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이 멀어졌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우리와 가까이에 위치한 돗토리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돗토리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유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안전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중부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함께 알아보자.
◈ 일본의 대표 온천을 즐기다
돗토리현은 일본 내에서도 면적이 가장 작은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현내에 약 20개 이상의 온천지역을 보유하고 있는 ‘온천왕국’이다.
특히 돗토리 중부지역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온천들이 몰려있다. 미사사 온천은 고농도 라돈 함유량을 자랑하는 세계 굴지의 방사능 온천이다. 약한 방사선인 라돈 온천수로 몸을 씻거나 그 물을 마시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면역력과 자연치유능력이 향상된다. 미사사 온천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일본 평균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조사가 발표된 적도 있다.
‘아침을 세 번(三朝) 맞이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지명의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 그 뛰어난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하와이와 도고 온천도 유명하다. 호반에 자리한 신사가 편안한 출산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해서 ‘사랑의 온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 온천의 특징은 온천가가 호수 위까지 늘어서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밤에는 온천의 모습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호화여객선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과 호수를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전통과 젊음의 조화
돗토리현은 전통을 잘 유지해 나가면서도 젊은 관광객들을 위한 새로운 변화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세대를 폭 넓게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관광지이다.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은 돗토리현 호쿠에이정 출신인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를 위한 기념관이다. 지난 2007년 개관한 뒤 전 세계 만화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작가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함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추리 트릭이나 발명품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게이레도는 미토쿠산에 위치한 일본의 국보이다.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이 불당은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산부쓰지 사찰의 해발 520미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져있다. 천년 고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나게이레도 불당은 현재 세계유산등록 운동이 행해지고 있을 만큼 그 역사적 가치와 희소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 오늘은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의 촬영이 돗토리, 그 중에서도 특히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중부를 향하고 있다.
시라카베 창고군·아카가와라는 에도·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창고 거리이다. 100년 이상 된 하얀 벽의 창고 건물과 상인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작은 강가를 따라 늘어선 옛 건물들의 소박한 풍경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간장집이나 양조장 등이 빨간 기와집이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된 아카가와라는 오래된 건물의 외부는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공방이나 찻집, 상점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드라마의 배경으로 창고거리와 양조장이 등장한 뒤로 많은 한류 팬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하나미가타 묘지는 바닷가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일본 최대 규모의 해안묘지이다. 천년 이상의 역사가 있으며 묘의 수는 2만기 이상에 달한다.
묘지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인접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많이 쓰이고 있다. 드라마 아테나의 총격전도 이 곳에서 촬영됐다.
일본 추석인 오봉(음력 7월 15일 전후)이 되면 2만 여개의 묘에 등불을 밝히는 의식을 진행한다.
<돗토리현=이근홍 기자> lkh@gtn.co.kr