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항공시장 4대 ‘키워드’
1. 외항사 ‘강세’ 양민항 ‘약세’
부진한 양민항들의 실적을 틈타 올해 외항사들의 공략은 더욱 강화됐다. 물론 많은 부분이 해외 LCC들로 인한 기여에서 비롯됐으나, 대형 외항사들의 입지 및 영향력도 과거대비 확실히 더 커진 게 사실이다.
과거 20%에 불과하던 외항사 판매 비중은 올해 기준 30% 수준까지 올랐다. 여행객들의 양민항 선호 현상이 줄어들고 합리적인 소비 및 개별 여행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외항사 이용비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시장 수익성을 간파한 외항사들의 추가 취항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62개에 불과하던 한국 취항 외항사 개수는 매년 5개 정도씩 증가해 올해 90여개(화물기 포함)까지 증가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 한해 항공사들은 총 23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그 중 절반이 외항사들이었다. 해외 대형항공사를 비롯해 외국계 LCC들이 공격적으로 취항하면서, 양민항 일변도의 여행사 판매 정책도 다변화됐다.
이에 따라 좌석 선택권이 많아진 대형여행사들의 입지가 더욱 올라갔으며, 양민항의 입김은 더욱 약해졌다.
올해 취항은 기존 목적지보다 다양한 신규 직항지가 추가되면서, 새로운 항공시장 패러다임을 암시하고 있다.
개별여행 추세와 LCC추세가 동반 강화되면서 내년 항공시장은 더욱 역동적이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LCC 공세 강화… 전쟁 본격화
지난해가 저비용항공사들의 이륙의 해였다면, 올해는 비상의 해였다. 올해 저비용항공사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이슈는 더욱 많아졌다.
국내 LCC 중심으로 단거리 취항이 봇물을 이루며, 대형항공사와의 갈등도 깊어졌다. 하지만 대형항공사들도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단거리 노선을 감편하고, 장거리 기내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로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올 상반기 대부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한 양민항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LCC들은 호실적 여세를 몰아 기내서비스를 줄이고, 유료화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해외 저비용항공사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한국 시장 인바운드 수요를 간파한 근거리 외국계 LCC들이 몰려들면서 LCC시장은 가장 역동적이고 뜨거운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정통 LCC들은 완전한 저비용을 표방하면서 자본합작 및 중장거리 노선에도 취항, 새로운 형태의 LCC산업형태를 확산시키고 있다. 해외 LCC중 가장 먼저 취항한 피치항공의 경우 인천~간사이 구간에서 연간 30여만명 이상을 수송하며 가장 안정적인 노선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 취항한 스쿠트항공의 경우 인천~타이베이~싱가포르를 이으며, LCC 중장거리 노선 취항도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내 LCC들 역시 대형기종을 늘이며, 4시간 이상의 중장거리 국제선 취항에도 욕심을 낼 것으로 보인다.
3. 상용기반 장거리 노선 개설 봇물
올해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대형 외항사들의 장거리 노선 취항이 제법 많았다. 한국의 국가 경제력이 빠르게 오르고, 대기업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장거리 노선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일부터 취항한 영국항공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며, 장거리 노선 강자로 떠올랐다. 영국항공이 서울-런던 히드로 직항 노선을 취항한 것은 1998년 이후 14년 만이다. 여세를 몰아 내년 3월부터는 데일리 운영을 앞두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판매되던 아메리칸항공은 지난해 5월 전격적으로 인천?댈러스 직항 노선에 취항했다.
비자면제협정(VWP)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고, 미국 시장이 새로운 신규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와 중남미 지역노선이 다양해 향후 노선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항공사 최초로 에티오피아항공도 지난해 6월 취항했다. 인천~홍콩~아디스아바바가 연결되면서 아프리카 상품 개발에 또 다른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천~홍콩 구간 좌석 판매도 가능해 지면서 인기가 점증하는 분위기다.
대형 장거리 항공사들이 한국을 취항지로 택하는 것은 여행 구매력 확산에 따른 선제적인 수요확보와 탄탄한 상용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 실적이 급증하면서 출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류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인·아웃바운드 수요를 고루 유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쯤에도 델타항공이 인천~시애틀 구간을 개설하는 등 한국 시장 장거리 노선에 배팅하는 외항사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4. 천재(天災)와 인재(人災) 사이
올해는 좋지 않은 항공 업황만큼 큼지막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7월7일 아시아나항공의 B777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도중 충돌로 기체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해 대형 인명사고가 난 것.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사고로 ▲피해보상에 따른 손실 ▲2011년 화물기 사고에 이은 추가 사고 발생으로 인한 큰 폭의 보험료 인상 가능성 ▲이미지 손상에 따른 마케팅 부담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 달 대한항공에서 사고가 났다. 지난해 8월5일 오후 일본 니가타 공항에서 대한항공 KE763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휴가철 일본·중국 이용객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고였다.
‘꿈의 항공기’로 불리며 전 세계 항공사들의 수주 러브콜을 받던 ‘보잉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도 사고로 인한 안전성 문제로 연일 도마에 오르내렸다.
드림라이너는 항공사 제조업체인 보잉(Boeing) 사가 야심차게 선보인 중·장거리용 프리미엄 항공기종으로 최첨단 항공기술이 집약돼 있어 항공사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최초로 드림라이너를 인도 받은 ANA에서 사고가 시작됐다. 연초 ANA의 국내선 보잉 787기가 긴급 착륙하던 소동이 일어나면서 드림라이너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본 관방장관과 ANA 부사장까지 나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죄했지만 기종 전체에 대한 안전성 검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 드림라이너가 모두 운항 정지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