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청주국제공항 기반 외국계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에어아시아코리아(AirAsia Korea) 설립이 난관에 부딪쳤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말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법인 설립을 밝혔다. 지난 9일 이 회사 관계자들이 충북도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등 본격인 설립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에어아시아코리아는 저비용항공그룹인 에어아시아와 전략적 제휴 및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자본금 600억원 규모의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항공운송업 면허를 받기 위한 신청 작업을 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한국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국내 중견 물류회사 35%, 에어아시아 25%, 재무적 투자가 40%로 지분을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랫동안 공항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충북도가 반기고 있지만 시작부터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전략적 제휴사로 외국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에어아시아코리아에 경영권을 행사해 실질적인 소유와 효과적인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면허증 발급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8년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은 인천시와 손잡고 ‘인천타이거항공’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다 허가가 나지 않아 무산됐다.
인천시가 항공사 운영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타이거항공이 사업운영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항공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법은 항공사의 외국인 지분을 49%만 허용하고 한국인이 기업을 지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거나 외국인이 사업을 지배하는 기업인 경우 항공사 면허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아시아의 한국시장 진출은 타이거 항공과 진행방향이 흡사하다.
여기에 국내 항공업계의 강력한 반발도 걸림돌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관계자들은 외국계 LCC에 한국 항공시장을 내주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항공기 120여대로 전 세계 168개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로 세계 10위의 수송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 LCC가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이제 막 성장가도를 달리는 국내 LCC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청주국제공항에 거점을 두는 것은 한국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일 뿐 에어아시아의 최종목표는 김포 또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한국 항공시장 진출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처음 한성항공이 설립됐으나 5년 만에 운항을 중단한 사실을 들며,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항공뿐만이 아니라 항만, 철도, 전력, 금융 등의 국가 기간산업을 국가 생존권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외국 자본의 유입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2006년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미국 국내선 운항을 위해 최대 허용지분인 25%를 출자해 버진 아메리카를 설립하자 미국 정부는 영국의 모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7개월 동안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모 회사와 금융상의 모든 관계를 끊고, 버진 애틀랜틱이 고용한 최고경영자를 해고하고, 버진 아메리카의 이사회 멤버를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조치 이후에 승인을 해줬다.
에어아시아는 일단 한국법인을 프렌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기업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되 에어아시아의 항공권 발권 시스템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항공기 임대 및 운항 노하우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에어아시아 측은 사업면허를 받으면 청주~제주 구간에 올해부터 주 35편을, 국제선은 2015년부터 주 116편 편성하는 구체적인 운항 계획서도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도는 에어아시아의 진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청주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비용항공 유치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시민단체들도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재필 기자> ryanfeel@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