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여행사들의 상품 판매 동향이 재조명되고 있다. 자유여행 시대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관련 상품 및 시스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행사들은 패키지 속성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세희 기자>ksh@gtn.co.kr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상품 구성을 살펴보면 여전히 패키지 중심으로 상품 세팅이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즌이나 이슈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상품 수가 변동되고 있지만 패키지 상품이 FIT나 에어텔 등 타 상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개수를 유지하고 있다. 랭키닷컴 기준으로 한국 10대 여행사의 통계를 살펴보면, 패키지 상품보다 FIT 상품이 홈페이지에 더 많이 노출돼있다. 이는 단순한 노출 빈도 수로서, FIT 상품의 경우 같은 일정의 상품을 항공사 또는 호텔 별로 세분화해 노출하기 때문에 상품 수가 더 많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 일례로 지난달 개최된 ‘제 30차 KATA/TVA 한국-대만 관광교류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내 주요 여행사들의 대만여행 상품 수는 패키지 상품이 FIT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하나투어, 모두투어의 대만 패키지 상품 수는 각각 31개, 20개이며 FIT 상품 수는 각각 19개, 2개이다. 타 여행사도 비슷한 수치다. 초기 FIT사업이 중심이었던 인터파크투어마저도 지난 2년 전부터 패키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패키지 상품과 FIT 상품 숫자가 비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 구성은 여행 기간 패턴에서도 단조로운 모습이다. 단거리 지역의 경우 80% 가까이 3박4일 일정으로 장거리 지역의 경우 7박9일로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A 중남미 여행사 대표는 “해외여행이 자율화된지 근 30년이 돼가지만, 여행사에 판매 패턴에서 유일하게 바뀐 건 저가로 폭락한 가격밖에 없다”며 “여행사들이 모범을 보여 싼 것만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타개하는 등 소비 트렌드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 문제시되고 있는 점은 여행업계를 리드하는 여행사들이 다각도로 여행시장에 접근하고 있지만 패키지 사업에만 몰두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비롯한 다수 채널을 통해 호텔 및 항공권 등 단품 시장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패키지 사업에 대해서는 속성을 세분화해 보다 공격적인 시도를 감행하는 모양새다. 모 홀세일러 여행사의 경우 패키지여행을 5개 브랜드로 분류시켰으며, 각 브랜드마다 상품을 노출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세분화된 상품 카테고리에 상품 수는 3개 내외로 상당히 협소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에 다수 여행사들이 출시한 전문몰 등 신규 브랜드 역시 그 속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패키지 상품으로 귀결된다. 일각에서는 여행사의 주 수익원인 패키지 영역을 고수하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에어텔이나 더 나아가 S.I.T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 유럽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한 때 붐을 일으켰던 배낭여행과 에어텔 여행이 급격히 퇴화하고 있는 추세다”며 “발상의 전환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배낭여행, 패키지보다 경쟁력있는 에어텔 상품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