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여행사’ 이미지 효과 … 고객 호감도 상승
소통 창구 줄어들고 건의사항 반영 안 돼 ‘불만’
대리점이 본사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영업력만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장기간 높은 실적을 올리는 대리점들은 본사와 충분한 윈-윈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대리점 대표들과 본사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는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대리점들의 목소리에는 본사보다 큰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대리점들이 의견을 수집하고 대리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겪은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봤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
명불허전 브랜드 파워…
“간판 보고 들어와요”
대부분의 여행사 대리점들이 일차적으로 꼽은 대리점의 장점은 브랜드 파워였다. 일단 믿을 만한 여행사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간판만 보고 내방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모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브랜드 파워가 고객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고객의 질까지 향상시킨다고 귀띔했다. ‘이 여행사라면 이만한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지’라는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컴플레인도 줄어든다고.
다른 여행사 대리점 대표의 경우, 본사의 행사 진행 능력이 만점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지방에 소재한 해당 대리점 주요 고객들은 중장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소 연령대가 높다. 입국과 출국을 하면서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을 본사 인솔자들이 꼼꼼히 챙겨주고 현지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 줘 걱정할 거리가 없다고.
이 외에도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여행사들이 대리점을 운영해서 좋은 이유로 가장 먼저 ‘브랜드 파워’를 꼽아, 본사 이미지가 대리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실감케 했다. 본사에서 홍보하는 CF나 광고를 보고 대리점을 찾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는 인식도 심어준다고 한다.
본사 상품 만족도↑…
초보 대표님도 ‘무사 판매’
다른 업종보다 ‘영업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다소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리점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본사의 상품을 판매하면 되기 때문에 상품 구성에 대한 기초가 없어도 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점 운영을 통해 여행업에 뛰어들었다는 한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본사지원과 꾸준한 관리로 매출 성황 궤도에 올라탄 케이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또 본사 상품이 구성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다 보니 대리점 운영에도 플러스 효과라고.
또 다른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특히 자사 상품의 경쟁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상품과는 차별화된 부분을 가져간다는 것. 또 항공기 특가도 자주 선보이기 때문에 판매에 힘이 되고,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대리점에서 대리점으로 고객에게 깎아주는 비용까지 모두 고려해도 이윤이 남을 정도라고.
여행사 상품을 온전히 판매하는 대리점의 경우, 본사의 상품 구성 능력에 상품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대리점을 운영하는 본사에서 상품 구성에 더욱 만전을 가해야 하는 이유다.
‘보너스는 나의 힘’…
대리점 판매 동기부여
판매를 온전히 해서 커미션을 받는 것만으로도 운영을 할 수는 없지만, 생계 이외의 동기부여가 되는 점은 본사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주기적으로 본사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는 대리점에게 인센티브는 일종의 ‘월급’ 같은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앞으로의 실적에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실적 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가장 높은 등급의 실적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커미션은 타 여행사에 비해 보통 수준이지만, 인센티브가 적지 않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많이 된다고.
타 여행사 대리점 대표의 경우 지속적으로 높은 실적을 올려온 탓에, 본사에서도 고객들을 많이 연결시켜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여행사에서 몇몇 대표번호 문의 고객들을 대리점으로 자동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이 여행사 대리점에서는 실적에 따라 대표번호에서 연결을 시켜주거나 해지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이처럼 본사에서 대리점에 지급하는 혜택은 꼭 ‘금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하는 여행사의 경우에는, 본사에서는 다른 부분에서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기부여 자극을 받은 여행사 대리점들은 또 높은 실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름 좀 알리자고요!”…
중견여행사 대리점 ‘아우성’
대리점 영업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브랜드 파워’인 동시에, 대리점 점주들이 소리 높여 요구하는 부분 역시 ‘브랜드 홍보’였다. 특히 몇몇 대형여행사를 제외한 중견여행사에서는 아직 지방을 포함한 전국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지방 소재의 A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영업하는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노년층이라고 전했다. ‘황혼 여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주로 하는 셈인데, 하나투어, 모두투어를 빼고는 전혀 여행사 브랜드를 알지 못하는 연령층이라고. 처음에 영업을 할 때는 입소문만 믿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사 차원에서 TV 광고를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것이다.
예기치 못하게 혼용되는 브랜드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롯데관광’과 ‘롯데JTB’가 대표적인 예다. 롯데관광의 경우 실제 ‘롯데 그룹’ 계열사가 아님에도 이를 혼동하고 찾는 고객이 없지 않은 편이라는 전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룹사에 속한 타 여행사들 역시 그룹사 이미지에 좌지우지되는 점 역시 거론됐다.
방식은 다르지만 대리점에서 대체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은 ‘여행사’ 본사의 ‘긍정적인 방향’과 ‘뚜렷한 강점’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것. 지방의 경우 본사보다 대리점의 힘이 막강한 만큼, 어떤 브랜드를 달고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소통 아닌 불통의 길로…
줄어드는 대화 창구
대리점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은 빠르고 완전한 소통의 길. 본사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창구를 마련해도 소통 방식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다. 대형여행사 대리점 대표들 역시도 이 부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여행사들의 경우 대리점 대표들과 소통의 창구를 아예 단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방 소재의 대리점 대표는 예전에는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개최되던 대리점 모임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본사에 소집돼 의견을 나누고 본사 직원들이 그곳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반영이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모임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해당 대리점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과 꾸준히 소통하지만 속이 시원치 못하다고.
다른 지방 소재 대리점 대표는 본사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정도로 본사와의 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의견 반영은 꿈도 못 꾸고, 해당 지역 대리점들끼리 모이던 모임도 없어졌다는 의견이다. 결국 본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으니, 대부분의 일 처리가 본사의 ‘통보’ 식으로 진행된다고.
여행사 본사에서는 꾸준히 말한다. 대리점과 본사의 관계는 ‘갑을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대리점에서 꾸준히 ‘소통의 부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리점과 본사 간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주기적으로 총회 식 모임을 개최하고 대리점의 의견을 본사에 반영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떨어진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아직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갑을관계’ 아닌데…
갑작스런 계약 해지 ‘난감’
대부분의 대리점 대표들이 본사와 대리점은 더 이상 ‘갑을관계’가 아니라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본사에서도 그만큼 대리점을 위한 정책이 많이 늘어났고, 대리점에서 본사로 통하는 문도 있기 때문. 하지만 아직까지 극단적인 경험을 하는 경우는 없지 않다며 무조건 실적 위주로만 평가하는 것의 애로사항을 고백한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를 경험한 지방 소재의 모 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실적 때문에 본사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리점을 운영하게 된 이후부터 당시까지 해당 대리점의 매출이 큰 성과를 보이지 않았던 것. 해당 대리점 대표는 본사에서 아무리 여러 가지를 지원해줘도 지역 특성상 정착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본사의 파워가 점점 세지면서 대리점에 ‘갑 질 아닌 갑 질’을 부리는 경우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모 중견여행사 대리점 대표는 간판을 걸겠다는 여행사들이 줄지은 하나투어, 모두투어보다, 본사가 대리점 친화적인 소통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본사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점점 달라지는 행태를 보이게 됐다고. 특히 대리점 간판을 달겠다는 요청이 급증하면서 본사의 목도 빳빳해졌다고 한다.
본사에서 대리점 얘기가 나오면 가장 긴장하는 부분이 바로 ‘갑을관계’ 부분일 것이며, 대리점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무수히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다수의 대리점들도 갑-을이 아니라 파트너 관계라고 그들의 관계를 규정짓는다. 그럼에도 대리점 대표들이 본사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극단적인 사태는 아주 없어지지 않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