타이동식 미타이무는 타이동의 또 다른 특산물인 가다랑어로 육수를 내고 가다랑어포를 풍성하게 올려 맛을 낸다. 기호에 따라 매콤한 고추 소스 혹은 피시볼을 추가하기도 한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미타이무 맛집으로는 ‘롱수샤미타이무(榕樹下米苔目)’를 적극 추천한다. 원래 가로수길의 노점상으로 시작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번창해 지금의 가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파인애플 홍차, 밀크티와 함께 쫄깃한 미타이무를 한 입 먹는 순간 타이동을 한 번에 맛본 것이나 다름없다.
▶타이페이에서 타이동, 어떻게 갈까?
2016년 4월 기준 타이페이~타이동 연결 항공노선이다. 타이페이 송산공항에서 타이동 공항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되며, 유니항공과 만다린항공 이용 시 한화 5만원에서 8만원 사이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타이페이로 돌아오는 항공편 역시 일 5회~6회 운영하고 있어, 타이완 여행 일정이 다소 빠듯한 여행자라면 타이동을 당일치기 여행으로 둘러볼 수 있다.
기차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바다 풍경을 놓친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유니항공이 타이동 노선에 투입한 ATR72은 쌍발 터보프롭형 항공기로, 쉽게 말해 ‘양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로 비행하는 항공기’다. 구름 아래 낮은 고도에서 비행해 고도 3000m 이상 높이 솟은 산들과 청록빛 바다, 그림같은 강줄기가 만들어 낸 풍경을 감상하며 타이동까지 갈 수 있다. 기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타이페이 도심 기차역에서 타이동까지 일반열차는 5시간, 급행열차는 3시간 반가량 소요된다. 중간 지점에서 대리석협곡을 감상할 수 있는 ‘타이페이→화련→타이동’ 코스를 추천한다.
지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마주한 풍경. 지상의 한 주민은 ‘허리를 뒤로 젖혀 거꾸로 바라보면 초록빛 하늘과 파란 대지가 보인다’고 거꾸로 지상의 경치를 감상할 것을 추천했다. 여름에는 더욱 풍성한 푸른 하늘을, 가을에는 따스한 황금빛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