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日(반일) 親日(친일)도 아닌 克日(극일) 할때
강제 징용… ‘군함도’ 우리에게 무엇인가
군함도(하시마·端島)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에 방송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최근 영화 제작 소식까지 들리지만 여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일제강점기 시대 조선인 800여 명이 강제 징용됐던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암묵한 채 일본 근대화의 상징물로만 홍보하고 있다. 이에 황백현 발해투어 대표가 직접 나섰다. 업계 최초로 지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군함도’를 테마로 한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본지 기사도 참석한 첫 행사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역사교훈여행)의 일환으로 나가사키 일대를 방문하며 군함도를 견학하는 일정이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다시 돌아보며, <군함도,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 의미를 되새겨봤다.
<나가사키=고성원 기자> ksw@gtn.co.kr
<취재협조=발해투어> 02)3789-5887, 051)253-5887
직접 현장 보고 ‘역사의 교훈’을 배운다
폐허가 된 군함도 내 건물
나가사키항에서 군함도로 출항하는 선상 안. 90% 이상이 일본인 방문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지 기자를 포함해 발해투어 일행과 몇몇 외국인들이 오히려 눈에 띈다.
다행히 동시통역으로 선상에서부터 그리고 군함도에 상륙해서도 가이드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벽돌로 만든 건물, 탄광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 욕탕, 7층 콘크리트 아파트. 대부분 붕괴되거나 기둥만 남아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강제징용’에 대한 부분은 들을 수 없었다. 익히 그 부분을 일본정부가 암묵하고 있어 문제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탄광에서 조선인들이 징용 당했다는 이야기는 빼놓은 채 근대화 산업에 집중한 설명만을 듣고 있자니 심각성을 그제서야 체감했다. 그리고 더 많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깨달았다.
하지만 황백현 발해투어 대표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나가사키항에서 군함도까지 선상을 예약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되니 단연 ‘인기’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인들의 인기에 예약이 힘든 셈이다.
그럼에도 황백현 대표는 이번 첫 행사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군함도를 비롯해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역사교훈여행)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다시는 이런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반일도 아니고 친일이 아니며 일본을 극복하는 ‘극일’을 해야한다” 극일운동주의자라고 자평하는 황백현 대표는 일본을 연구하고, 바로 알고, 진출하고, 제대로 활용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도를 지키기 위해 대마도 여행사를 시작하게 됐고, 이제는 일본 전역으로 다크투어리즘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군함도(하시마·端島)
해저탄광이 있던 군함도
군함도 내에서 일본 여객선 가이드가 설명중이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항구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본래 하시마섬이라 불리지만, 일본해군함 도사호를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 불린다.
군함도는 1890년 미쓰비시 석탄광업(주)에서 본격적으로 채탄을 하며, 일본 군수산업의 한 축이 됐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약 8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됐으며, 약 25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쟁점은 군함도가 일본 근대화산업 유산으로 지난해 7월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점이다.
당시 등재되는 과정에서 일본 당국은 한국과의 갈등을 인지해 ‘메이지시대 산업 시설 23곳 중 7곳에서 조선인들이 강제징용 당했다’라는 문구를 표기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등재 직후 일본 정부는 강제 노동에 대한 사실이 없다며 말을 바꿔 비난을 샀다. 현재도 여전히 이 부분은 관광 홍보자료 뿐만 아니라 공식사이트 어디에도 표기되지 않고 있다.
일정 돌아보기
1일차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뉴카멜리아 호에 승선한다. 오후 7시에 승선한 일행은 부산 오륙도 앞에서 야경을 조망하며, 후쿠오카를 향해 출항했다.
2일차
후쿠오카 하카타항 도착 후 선상에서 조식을 마친다. 이후 하선해 약 2시간 나가사키로 이동한다. 나가사키(長崎) 지역은 성지순례지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외국에 문호를 개방해 유럽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나가사키는 외국의 영향을 받은 건물과 거리, 음식 문화 등 독특한 문화가 남아 있다.
첫 일정은 일본의 쇄국시대에 외국과의 유일한 교류 창구로 무역과 문화의 거점이었던 데지마(出島)에서 시작한다. 데지마는 1636년에도 막부의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나가사키에 건설된 인공섬이다.
데지마를 둘러본 후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군함도(端島)를 견학한다. 다음으로는 조선인 위령비가 있는 평화공원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며, 이후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인 마을의 고라이바시(고려교)를 둘러봤다.
평화공원 내 조선인 위령비
발해투어 일행은 평화공원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고라이바시(고려교)
이후 황백현 대표는 일정을 무리해서라도 나가사키 역사문화 박물관을 탐방할 것을 추천. 일정에 없던 나가사키 박물관도 견학했다.
군함도에 이어 참가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 꼽은 나가사키 박물관은 해외 교류를 주제로 하는 일본의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하나다. 약 4만8000개의 역사적 문서와 예술품 그리고 수공예품을 포함하는 귀중한 수집품들이 있으며, 쇄국시대에 외국과 교류했던 단 하나의 창구로서 발전한 나가사키 이야기를 말해준다.
3일차
칸자키로 이동해 왕인박사 최초 일본 상륙지라 불리는 왕인텐만궁을 둘러보며 일정을 마친다. 왕인의 일본식 표현은 와니다.
왕인텐만궁
당시 일본은 한나라의 고명한 학자를 초청해 높은 문화를 수입하려고 했고, 왕인박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것이다. 현재 전남 영안군에 왕인과 관련된 유적이 있고,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에 무덤이 전해오고 있다.
왕인신사를 끝으로 일행은 하카타항으로 이동, 카멜리아호에 승선하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군함도를 테마로 진행한 첫 행사인 만큼 다소 짧은 일정이다’ 이러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황백현 대표는 이후 항공 패턴으로 3박4일 등의 일정을 구성해 나가사키를 좀 더 단독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 데지마(出島)
데지마는 1636년 나가사키에 건설된 부채꼴 모양의 인공섬이다. 1641년부터 1859년까지 네덜란드 무역이 오직 이곳에서만 독점적으로 허용돼 데지마는 쇄국일본 시기 ‘서양과의 교류’라는 의미로 숨통을 터놓았던 상징적인 장소다.
1904년 항만개량공사를 통해 주변이 매립되며 데지마는 현재 섬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나가사키 시는 1996년부터 약 170억 엔의 비용을 들여 데지마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도 데지마는 19세기 초두의 모습으로 복원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데지마에 방문하면 지난 2006년 복원된 ‘수문’을 포함해 카피탄 주택, 오토나 주택, 취사실 건물, 헤틀 주택, 제 1번선 선장건물, 제1창고, 제2창고, 제3창고, 배례필자 네덜란드인 주택, 신 석조창고, 정문, 구 석조창고, 구 나가사키 내외클럽을 볼 수 있다. 또한 캠베르와 튄버르흐 기념비, 미니 데지마, 구 데지마 신학교, 남측호안 석벽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