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서 발아한 블루스와 소울의 스피릿은 그 옛날 흑인들의 이동 경로와 그리 다르지 않다.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인근에서 시작해 미시시피 강을 따라 건설된 61번 도로를 타고 미국 중부로, 대륙의 곳곳으로 흘러들었던 사람들과 함께 음악 역시 대륙의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증발한 후, 그들의 발자취는 블루스 하이웨이라는 결정체로 남았다.
블루스는 확실히 현대 음악의 주류에서는 다소 멀어져 있다. 하지만 어떤 음악도 과거의 토대 위에 서지 않고서는 그 뿌리를 공고히 하기는 힘들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경청하려는 자세로 귀를 열고, 마주치는 어떤 장면에도 관심을 기울일 줄 안다면 블루스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는 모든 루트가 즐거울 것이다.
미국 관광청은 미국 대중음악의 옛 영화를 재현하는 ‘블루스 하이웨이(Blues Highway)’를 소개한다.
<정리=강세희 기자> ksh@gtn.co.kr / <자료제공=미국관광청> 문의: 02)777-2733
1, 루이 암스트롱을 잉태한, 뉴/올/리/언/스
프랑스와 스페인, 쿠바, 그리고 크레올까지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뉴올리언스 시는 지난 2001년 도심의 공항 이름을 ‘루이 암스트롱 국제공항’으로 바꿨다. 지역 출신 뮤지션인 루이 암스트롱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 이미 그는 30년 전 영면에 들었지만, 뉴올리언스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뮤지션에 대한 존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는 것을 그렇게 증명했다.
뉴올리언스 도심에서 대저택들과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늘어선 돌길을 지나면 여러 음악인과 작가, 그리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고풍스러운 프렌치 쿼터가 있다.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한 많은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연주했던 프리저베이션 홀(Prese rvation Hall)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다.
뮤지션은 가고 그들의 자취만 남았지만, 아쉬움은 다른 곳에서 달래면 된다. 활기로 가득찬 버번 스트리트에는 늘 라이브로 연주를 펼치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몰려든다. 어제의 영광은 가고 없지만, 내일을 메울 오늘의 아티스트들은 충만한 열기와 젊음으로 반짝인다.
음악 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요기는 뉴얼리언스 명소로 자리잡은 카페 드 몽드에서, 베이네(Beig nets)로 해결된다. 갓 튀겨 따끈한 패스트리에 하얀 슈거 파우더를 듬뿍 뿌린 베이네에 부드러운 카페오레나 초콜릿 향이 가미된 치코리(Chicory) 커피는 가장 뉴올리언스스러운 메뉴다.
2. 옛 블루스의 영광을 재현하는 미/시/시/피
뉴올리언스를 벗어난 61번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미시시피 주의 북서부, 델타 지역은 블루스 음악의 탄생지로 꼽힌다. 주도인 잭슨보다 북서부의 중심에 가까운 클락크스데일은 미국 블루스 음악의 요람으로 꼽히며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역시 도심 곳곳에 남은 뮤지션들의 흔적이 많다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클라크스데일 시로 접어들기 전, 잭슨에서 시작된 49번 고속도로와 블루스 하이웨이 루트인 61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부터 사연이 시작된다. 초기 블루스 뮤지션으로, 지금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 로버트 존슨이 기타 연주 기술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는 다소 섬뜩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미국 블루스 역사에 공이 크다는 자부심을 가진 미시시피 주에서는 2006년부터 블루스 음악과 관련있는 장소에 기념비를 하나씩 세우는데, 이 교차로에도 그 기념비가 하나 서 있다. 클라크스데일 도심의 델타 블루스 박물관은 미국 블루스 음악을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미시시피 출신으로, 훗날 시카고 블루스의 아버지이자 초기 로큰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머디 워터스가 소년 시절 살던 오두막까지 옮겨와 전시하고 있다.
3. 테/네/시, 블루스의 성지
블루스 하이웨이의 중간쯤 위치한 테네시 주 역시 옛 뮤지션들의 기억을 돌이키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미국에 로큰롤 열풍을 일으켰던 제리 리 루이스는 멤피스 시에 카페를 오픈하고, 팔순을 앞둔 나이에 오픈 기념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저음의 섹시한 목소리로 사랑받던 아이잭 헤이스와 흑인 음악의 대모로 불리던 아레사 프랭클린 등 미국 음악사에서 주목받던 뮤지션들이 음반을 녹음했던 스택스레코드사의 사옥이 지금은 스택스 뮤지엄으로 변신했다.
음악의 지형도가 옮겨간 지금, 주옥같은 명반들을 탄생시키며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을 현대로 소환하는 의미 있는 작업인 셈이다. 지금은 로큰롤의 제왕으로 기억되는 엘비스 프레슬 리가 막 가요계에 입문했던 그 시절, 음악을 녹음했던 선 스튜디오는 폐장과 재오픈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로큰롤의 요람’으로 알려진 이곳은 조니 캐시와 제리 리 루이스 등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에도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했고, 지금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대낮부터 울려퍼진 라이브 연주가 밤이 늦도록 그칠 줄을 모르는 빌(Beale) 스트리트에서는 여행자와 음악 마니아들의 발길을 붙드는 대표적인 음악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