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에서 발생한 진도 6.5 지진은 인근 국가인 한국에도 충격을 줬다. 지진 직후에는 한국인 방문객이 급감하며 관광지로 위태로운 상황마저 맞이한 터다. 지진 발생 후 네 달여가 지난 현재, 구마모토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여행업협회(KATA)와 큐슈관광추진기구는 지진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를 응원하기 위해 250여 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 ‘KATA 큐슈 구마모토·오이타 응원단’을 결성했다. 본지 기자를 포함한 응원단은 지난 8월26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 동안 큐슈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일본 구마모토=윤영화 기자> movie@gtn.co.kr
<취재협조=한국여행업협회(KATA)/큐슈관광추진기구/아시아나항공/일본정부관광국(JNTO)>
구마모토, 멀지 않아요
한국에서 구마모토까지는 후쿠오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 인천 발 기준으로 1시간20여 분이 걸린다.
현재 인천~후쿠오카 항공편은 하루 13편 이상이고, 이번 응원단에서 이용한 아시아나항공(OZ)만도 하루 3편이 운항 중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주요 관광지로는 차로 30분 남짓이 걸릴 뿐이지만, 다소 떨어진 관광지들의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2박3일 이상으로 일정을 넉넉히 잡길 추천한다.
지진 딛고 일어서자, “구마모토는 지금…”
>>가슴 아픈 흔적도 있었다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30여 분을 달려가면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다자이후 덴만 궁(태제부 천만궁)이 나타난다. 감히 말하자면 일본은 ‘신사(神社)의 나라.’ 덴만 궁은 일본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모셔진 곳으로, 합격 기원이나 학업 성취를 위한 참배자들이 모여든단다. 그래서 그럴까, 유독 많은 현지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것 역시 눈에 띈다. 우리나라 인사동을 연상케 하는 다자이후까지의 거리 역시 관광 인파로 붐비는 모습이다. 지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입었다는 아소로 가기 전 들른 구마모토 스이젠지(수전사). 구마모토 대표적인 정원인 스이젠지는 과거 호소카와 가문의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진 인공 정원 역시 지진의 흔적도 없이 평화로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스이젠지 옆 구마모토 성은 평화로움 속에서 쓸쓸한 분위기다. ‘일본 3대 성’으로 꼽히는 구마모토 성의 ‘천수각’은 지진 피해를 받아 지붕 기왓장이 무너졌단다. 현재 입장을 할 수 없는 구마모토 성의 재건에는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구마모토 성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아소 신사는 더 착잡했다. 아소 신사는 지난 4월 지진으로 아예 지붕이 통째로 가라앉았다. 지진 피해 복구를 응원하기 위해 규슈를 찾았다는 생각을 그때가 돼서야 실감했다. 그래도 피해 복구 지역들이 활기를 잃지 않는 이유는, 신사 주변의 상점과 마을에 관광객들이 북적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관광지는 ‘고즈넉’ 그 자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부 관광지들이 복원을 거치고 있지만, 대체적인 주요 볼거리들은 건재한 모습이다. 특히 큐슈 주민들 역시 언제 지진을 거쳤냐는 듯 활기찬 모습으로 관광지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북적이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일본 최고의 현수교인 ‘유메오오츠리바시’에서도 여지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바닥에서 173m 높이에 위치한 유메오오츠리바시를 건널 때는 흔들림 때문에 아찔함을 더해지지만, 안개 낀 절경을 둘러보는 데는 더할 나위가 없다.
유메오오츠리바시가 있는 유휴인 지역과 벳부 지역은 온천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유휴인 대표 관광지는 온천과 냉천이 같이 나오는 긴린 호수. 무더운 날씨에도 호수 옆으로 가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와 레스토랑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자연 경관이 지루하다면 수제품과 아기자기한 먹을거리가 가득한 민예품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본격적인 온천 관광지인 ‘가마도 지옥 온천’이 위치한 벳부로 가기 위해서는 유휴인에서 차로 4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유황재배지와 족욕 체험이 가능한 가마도 지옥온천이 대표적인 방문지.
응원단이 방문한 유황 재배지는 독특한 방법으로 제조되는 일본 특유의 온천성분을 결정화한 유황 입욕제(유노하나)로 유명하다. 유노하나는 일본에서 ‘의약부외품’으로 분류될 만큼 피부 질환을 완화시키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가마도 지옥온천에는 다양하고 신기한 온천수들을 만날 수 있다. 마시는 온천수도 마련돼 있고 수욕, 족욕도 가능해, ‘건강에 좋은 온천’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벳부 지역은 일본 제일의 용출량을 자랑하는데, 지옥(地獄)라고 불렸던 이유는 뜨거운 증기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과 함께 한 구마모토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면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기 전 ‘캐널시티(Canal City)’를 들르면 된다. 드러그 스토어부터 맛있는 라면 식당이 밀집한 ‘라면 스테이션’까지, 궂은 날씨에도 한 건물에서 모든 쇼핑이 가능한 복합 센터이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도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여행을 마무리하는 쇼핑 지점으로서는 최고다.
힘내라 구마모토! 힘내라 큐슈!
한국 여행업계 250명 방문
‘큐슈 구마모토·오이타 응원단’이 일본에 도착한 지난 8월26일, 아소그랑비리오 호텔에서는 한-일 주요 민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환영회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환영회에는 다나카 료세이 일본 국토교통성 부대신(차관)을 비롯해, 마츠야마 료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이사장, 사사키 료 큐슈 운수국 국장, 이시하라 스스무 큐슈관광추진기구 회장, 오노 다이스케 구마모토현 부지사 등이 현지에서 참석했다.
다나카 료세이 국토교통성 부대신<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자연 재해로 큰 타격을 입은 큐슈 지역에 한국 측에서 이번에 방문해 큰 힘이 된다”고 말하며 “양국 관광 교류 역시 우호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사진 왼쪽에서 네번째>은 이에 대한 답사로 “큐슈는 지난해 120만여 명의 한국인이 찾을 만큼 아주 가깝고 많은 관광 콘텐츠를 갖고 있는 최대 여행 목적지다.
자연재난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돼 하반기 큐슈 방문 한국인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한-일 관광 교류 700만을 무난히 달성하고 1000만 시대를 여는 시점인 만큼, 여행업계가 앞장서서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환영회에서는 지진 후에도 이곳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현지에 남긴 응원 메시지도 전시돼 시선을 모았다. 또 참석한 양국 주요 인사들은 앞으로도 돈독한 협력을 통해 교류를 늘려갈 것임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