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OTA 업체 기승 본격적 경쟁 체제 돌입… ‘코리아 룸스’로 맞대응
정인용 호텔조인 부사장의 출발선은 여행사였다. 현재 내로라하는 호텔업계 주역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시작해 호텔로 끝나는 일명 ‘모태 호텔업계’ 출신이다. 하지만 정인용 부사장은 다르다. 원래 꿈이었던 무역업을 뒤로 하고 한진관광에 입사하면서 뛰어난 상품 기획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라마다 호텔을 시작으로 호텔업계 진출을 알리며 글로벌 인재로 도약하고 있다. <강세희 기자> ksh@gtn.co.kr
여행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가이드였던 대학 동창의 영향을 받아 우연히 여행사에 입사해 8년 동안 재직했다. 이후 라마다 호텔을 거쳐 JW 메리어트와 인연이 닿아 태국 JW 메리어트로 발령받았다. 태국 JW 메리어트에 태국 전체 시장을 컨트롤하는 클러스터 세일즈 팀으로 소속해 있으면서 13개의 태국 프로퍼티를 관리했다. 한국에 복귀해서도 JW 메리어트 계열에서 근무를 하다가 좀 더 다양한 호텔을 접해보고 싶어 호텔 예약업체로 오게 됐다.
여행업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를 알려달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적 방송 뉴스에서 들려오는 일본어가 뇌리에 박힌 순간이 있다. 일본어로 누군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고 음질이 굉장히 깨끗하게 들려 순간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에 하루에 일본어를 10시간 동안 공부해 문부성에서 주최하는 일본어 능력시험에서 당당히 1급을 합격했다. 그 길로 일본 오사카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일본으로 떠난 이유는 단 한가지다. 자신만만했던 일본어 실력이 현지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얼마큼 말할 수 있고 얼마큼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를 시험하고 싶었다. 당시 학생이어서 일본 유스호스텔에 묵게 됐는데 5성급 호텔에서는 절대 겪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전 세계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일본의 조그마한 유스호스텔에 모여 서로 얘기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경험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왜 그토록 사람들이 여행에 목말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업계에 입문하기 전 어느 나라를 여행했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지는?
그동안 일본을 가장 많이 여행했고 호주, 싱가포르, 러시아, 태국을 다녀왔다. 일본은 워낙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에 전 지역 모두를 추천한다. 일본은 하도 많이 가서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도 있다. 한 번 일본을 가게 되면 기본 10일 이상 장기간 체류하는데 루트도 도쿄에서 오사카, 오사카에서 큐슈 이런 식으로 무모하게 짠다. 그런 다음 하이웨이 버스 등 야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가격도 반 이상 저렴해지고 잠자리도 해결된다. 일본은 워낙 공공시설도 잘 돼있고 치안도 좋아서 혼자 여행을 다녀도 위험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일본여행을 13박14일 일정으로 다녀오면 130만원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거리 지역으로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추천한다. 바이칼 호수를 맞닥뜨리는 순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수평선에 압도당하고 만다. 성인 기준으로 일정 속도로 달리기를 할 때 바이칼 호수를 다 도는데 2박3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규모도 크고 황홀하다 못해 경외심까지 들게 하는 곳이 바이칼 호수다. 물맛도 아주 좋았다. 보통 호수라고 하면 고여서 썪기 마련인데 바이칼 호수는 ‘맛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여행업계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에는 엔저 효과로 부흥기를 맞고 있지만 1년전 만 해도 심각해진 일본을 비롯해 여행 시장의 사정이 급격히 어려워진 것 같다. 특히 공급이 넘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특히 호텔업계는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타 분야보다 낮아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OTA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며 국내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주요 OTA 3사가 한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며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업체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호텔조인의 마켓 다변화를 결심했고 화두를 글로벌화로 설정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 OTA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호텔조인은 이를 더 구체화시켜서 오는 5월부터 코리아룸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코리아룸스는 단순히 내국인들을 위한 사이트가 아닌 해외에서 국내로 여행하는 고객들을 위한 OTA 개념의 사이트다. 코리아룸스 서비스는 우선 중국 방면에 대해서만 오픈이 진행되고 2분기 안에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아시아권으로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섣불리 마켓 확장에 주력하지 않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사와의 원활한 파트너십을 주 목적으로 매진할 생각이다.
앞으로 몸담고 있는 회사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말해달라. 앞으로 여행업 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가.
최종 목표는 익스피디아, 아고다, 부킹닷컴에 호텔조인이라는 OTA 업체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호텔조인이 국내 최초로 한국상 글로벌 OTA로의 진출을 꾀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호텔 예약업체가 항공, 패스, 투어 등 다른 분야로 발을 넓히면서 호텔 업종이라는 전문성을 상실했다. 하지만 호텔조인은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순수하게 객실만 가지고 글로벌화하고 싶다. 이런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로선 코리아 룸스라는 좋은 예약 엔진이 해외 OTA와의 관계를 다지는 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