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LCC, Low Cost Carrier)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항공 요금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풀캐리어(FSC, Full Service Carrier)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저비용항공사의 요금 경쟁력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9월 말까지 출발하는 인천~홍콩 노선의 왕복 최저가를 27만2800원으로 공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날짜별로 다르지만 20만 원대 후반에서 최저가가 형성된 상황이다. 홍콩에 취항 중인 국적 저비용항공사들의 해당 노선 왕복 최저가가 10만 원대 후반에서 20만 원대 초반에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10만 원가량의 차이만 보이는 셈이다.
다른 근거리 지역의 요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9월 말 성수기 할인 운임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풀캐리어에서는 최저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극단적인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왕복 운임이 30만 원대 초반으로 더 저렴하기도 하다.
이에 대해 현재 홍콩에 취항 중인 A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9월 ‘유류할증료 0원’으로 유류요금을 내릴 수 없게 된 풀캐리어에서 항공권 요금 자체를 내리고 있다.
두 국적사의 여행사 할당 가격은 20만 원대 초반으로 형성되고 있고, 극단적인 경우 10만 원만 추가하면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간 저비용항공사들의 운임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번 유류할증료 하락으로 풀캐리어와의 가격 간극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그동안의 형태와 다른 점은 저비용항공사들의 자체 비용 하락이 아닌 풀캐리어의 가격 인하가 그 원인이라는 것.
특히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취항이 두드러진 동남아 및 근거리 노선에서 그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단거리 공략에 우선적으로 나선 국적 저비용항공사뿐만 아니라 외항 저비용항공사까지 우후죽순으로 취항하면서, 풀캐리어 역시 ‘가격 저비용항공사화’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은 유지해, 저비용항공사들의 비용 절감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B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장거리 노선에서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중단거리 노선이 풀캐리어 수익의 관건이 되면서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가격에 A380에 탑승할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풀캐리어가 서비스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의 고유 영역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때문에 저비용항공 업계 일각에서는 풀캐리어와 저비용항공의 경계를 뚜렷이 해주길 주문하고 있다.
풀캐리어 고유의 영역인 비즈니스 클래스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특화시키면서 가격 대신 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축이다. 더 이상의 가격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한 차별화만이 살아남을 길이라는 것.
C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외국 저비용항공사의 요금이 국적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훨씬 낮다는 지적은 익히 들어왔다. 그렇다면 외항 풀캐리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무슨 문제만 있으면 항공업계 후발주자(?)인 저비용항공사의 문제만 꼬집는 것처럼 보인다”고 토로했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