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P 발권 실적 업계 1위’ 타이틀을 놓고 인터파크투어와 하나투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가 월별 BSP 발권 실적에서 최초로 하나투어를 제쳤다고 발표하자 ‘부동의 1위’ 하나투어는 이를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달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월 BSP 발권 실적에서 하나투어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면서 “4월 BSP 발권 실적은 인터파크투어가 전년 동기 대비 38.2% 성장한 총 57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를 차지한 하나투어는 전년 동기 대비 15.3% 성장한 559억원을 발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터파크투어의 보도자료는 본지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BSP(항공권 은행 정산제도·Billing and settlement plan)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운영하는 항공권 판매 및 결제 제도로, 이 BSP를 살펴보면 국내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직접 발권해 판매한 금액을 알 수 있다. 2005년까지 탑항공이 굳건히 지켜오던 BSP 1위 자리는 2006년 하나투어에게 넘어갔으며, 이후 하나투어는 올해 3월까지 8년여 간 독주를 계속해왔다.
2007년 48억원의 실적으로 전체 BSP 발권 순위에서 18위에 머물렀던 인터파크투어는 이듬해 10위권으로 진입하더니 2009년에는 4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2011년에 탑항공, 모두투어, 세중을 따돌리고 2위에 오른 뒤 2012년까지 2년 연속 2위를 고수하다가 급기야 하나투어를 밀어내고 1위 자리까지 탈환하게 됐다.
인터파크투어는 자사의 1위 등극에 대해 “순수 온라인 여행사가 전통적인 강자였던 오프라인 여행사의 실적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여행 지식이 여행사 오퍼레이터 수준으로 크게 향상돼 여행을 스스로 설계하고 좋은 조건의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직접 예약하는 방식으로 여행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투어가 이처럼 BSP 발권 실적 1위를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자 하나투어는 보름 뒤인 지난달 31일 반격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IATA에 문의한 결과 공식적으로 외부에 공개한 자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런데도 인터파크투어는 근거·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토대로 마치 자기들이 BSP 발권 실적 1위를 기록한 것처럼 발표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나투어는 “인터파크투어가 국내 1위라고 주장하는 실적은 전국 지점이 아닌 서울만 집계한 것”이라며 “하나투어의 실제 4월 BSP 발권 실적은 815억원이기 때문에 인터파크투어가 항공권 발권 실적에서 하나투어를 제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투어는 “인터파크투어는 ‘대한민국 항공권·호텔 판매 1위’라고 광고와 언론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는 표시광고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근거·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내용에도 4월이라는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오인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동종업계라는 점을 감안해 법적 대응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하나투어의 반박에 대해 인터파크투어는 즉각 재반박 자료를 배포하고 “IATA에서는 BSP를 공식적으로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사에서는 비용 정산을 위해서 제공 받고 있으며 여행사나 여행 전문 매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로 인용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이어 서울만 집계했다는 하나투어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BSP 발권 실적은 지점별로 별도 집계되는데 항공사가 법인이 각각 따로 분리된 지점별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본사와 지사의 법인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하나투어가 법인들의 실적을 하나로 합쳐 재가공하고, 이를 자사의 실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자료 왜곡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투어는 하나투어가 제기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하나투어가 내세우는 BSP 발권액 815억원은 패키지로 팔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인터파크투어는 순수 항공권 발권 실적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표현상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보다 세부적인 다툼은 법률적으로 검토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터파크투어와 하나투어의 갈등은 후발주자인 온라인 여행사가 시장을 선점 오프라인 여행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두 업체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5월 BSP 발권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자칫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호영 차장> eesoar@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