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관 유로자전거나라투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는 밝게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려줬다. 왜 여행을 시작했는지, 어느 여행지가 좋은지, 왜 회사를 설립하게 됐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문제점, 자신만의 회사 운영 철학에 대해 설명할 때만큼은 달랐다. 그는 조금 더 단호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행자로서의 삶, 여행업에 몸담고 있는 여행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분명 다른 사람들의 그것들과는 달랐다.
<송유진 기자> yjs@gtn.co.kr
>>제일 처음 갔던 여행지는 어디인가.
처음 갔던 국가는 일본이었다. 그때가 80년대 중반쯤이었는데, 당시는 여행을 하기가 힘든 시기였다. 티켓과 물가 모두 비쌌으며, 비자도 받아야 했다. 내 나이, 겨우 10대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일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잘 사는 나라는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방문한 일본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도시가 굉장히 발달해있었으며, 사람들도 친절했다. 구경할 거리가 굉장히 많았다. 여행을 하면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두 번째로 갔던 나라는 필리핀이었다. 미국 신부님이 92년도에 필리핀에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했고, 이후 필리핀 여행을 했다. 말로만 듣던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필리핀에 방문하면서 이 두 국가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다.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극과 극의 두 나라를 여행하면서 하나의 압축된 세상을 보게 됐다. 만약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았을 것이다. 이후에는 밥 먹듯이 여행을 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6개월씩 다녔다.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무전여행을 하면서 가이드 생활을 했다. 그때가 1993년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여행에 빠지게 됐다. 내가 돈이 없어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동양인 여행사가 유럽에 나타나면 희소성이 있었던 것이다. 식당에서 접시만 닦아도 여행할 수 있는 돈이 생겼다. 공항에서 한국을 출발한 비행기가 들어올 때 사람들에게 “가이드 해드릴까요?”라고 하면 먹히던 시대였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취업을 했고, 여행을 가기 위한 목적으로 저금을 했다. 다시 퇴직을 하고 남미로, 중미로, 유럽으로 떠났다. 이런 생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나서 늘 아쉬움이 남았다. 여행의 핵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여행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유로자전거나라투어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때는 2000년 즈음이었고, 첫 시작 지역은 이탈리아 로마였다.
>>왜 로마가 첫 지역이었나.
서유럽, 중부유럽 등 유럽 모든 나라 역사의 시작이 로마 역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외국 서적을 많이 읽었다. 역사, 인물이 많았던 도시지만 정보는 한없이 빈약했다.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로마에서 살기도 했다. 지금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당시는 지금과 달랐다. 나는 사람을 찾아다니고, 묻고, 책을 읽고, 현장에 나가면서 로마라는 도시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로마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였다. 종교, 문화, 음식 등 다양한 것들을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 이후 프랑스, 영국, 체코, 스페인, 터키, 그리스, 독일 순으로 지역을 넓혀갔다.
>>회사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람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만약에 행사를 나가는 인솔가이드나 현지 가이드가 천재지변으로 사고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비행기 결항, 차량 타이어 펑크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통은 내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선처리 후보고를 원칙으로 한다.
일단 능동적으로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이탈리아 남부 투어를 하는데 폭우가 쏟아졌다고도 가정해 보자. 우리는 손님이 지불한 돈 이상을 지불하더라도 음식이 됐든 관광이 됐든 손님에게 그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손님들이 여행을 하고 나서 좋은 글을 남겨줄 때는 매우 뿌듯하다. 또한 본인을 담당했던 직원 한 사람을 호명하면서 자기의 하루를 글로 표현해줬을 때 나도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현재 여행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여행업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사무실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현장에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품을 만들어낸다. 남이 만들어낸 상품을 단시간에 카피해버리기도 한다. 또한 어느 지역이 잘 된다고 하면 그쪽으로 몰린다. 이렇다 보니 독창적인 상품이 나오기가 어려우며, 질 좋은 서비스의 상품도 출시되기가 쉽지 않다.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고객이 원하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가격이 높아도 상품의 질이 좋으면 고객의 입에서 ‘만족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고객은 평생 고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회사의 최종 목표인 부가가치와도 연계가 된다. 회사의 대표가 자기 철학을 갖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면 분명 차별화된 무언가가 나온다.
>>지식가이드투어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지식가이드투어는 사람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 인물, 종교 등 각각의 실타래를 하나로 엮어준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60-70세 어른들까지 누구나 쉽게 듣고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직원들이 각 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이유도 그 국가에 살고 있어야만 박물관과 유적지에 매일 가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교통 흐름이나 노선, 물가, 쇼핑, 먹거리 등 모든 것들을 그 나라 사람보다 더 많이 편하게 알고 있어야만 지식가이드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여행객들이 만족한다. 실제로 현재 여행객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 직원들이 회사의 투어시스템을 다 참관하게 돼있다. 참관하는 데 보통 10일 정도 소요된다. 투어를 직접 체험하면서 프로그램의 아쉬운 점, 강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코멘터리를 준다. 만약 50명이 이것을 했다고 하면 프로그램이 더욱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보통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2년 동안 한 나라를 집중 개발한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독일 지역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완성 단계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수정할 부분은 계속해서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주 지역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지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사업을 갖출 수 있는 역량이 생겼을 때 그것을 시작하려 한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